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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집으로 가는 길

  • 연도2021년
  • 수상동상
  • 이름고은선
  • 소속 참고은치과의원

출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통,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수신 거부를 누르고 경인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오늘은 왠일인지 서쪽 길 끝 하늘이 뿌옇다. 맑은 가을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상했다. 구름인가, 미세먼지인가. 창문을 살짝 열고 일기 예보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

 

“확진자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랬다. 우리는 지금 많은 것들 가운데 있었다. 도중, 진행형,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름. 끝을 모른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 열어놓은 차창 사이로 탄내가 들어왔다. 혹시 차량에서 나는 냄새가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타이어 4쪽을 다 교체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심했다. 차가 인천으로 진입할수록 하늘이 점점 부옇게 보였다. 냄새의 실체가 연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어디선가 불이 난 듯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병원 쪽으로 갈수록 검은 연기는 더 짙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근처 공장 창고에서 불이 났다고 알려주었다. 목재 단지와 창고가 많은 인근은 화재가 나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지역이었다. 소방차 여러 대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창문을 닫고 공기 청정기를 틀었다.

 

오전 예약 환자 몇 명이 취소되었다. 화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르는 전화를 받지 않아요.” 실장이 말했다.

 

아마르 씽은 네팔에서 온 청년이다. 근처 공장에 다니는데 야근이 많아 잠이 늘 부족하다. 개구기를 물리고 충치치료를 하고 있노라면 나지막이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르, 이 치아는 너무 썩어 깨진 치아라 씌워줘야 해요. 금니 하는거 들어봤죠? 그런 거 해줘야 해요.”

 

비용얘기를 하자 아마르는 밝게 웃으며 고향에 가서 할 거라고 말했다. 치아 두 개를 씌우는 비용이면 고국으로 가는 비행기 삯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는 공장에서 얼마를 벌고 고향에는 얼마씩 송금하며 살아가는 걸까. 나는 잠시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는 날까지 치아가 더 이상 깨지지 않게 조심히 사용하라고 말했다. 그가 내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코어레진을 치아에 올려 치료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갔던 아마르가 서너 달이 지나 금니를 해야겠다고 치과를 다시 찾았다.

 

“고향에는 안 갔어요?”

 

내가 놀라 물었다. 아마르는 코로나 때문에 항공편이 없어져 집에 갈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 체어에 눕자마자 예전처럼 바로 잠이 들었다. 비행기표와 맞바군 금니 두 개의 본을 뜨면서 말이다.

 

오늘이 그 금니를 끼우기로 한 날인데 아마르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대기실 티브이를 틀어보니 자동차 부품 공장에 화재가 나서 진화 중이라고 했다.

“오전 8 50분경, 인천 서구 공업 단지 내에 있는 한 부품 창고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시작되었다고 사고접수되었습니다. 불길은 빠르게 번져 현재 공장 5동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가 출동하는 광역 1호를 발령해 소방차 60여 대를 투입했습니다…….“

생각보다 큰불이었다. 나는 예약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아마르를 떠올렸다. 뉴스 화면 속에 보이는 화재 현장과 상관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누군가 삐걱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릴리안이었다.

“릴리안, 학교 안갔어?”

“아빠가 여기서 기다리래요. 학교가 빨리 끝났어요.”

릴리안은 검은 눈망울을 굴리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영유아 검진 때부터 우리 치과에 왔던 아이였다. 릴리안은 아빠가 틀니 치료를 받는 동안 혼자 대기실에 앉아 어린이 프로를 보며 동요를 곧잘 따라 불렀다.

 

지난번 릴리안 아빠가 치과에 내원했을 때였다. 그는 명절이면 캄보디아에 가야 한다며 투덜거렸다. 아내의 고향 집을 방문하는 것이다.

 

“비행기 타서 좋으시겠어요.”

실장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어휴, 촌사람들 무식해서 싫어요. 전 고수도 싫거든요. 아내 대문에 가는 거죠.”

“고수도 적응하면 매력 있는데요. 미인 와이프랑 결혼하셨으면 그 정도는 감수하셔야죠.”

내가 농담을 하면 그는 손사래를 치곤 했다.

 

병원 창 밖으로 아이들이 우르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게 보였다. 화재 때문에 학교에 조기하교령이 내려졌다. 릴리안 아빠는 예약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티브이를 보던 릴리안은 심심해졌는지 대기실 쇼파에 길게 누워 잠이 들었다. 릴리안은 예전에 마녀 모자와 망토를 두르고 치과에 나타났다. 우리를 향해 요술봉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그 모습이 너무 깜찍하다며 실장이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때 사진이 떠올라 폰에 있는 앨범을 뒤적거렸다. 다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들어왔다. 아침에 걸려왔던 그 번호였다. 받고보니 집주인이었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리고 곧이어 계약이 만기가 되니 자기네가 들어와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짧은 전화는 통보였다. 6년간 착실하게 월세를 내며 살아왔지만 내 집은 아니었다. 다시 전세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전세는 집값만큼 올랐고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대출도 어려웠다. 나는 릴리안의 사진을 찾는 걸 포기했다.

 

릴리안의 아빠는 잔업이 늦게 끝나 이제 왔다며 자는 애를 둘러업었다. 그 사이 잠에서 깬 릴리안이 아빠 등 뒤에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제 깼나보네. 아빠 힘드시니까 내려야지?”

 

실장의 말에 릴리안은 아빠의 목을 더더욱 힘주어 껴안았다.

 

“근데 릴리안, 지난번에 읊었던 주문이 뭐지? 모두 다 이루어져라?”

 

“아브라카다브라!”

 

릴리안은 주문을 외웠다. 페스트가 유행하던 시절에도 사람들이 똑같은 주문을 외웠다는 것을 릴리안은 벌써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웃으며 릴리안을 바라보았다.

 

“근데요. 저 이제 릴리안 아니에요. 이름 바꿨어요. 윤아예요. 이윤아. 그렇지, 아빠?”

릴리안을 업은 아빠는 으응, 하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윤아를 업고 윤아의 책가방을 깍지 낀 손목에 걸친 채 그는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갔다.

 

화재는 4시간 만에 진화되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차 2대와 근처 차량 5대가 전소되었다. 화재가 끝난 후에도 공기 중에는 탄 물질들이 떠다니는 듯 매캐한 냄새가 났다.

 

아마르는 진료가 끝나기 십 분 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화재가 난 공장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우리는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를 맞추고 끼우느로 치과 체어에 누은 아마르는 코를 낮게 골며 잠이 들었다. 금니를 광택을 내서 붙이면서 아마르는 무슨 꿈을 꾸는 걸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차가 막혔다. 인천에서 멀어질수록 탄 냄새는 점점 희미해졌다. 대신 차와 차 사이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지고 앞차의 후면등 불빛에 눈이 시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이 노을빛처럼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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