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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 연도2021년
  • 수상금상
  • 이름최종훈
  • 소속 부안군 보건소 위도 보건지소

의사의 손은 강퍅한 지휘자다. 살을 가른 차분한 손짓이 나일론 실로 연주하는 현악으로 보아도 그러하고 골절을 교정하는 타악의 소리를 들어도 그러하다. 도예가의 정밀한 손놀림으로 신체를 가다듬는 이 지휘자는 불협화음을 용납하지 못한다. 수술방은 차가운 냉기뿐 아니라, 그 팽팽한 긴장으로 채워져 오로지 정제된 소리만 들리는 연주회장이 된다.

 

투박한 손을 가진 나는 현악에 서툴러 이른바 내과 계열로 방향을 잡았고, 긴장을 녹이는 아이들의 쾌활함이 가득한 소아청소년과에 다리를 디뎠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손은 예민한 혀고 기민한 귀다. 아직 다 익지 않은 새순 같은 아이들의 몸 위로 가만히 손을 올려보면 때로 복부와 폐부의 불청객이 감지되곤 한다. 그 미세한 떨림을 읽는 손의 섬세함은 탁월한 턴테이블의 바늘이다. 내 부족한 경험으로 연마된 바늘은 어찌나 거친지 결국엔 뢴트겐의 도움을 받고서야 무릎을 치곤 하지만 여전히 손의 업무는 귀하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잘 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하기에, 곰처럼 거친 손이어도 미모사같이 예리한 면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같이 진단이 급박한 환경에선 베테랑 의사가 단지 손으로 환부를 누르며 인체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일단의 진단이 이루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는 수많은 경험들을 하나씩 주의 깊게 체화하여 도달한 손의 각성된 감각이다.

 

그뿐일까. 손은 흔하게는 청진기를 안내하고, 개안, 개구를 보조하여 진단을 돕는다. 손은 아이를 받기도 하지만, 때로 핏덩이와 대소변을 받기도 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삽관을 하는 것과 멈춘 아이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손의 일이다. 미처 몽우리를 터뜨리지 못하고 태어난 조산아의 폐포에 개화(開花)를 기도하며 폐표면활성제를 뿌리는 것은 일견 마른 땅에 뿌리는 단비의 일과 같다.

 

또한 약제가 폐포로 스며들도록 엠부 백(Ambu Bag)을 누르는 것은 꺼져가는 불씨에 풀무질을 하는 작업이다. 이에 손은 도자기공의 신중한 눈빛으로 가장 적절한 세기의 바람을 찾아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의사에게 손의 예리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분명한 일이다.

 

전공의 생활을 가까스로 마치고 나는 서해바다 운무에 떠있는 작은 섬에서 내과의사라는 낯선 직책으로 공중 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다. 정작 소아의 범주에 해당되는 인구는 서른 명도 되지 않고, 지소에 내원하는 평균 연령이 70세에 육박하는 노인촌에서 나는 그동안의 경험과는 다른 모습의 환자를 만나고 있다. 물론 이곳의 노환도 때론 아이 같은 면이 있다. 대부분 순수하고 순진하며, 어떤 이는 고집도 많이 부리지만, 낯이 익어지면 정겨운 인사도 건네준다. 다만 다른 점은 아이는 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병원에 오지만, 노인은 대부분 지팡이나 유모차를 잡고 홀로 온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섬의 생리는 이들로 하여금 이곳을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갖게 한다. 때문에 이들에게 지소는 커다란 의지의 요람이요, 때론 모든 종합 의료가 요구되는 현장이 되곤 한다. 그러한 기대 속에서 약제는 그럭저럭 구색을 갖추고 멸균된 도구로 벌어진 상처를 봉합하는 것까지는 해내고 있지만, 때때로 능력 이상의 도전이 벌어진다.

 

특히나 노부의 고질적인 요통과 노모의 반복되는 두통이 계주를 하듯 이어지고, 오늘따라 입맛이 집을 나서고 기운이 섬을 떠났노라며 지소에서 다짜고짜 눕는 환자를 보면 이 답을 찾기 힘든 새로운 상황에 퍽 적응이 되질 않는다. 마음 같아선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라도 진행하고 싶어도 가능한건 혈당검사와 혈압검사뿐, 나머지는 내 두 손의 일이 되어버리니 참으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지소의 한계를 탓하고, 부족한 진단 장비에 변명을 돌리곤 한다.

 

“어머니, 이 상태는 여기선 왜 그런지 알기 힘들어요. 자꾸 아프시면 큰 병원 가서 검사라도 한번 해보세요. 지소에서는 떠나간 기운은 찾아드리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나도 의사인지라 이런 무색한 발언을 반복 하다보면 죄인이라도 된 듯 환자의 눈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바탕 몰리던 젊은 객지 사람들의 방문이 뜸해진 처서를 지난 무렵이다. 바지락철에도 오셨던 할머니가 이번엔 꽃게잡이 어망을 손질하시다 허리가 아프다고 지소를 찾으셨다. 이전 진료 기록을 훑으니 근육통, 고혈압, 척추협착증 등이 포함된 문구가 무료하게 반복되고 손가락은 익숙하게 이 문장들을 포획하여 그대로 오늘의 기록에 붙일 준비를 마쳤다.

 

“어머니 일을 좀 적당히 하셔야 해요. 연세도 많으신데 이러다 정말 허리에 큰일이 나요.”라는 공염불을 내뱉으며 일전에도 숱하게 타신 약을 처방하려던 차에, 문득 나는 손을 내밀어 할머니의 빈손을 쥐었다. 딴에는 눈을 맞추면서 이런 저런 말을 전하려던 것에 손이 불현듯 동행한 것이다. 오랜 바닷바람에 손금 사이사이마저 말라가던 질감이 느껴지고, 이내 내 손의 온기와 섞이어 두 손은 따스한 강을 이루었다. 마주한 눈빛은 빛나고 포개진 손 위로 참말로 고맙다는 인사가 눈송이처럼 다정하게 앉았다. 할머니의 손은 오랫동안 기다린 새를 맞이한 둥지처럼 따스하게 나의 손을 품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손도 갈증을 느낀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 목마름에 아파한다는 것을. 의사가 손으로 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업이 있음을 나는 배운 것이다.

 

예리한 의사의 손이 한편으론 한 송이 꽃무릇이 되지 못한다면 슬픈 일이다. 섬에서 홀로 아내와 아이를 그리며 슬퍼하던 내게 위로가 되어 주던 붉은 꽃무릇처럼 나의 펼친 손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온기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현대 의학의 이기 속에서 짧은 수련을 마친 나는 이제 그 모든 해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내게 있는 것은 전공의 시절 샀던 이경과 청진기, 몇 안 되는 약제와 수액 그리고 나의 두 손뿐이다. 이곳에서 나는 이 두 손을 사용하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한다. 정확한 진단도 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약도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호소 이면에 말없이 아파하는 손이 있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의사의 손은 마른 둥지에 새가 되어주기도 하고, 외로움의 공터에 비가 되어주기도 해야 한다.

 

낯선 섬에서 배운 이 소중한 경험으로 오늘도 천천히 턴테이블의 바늘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나의 손은 조금씩 성장해간다. 내 앞에 마주한 환자의 아주 작은 신음도 잡아낼 수 있는 강퍅한, 때론 다정한 지휘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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