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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 연도2022년
  • 수상동상
  • 이름박미희
  • 소속도담정신건강의학과의원·정신건강의학과

나는 지금은 환자들을 좋아하지만, 고백하건데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환자들은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부담스러운 존재들이었다. 환자들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러했듯이, 우리의 소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환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나에게 해 주는 말들은 책 속의 낯선 단어들처럼 나에게는 투과되지 않는 감정과 생각들이었다. 차트에 열심히 받아 적기는 해도 난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앵무새처럼 그저 환자가 하는 말을 반복하고 책에 나오는 개념들에 대입해 볼 뿐 나에게는 울림이 없는 무의미한 언어의 반복이었다. 과거의 나는, 의사와 환자는 전혀 다른 두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신의학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나와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건 환자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환자들과 비슷한 괴로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환자들의 모습 안에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껍게 쳐져 있던 장벽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정서적 친밀함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진료시간은 친교의 시간으로 변모했다.

그 때부터 나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게 된 것이 이런 변화에 꽤 큰 몫을 하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남편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어린 나를 돌봐 주셨듯이 나를 보호해 주고 도와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문제는, 배우자 또한 그런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환상은 무참하게 깨지고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또한 멋모르고 경험하게 되었는데 나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나의 욕구를 끊임없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소중한 아이는 너무나 연약해서 나의 불완전함으로 인하여 완벽한 보호를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나는 끊임없이 저항했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했다. 아이를 사랑하는 내가 아이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된 것만 같은 아이러니를 경험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느낌으로 살아가게 되어 버렸다. 나는 좋은 엄마, 좋은 배우자가 되고 싶었지만, 완벽하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에 계속 실패했다. 그 때까지는 완벽할 수 없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이를 출산하고 3개월의 출산 휴가를 거친 뒤 풀타임으로 계속 일을 했다. 힘들고 정신없는 시기였지만, 그 와중에 환자를 볼 때 미묘하게 뭔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진료를 볼 때 환자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던 나는 처음으로 그 때 암에 걸린 딸을 간병하다가 딸을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걸린 노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위험하다, 출산 후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가, 내가 왜 이러지 싶어 마음을 다잡고 자중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근데 나의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기 시작했다. 자꾸만 환자와 웃기도 하고 울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통제를 잃는 것 같은, 뭔가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를 경계하며 진료를 이어갔다.


당시 L이라는 50대 여성 환자분이 있었다. 그분은 오빠들이 돌보기를 거부한 노모를 모시고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그 노모는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L은 미혼의 상태로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돌보고 교회를 다니며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심한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L은, 진료실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토로하면서도 사람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았다. 끊임없이 인내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심 감탄하며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났다. 신환 하나가 진료실을 한바탕 뒤흔들고 갔다. 과를 불문하고 의사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다. 나는 그 환자의 감정에 두들겨 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 진료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길을 가다다 갑자기 행인에게 뺨을 맞은 심정이었다. 억울하고 서글펐던 것 같다. 다음 환자를 볼 기분이 아니었지만, 나는 최대한 표정을 가다듬고 다음 환자를 맞이했다. 다음 환자가 마침 L이었다. 나의 감정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L은 내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구나 싶었는지 나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봤다. 원래의 나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면서 “아, 아닙니다. 잘 지내셨어요?” 했을 텐데, 그 때 나는 무너져 내렸다. L 앞에서 엉엉 울어버린 것이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받아 주고 치료해 주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의사인데, 갑자기 역할의 반전이 일어나 버렸고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L은 망설이지 않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안아 주었다. 나는 L에게 안겨서 엉엉 울었다. 그렇게 나를 도닥거리며 “아이고 어떻게 해.”라고 반복해서 말하던 L은 내가 감정을 추스르는 것을 확인하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안 되겠는지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어 이걸로 맛있는 점심 사먹으라고, 그럼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말해 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도 할 겨를이 없이 혼란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고 나는 나와 L과 이 상황이 모두 충격적이었다. 내가 보여주어야 하는 모습의 정반대의 모습을 환자에게 가감 없이 노출해 버렸고 감정적으로 무너졌고 위로받아 버렸다. 훅하고 들어오는 무조건적이고 진심어린 사랑을 무방비상태에서 받아 버린 것이다.


가정에서도, 병원에서도 나는 내가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엄격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모습이 흡사 군인과도 같았다. 환자, 남편과 아이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역할에 충실하면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열심히 움직였지만 항상 역할에 매몰되는 느낌으로 살았고, 해야 하는 일이 하나라도 늘어나면 나를 힘들게 하는 그들이 버겁고 때로는 원망스럽다고 느꼈다.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 버겁고 그들이 나에게 주는 것은 없다고 느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나를 바꾸어놨다. 환자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타인과 나를 가로막은 두꺼운 막이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에게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 않은 존재, 아니 서로 많이 닮은 존재라는 것을. 강렬한 괴로움 후에 깊은 위로를 받는 경험은 나를 눈뜨게 했다. 내가 겪은 괴로움도, 내가 받은 위로도 충분히 강렬했기에 깨달을 수 있던 것일까. L과의 경험은 빅뱅처럼, 정신과 의사로서 ‘무’의 상태였던 나를 팽창하는 우주처럼 자라나게 했고 나는 ‘현재’ 관계지향적인 치료자이며 신뢰 안에 맺어진 단단한 애착이 제공하는 자연스러운 치유를 선호한다. 그리고 이런 내가 될 수 있게 도와준 L을 포함한 수많은 환자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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