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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로봇 닥 (Robot Doctor)

  • 연도2005년
  • 수상은상
  • 이름임만빈 교수
  • 소속계명의대 신경외과


외래가 끝난 지금, 나는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댄다. 눈을 감는다. 오후 내내 보았던 환자들을 기억하려 애쓴다. 허나 머릿속은 ‘횡’ 하니 텅 빈 듯 한 사람의 환자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 오후 내내 내가 한 일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환자가 순서대로 진찰실에 들어오면 나는 그저 한번 쳐다보기만 했단 말인가?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슬쩍 환자를 본 기억 밖에 없으니 말이다.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글자를 두드린다. 눈으로는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말이다. 환자가 말하는 것을 그저 컴퓨터 화면에 기록하고, 처방약을 그대로 혹은 약간 수정한 채 인쇄하는 컴퓨터로 전달할 뿐이다. 나와 환자 사이에 컴퓨터라는 놈이 가로막고 있다. 내가 환자를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려 해도, 그리고 환자의 아픈 곳을 만져보고 그 체온을 느끼려 해도, 컴퓨터라는 놈이 중간에서 가로막는다. 나는 환자를 보는 대신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환자를 만지는 대신 컴퓨터 자판만 두들일 뿐이다.
이제 환자가 어디가 아프고 언제부터 아프며, 칼로 짼 듯 아픈지, 그저 무지근하게 아픈지 묻지 않는다. 혹시나 유두부종(乳頭浮腫)이 있는지 환자의 눈을 피곤하게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뇌신경 검사도, 감각이나 운동력 이상 여부도 자세하게 진찰하지 않는다. 그저 머리가 아프면 CT나 MRI를 찍도록 한다. 환자도 번거로운 진찰과정을 견디려 하지 않는다. 그저 MRI나 CT를 찍어 이상 유무를 확인하려 할 뿐이다. 나와 환자 사이에는 CT나 MRI라는 괴물이 존재한다. 내가 환자와 이야기하고 그들을 만지려 하는 것을 CT나 MRI라는 기계가 가로막는다.
얼마 전 신문에서 모 대학 교수가 사람의 피를 뽑아 간단히 암을 진단해 낼 수 있는 기계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한테서 채취한 피를 조그만 키트에 넣고 돌리면 그 사람에게서 암 존재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기계가 실용화되어 누구나 사용하게 되면, 환자와 의사가 만날 필요도 없이 병이 진단된다. 이제는 의사가 환자의 얼굴이라도 한번 슬쩍 보던 과정까지도 생략되고 환자가 스스로 병을 진단해서 올 것이다. 어쩌면 치료까지 가능한 기계가 개발될지도 모른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계가 들어설 것이다. 경찰과 범인 사이에 로봇 캡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 로봇 닥(Robot Doctor)이 존재할 것이며, 로봇 캡이 범인을 추적하고 잡는데 초인간적 능력을 발휘하듯, 로봇 닥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초인간적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응급실에 가 보라. 환자가 들어오면 간호사가 혈압, 맥박, 호흡수를 기록한다. 그 후 의사는 그저 간단히 병력을 묻고 형식적으로 진찰한 다음 검사에 들어간다. 피검사, 방사선 검사, 심전도, CT, MRI…. 어떤 경우는 특수 검사까지 첨가된다. 어떤 병이 의심되면 이런 검사를 시행하고, 어떤 병이 진단되면 이런 처방을 하라는 과정이 한 묶음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런 환자가 들어오면 의사는 그저 그 항목만 클릭하면 된다. 그리고는 환자에 따라 한두 개 첨가하거나 지우거나 하면 된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환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환자라는 인간은 그저 하나의 진단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객관화된 무생물처럼 취급된다. 그들의 병력, 신체상태, 언어, 느낌, 감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단지 기계가 보여주는 검사 소견 및 결과만 중시되고 거기에 따라 진단하고 치료한다. 청진기 한번 대보지 않고 가슴 엑스레이나 심전도 소견에 따라 판단하고, 머리 한번 만져 보지 않고 CT나 MRI소견으로 진단한다. 배 한번 만져 보지 않고 복부 엑스레이나 CT 소견으로 판단하고 무생물화된 환자의 치료 방침이 결정된다.
나는 장이 파열된 교통사고 환자를 복부 CT 소견만으로 판단하고 치료하던 중 환자가 사경을 헤매게 한 후 간신히 회복시킨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저 배 한번 만져보면, 그저 배에 청진기 한번 대보면, 그리고 간단하게 복강 천자를 시행해 보면 진단되는 것을…. 일반외과 의사들에게 장 파열이 의심되고 복막염이 의심되니 수술하기를 아무리 권유해도 그들은 그저 CT 소견이 불확실해서 수술하기가 찜찜하다고, 이런 저런 이유로 주저했다. 결국은 내가 복강천자를 시행하여 고름이 가득 든 주사기를 그들에게 넘겨주자, 그제야 수술을 서둘렀던 것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CT가, 혈액검사가, 그리고는 첨단화된 기계에 대한 신뢰가, 어쩌면 원시적일 수도 있는 - 환자를 만져 보고 보듬고 관찰하는 - 과거의 방법이 비과학적이라는 불신을 일으켜, 환자와 의사 사이를 가로막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마치 환자와 의사 사이에 끼어든 로봇 닥 같이.
의학이 발달하면서 현대의학은 세분화되었다. 내가 전공하는 신경외과라는 작은 분야만 해도 뇌혈관질환을 주로 다루는 뇌혈관외과, 종양을 주로 다루는 뇌종양외과, 척추질환을 주로 다루는 척추외과, 동통이나 간질, 혹은 이상 운동성 질환을 주로 다루는 뇌정위기능외과, 어린아이 질환을 주로 다루는 소아 신경외과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렇게 세분화되어 있으니 전공 교수는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게 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하여서는 아는 것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더욱 나쁜 점은 어떤 증상이나 이상을 가진 환자가 오면 모든 증상이나 이상을 자기 분야에서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진단, 치료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세분화시킨 어떤 벽, 벌집 모양으로 작게 쪼갠 벽, 칸을 만든 이러한 벽이 환자와 의사 사이를 가르고 아울러 의사와 의사 사이도 가른다. 이것 역시 하나의 로봇 닥이 될 수 있다.
나는 내가 어렸을 적 내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CT나 MRI가 개발되기 전,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묻고 자세히 진찰함으로써 병변이 어디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진단하던 때를 그리워한다. 신경외과의사이면 머리수술도 할 줄 알고 척추수술도 할 줄 알던 때를 그리워한다. 하나의 환자를 놓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치료 방법을 결정하던 때를 그리워한다.
나와 환자 사이를 가로막는 어떤 기계나 벽, 어쩌면 나의 손끝이나 눈빛이 환자한테 직접 전달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그것. 그것이 컴퓨터이든, 의료 기구이든 세분화된 전공이든, 그러한 벽들은 사라져야 한다. 의사의 손길은 컴퓨터 자판대신 환자의 신체에 접촉하고, MRI나 CT 사진에 머무는 눈빛은 환자의 눈과 맞춰져야 한다. 각각 세분화된 벽들이 허물어질 때, 그때 우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던 ‘로봇 닥’은 사라질 것이다. 의사의 따뜻한 온기가 환자의 가슴에 전달될 것이며 그제서야 환자가 의사의 심장 속에서 뜀박질하는 사랑의 쿵덕거림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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