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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 받기 좋은 날

  • 연도2021년
  • 수상동상
  • 이름허지만
  • 소속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산부인과

‘산부인과’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무엇일까. 출산의 기쁨이나 숭고함? 아니면 야릇하고 비밀스러운 무언가? 분명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상상을 하지만 차마 말을 못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며 느낀 바로는 산부인과를 대표하는 단어는 아무리 봐도인 것 같다. 특히 산모를 보는 산과 분야가 더욱더 그렇다. 오죽하면 한때 산과학 교과서가 다음의 구절로 시작하곤 했을까.

 

Obstetrics is ‘bloody business’.

여기서 ‘bloody’를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하면 좋을까. 말 그대로 산과학은피비린내 나는업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지독한업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로 맞는 말인지라 중의적 의미를 의도한 걸지도 모른다.

 

산모의 출산, 병원에서 이보다 더 생명의 기운이 강렬한 순간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초에 밝혀진 불이 너무 밝기에 누구도 그 자리에 사실 죽음도 초대받아 있다는걸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나 때때로 죽음은 너무나 무심하게 존재를 드러내곤 한다.

 

응급실에 산후출혈 환자가 내원할 거라고 호출이 왔다. 출산 후 출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산후출혈이라고 따로 이름 붙이고 의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출혈이 짧은 시간에 걷잡을 수 없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분 차이로 산모의 생사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나는 응급실에 미리 와서 환자를 맞이하기 위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환자가 도착했다. 환자의 상태부터 살피던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소리쳤다.

 

“심정지야! 빨리 심폐소생술 시작해!”

 

병원에 도착한 직후였는지 오는 도중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산모는 심장이 뛰고 있지 않았다. 응급의학과 선생님은 급히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고 준비되는 족족 혈액을 투여하였다. 출혈을 막기 위해선 산부인과 응급 수술이나 시술이 시급했지만, 멎은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심폐소생술 외의 처치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당장 코앞에 죽음이 닥친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산모의 질에서 나오는 피를 막고 있는 것뿐이었다. 수술조차 해줄 수 없으니 애가 탔다. 그러나 장시간의 심폐소생술과 소중한 혈액이 무의미하게도 산모의 심장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출산부터 사망까지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다.

 

산모의 사망은 모두에게 갑작스럽고 허망한 일이었다. 산모를 데리고 온 분만병원 원장은 구급차에선 분명 심장이 뛰고 있었다며 대학병원의 잘못을 주장하였다. 응급의학과 선생님은 병원 입구에서 심정지가 확인된 산모를 바로 심폐소생술 했는데 분만병원이 대학병원 탓부터 하는 건 무례한 거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망으로 정신이 혼미했던 산모의 남편도 뒤늦게 싸움에 가세하여 응급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말없이 누워있는 산모는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곁엔 적막만이 남았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잠깐이나마 이 분만을 내가 받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안도감이 들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온종일 무거운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음날.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친구로부터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교수님께 인사드리고 잠깐 들를게. 그럼 있다가 보자.”

 

아차! 정신이 없어 깜빡 잊고 있었다. 영상의학과 친구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주러 온다고 했는데, 그게 벌써 오늘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샤워부터 하고 오랜만에 면도도 했다. 옷도 가운도 새로 세탁된 것으로 꺼내 입었다. 이런다고 외모가 뭐가 크게 달라지겠냐마는 적어도 친구에게 내가 힘들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같은 의사끼리 힘든 거 다 알 텐데 괜히 신경 쓰는 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 첫사랑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사실은 무의미한 거지만 말이다. 새삼 거울을 보니 이마와 눈가에 잔주름이 오늘따라 눈에 띄어 속상했다. 이젠 피부과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전화가 왔다.

 

응급실이었다. 전화를 받은 나는 탄식이 나왔다. 또 산후출혈이 온다는 것이었다.

 

비록 산후출혈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틀 연속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긴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인가!

응급실로 뛰어가 대기하고 있으니 산모가 도착했다. 산모는 곧장 집중처치실로 옮겨졌다. 다행히 이번 산모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빨리 처치를 하지 않으면 곧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집중처치실에 따라 들어오지 못한 보호자들이 문밖에서 발을 동동 굴리며 소리쳤다.

“돌팔이 놈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안 보이는 곳으로 데려가면 다야? 털끝만큼이라도 이상 있으면 너희 다 각오해!”

비수 같은 말이 등에 날아와 꽂혔지만, 의사와 간호사들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산모의 응급처치로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질을 통해 나오는 피를 막았다. 그러나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였으면 해당 분만병원에서 끝났지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수혈이 준비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함이었다. 혈액이 곧 준비되어 산모는 중심정맥관을 포함하여 혈관주사를 놓을 수 있는 모든 곳을 통해 수액과 혈액이 투여되었다. 주변 혈액은행이 보관 중인 피는 모조리 다 빨아들일 태세로 무섭게 혈액이 들어가는데도, 밑 빠진 독처럼 산모의 질에선 펌프질하듯 피가 계속 왈칵왈칵 쏟아져 나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나는 급히 자궁동맥색전술을 의뢰하였다.

 

이 시술은 자궁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서 출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영상의학과의 영역이다. 산모가 응급실에 도착할 때 미리 영상의학과에도 연락해놓았기 때문에 다행히 시술은 바로 가능하다고 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산모를 영상의학과 중재시술실로 옮겨달라고 연락이 왔다. 이송 요원이 환자를 옮겨주길 기다릴 여유조차 없어 내가 혼자 침대를 끌어 옮기자 응급실 간호사 선생님이 도와주었다.

 

산모가 침대에 실려 집중처치실을 나오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보호자가 따라붙으며 상태를 물었다. 산모의 몰골이 처참하여 보호자는 궁금한 것이 많아 보였으나, 본인도 경황이 없어 뭐부터 물어봐야 하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산모의 상태가 아직 불안정하며, 자궁동맥색전술을 해보고 안정되는지 봐야 한다고 침대를 끌고 가며 설명했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싶었으나 여유가 없었고 사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요약하면 그게 다였기도 했다.

 

영상의학과 혈관중재시술실에 도착한 산모는 자궁동맥색전술을 받았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이 시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직 안심할 순 없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느낌이 드니 그제야 오늘 찾아온다던 친구와의 약속이 생각났다. 부랴부랴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는 예비 신랑과 함께 지도교수님께 인사드리는 김에 내 얼굴도 잠깐 보고 간다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허둥지둥 혈관중재시술실을 나와보니 친구가 이미 문 앞 대기실까지 와 있었다. 하긴 친구도 영상의학과였기 때문에 인사를 드리려면 어차피 이곳에도 오긴 해야 했다.

 

오랜만에 친구 얼굴을 보니 반가웠으나 아직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보호자도 혈관중재시술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에게 눈빛으로 양해를 구하고, 흥분해 있는 보호자에게 현재 산모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은 시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말로 보호자를 달래고 나서야 겨우 친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많이 기다렸지?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으면 문자 남기고 가도 될 텐데….”

“아니야. 지도 교수님 인사드리느라 그렇게 많이 기다리지 않았어. 너 바쁜 거 아니깐 그냥 얼굴만 보고 청첩장 주고 가려고 그랬는 걸.”

“그래, 결혼 축하해. 부럽다. , 신랑도 멋있으시네.”

“하하하, 고마워. 너도 어서 좋은 사람 만나야지.”

“그러게. 그래야 하는데 바빠서 그런가? 잘 안 되네. 하하하. 아무튼 축하하고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지금 보다시피 상황이 좀 여의치 않네. 다음에 시간 내서 보자. 미안해.”

“아니야. 고마워. 그리고 이건 청첩장이야. 혹시 시간 되면 와줘.”

“응. 당연하지. 조심히 들어가.”

“응. 그럼 이만 갈게.”

 

짧은 대화를 마친 후 친구는 돌아갔다. 나는 받은 청첩장을 보았다. 요즘은 참 청첩장도 예쁘게 잘 나오는구나 싶었다. 새 신부가 인사한다고 힘주고 와서 그런가, 친구는 빛이 나 보였다. 하긴 학생 때도 예뻤고 인기가 많았던 친구였다.

친구는 같은 의대생이 봐도엄마 친구 딸내미의 조건을 다 갖춘 능력자였다. 똑똑한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성격까지 무던하니 좋았다. 당연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그들 중엔 나도 있었다. 한번은 고백도 했으나 당연하게도 보기 좋게 차였다. 그렇게 내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멋쩍게 끝났고 친구는 좋은 사람을 잘 만나 이번에 결혼까지 한 것이다. 마치 능력자 주인공의 전형적인 이야기 같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짝사랑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저 추억일 뿐이다. 다만 선녀가 선남을 만나는 드라마를 찍을 때 나는 이름도 없는 조연이었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할 뿐이었다.

 

세수나 좀 하고 정신 차리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과 옷은 땀 범벅, 충혈된 눈 밑으로는 주름과 그늘이 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분출하는 피를 막고 있었더니 흰 가운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여기저기 피로 물들어 있었다. 옷과 가운은 친구를 만난다고 오늘 갈아입은 것인데 모든 게 허사였다. 정신이 없어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이제 보니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호기롭게 선택한 산부인과였다. 힘들다는 건 당연히 각오했었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때로는 다른 이의 삶이 더 빛나보이고,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의대생 땐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던 격차가 졸업 후 점차 벌어지는 것 같았다. 친구가 계속 꽃길만 걸으며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듯이 말이다. 나도 가끔 이런 기분이 드는데 의대생들이 힘든 과를 기피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시술이 끝나고 산모가 나왔다. 다행히 출혈은 어느 정도 잡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호자가 달려왔다. 나는 산모의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일단 급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보호자는 산모의 상태를 살핀 뒤 감사의 인사를 했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조금 전 응급실에서 의료진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던 그 보호자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병실로 이동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갑자기 보호자가 말을 이었다.

 

“저기… 아까 화를 냈던 건 죄송합니다. 아내가 죽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 사과와 감사를 받으니 어쩐지 위로가 됐다. 비록 가운은 피로 너덜너덜하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겐 빛나는 존재라고, 그러니 힘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불과 하루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사이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 사망했으며, 누군가 인생의 위기를 겪을 때,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축복을 받을 때, 누군가는 좌절을 겪었으며, 누군가 감사를 전할 때,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다. 오늘도 인생이었다. 정말이지 청첩장 받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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