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한 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의료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진료하면서 느낀 바, 낙후된 환경의 의료시혜에서 소외된 환자들에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의료봉사 활동은 하면 할수록 봉사의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다는 배동한 교수를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만났다. 글&사진_정지선(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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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스의 여파로 환자들이 줄어서일까. 만면에 여유로운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인터뷰에 응해준 배동한 교수. 2013년 정년퇴임을 하고도 병원의 요청으로 초빙교수로 재직중인 그의 모습을 보며 문득 Old&wise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산부인과 교수로 평생을 진료 현장에 몸담아 오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환자들의 진료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배동한 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13년째 매년 초 설 연휴를 이용하여 낙후되고 가난한 라오스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던 초창기에는 주한 라오스 대사관에서 감사장까지 수여받았을 정도. 해가 거듭될수록 라오스와의 인연은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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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랑의 진료에는 차별이 없다

해외 의료봉사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0여 년 동안 주말을 이용해 충청도 서북부와 경기 남부의 저소득층 의료사각지대를 돌면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았다. 배동한 교수가 돌본 환자는 3600~4000명 가량이며, 보건 교육 및 위생 재건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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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도 종종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가끔 참여하곤 했습니다. 주말에 함께 강원도, 충청도 소외지역을 돌아보곤 하는데, 이런 의료봉사 활동이 여러 가지로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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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치 않게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이렇게 귀한 상을 받는 일이 부끄럽다”고 밝힌 배동한 교수. 무릇 봉사활동이 남한테 알려지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평생을 낮은 자세로 살고자 했던 삶과 맞지 않는다고 겸손한 속내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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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모르게 해야 진짜 봉사 아닌가요? 좋은 일은 남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미미한 활동에 이렇게 영광스런 상까지 주시니 과분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더욱 더 봉사활동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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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궁금해졌다. 어쩌다 산부인과 교수가 되었는지 말이다. 배동한 교수는 산부인과의 매력을 하나가 아닌, 두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란 데서 찾는다. 또한 그는 미국이나 서구 선진국에서는 유방암, 난소암이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나 동남아 저개발국가는 자궁암이 많다는 데 관심을 두고 공부해 부인종양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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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에 큰아버님께서 존경하던 내과의로서 봉사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스레 의사가 되어 봉직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했지요. 그저 별 대과없이 물 흐르듯 살아왔어요.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연구에 대한 관심, 교직에 대한 욕심이 있어 교육을 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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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의과대학을 1회로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5년, 군복무 후 서울제일병원에서 1년 정도 있었다. 그러다 순천향대병원의 기본 이념을 듣고, 순천향대병원에 평생을 몸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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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순쳔향대병원 설립자 기본정신이 바로 ‘하늘의 뜻에 따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라’인데요. 그 말이 참 좋더라고요. 질병은 하늘이 고치고, 의사는 옆에서 그 과정을 단지 도울 뿐이라는 설립자 정신이 마음 속 깊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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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에는 차별이 없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도 옆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의 이런 마인드는 학생들에게도 오롯이 전달된다. 평생 인간 사랑을 실천하는 진료를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2012년 5월 스승의 날,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주는 참스승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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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한 교수는 무척 바쁘게 지내왔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개원 이듬해인 1983년부터 지금까지 31년간 산부인과학교실에서 진료, 연구, 교육은 물론 대한부인종양콜포스코피학회 상임이사, 대한폐경학회 상임이사, 대한광역학학회 상임이사, 대한산부인과 내시경학회 부회장, 대한비뇨부인과학회 6대 회장과 대한노화방지학회 5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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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름다운 인생 후반기를 꿈꾸며

“의사가 된 지는 41년이고, 여기 순천향병원에서 32년동안 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간 주변에서 받은 많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의료봉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오히려 의료봉사 활동을 참 늦게 시작했다는 아쉬움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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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 의료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배동한 교수는 대학병원을 찾는 많은 이들과 달리, 아직도 시골에서 영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이 주변에 참 많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돌보아줘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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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 아니겠어요? 보람과 긍지, 사명감으로 계속해서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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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동한 교수는 홀로 의료봉사 활동을 다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1988년부터 다녀오던 교회 소속 의사들의 모임인 의료선교부가 함께 일을 도모했다는 것. 모두 30~40명 정도의 인원이 움직이는데, 15명의 봉사하는 의사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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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한 교수는 라오스 의료봉사 팀에서 산부인과 진료 책임을 맡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까닭에 그 나라 정부에서 정해주는 지역과 날짜, 장소에서 봉사활동이 이뤄지며 약과 장비까지도 검열의 대상이다. 트럭에 장비를 실고 가야 할 정도로 간단치는 않은 일이지만, 의사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면 굉장한 힘을 얻게 된다. 한번 갈 때마다 500명에서 많게는 1000여 명까지 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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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의료 현실은 아직도 우리나라 6,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만성질환자들이 많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1년 뒤 다시 갔을 때,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많이 좋아졌다고 고마워하면서요. 현지에서 감자다 고구마다 싸와서 감사의 의미를 전해주곤 하죠. 떠나는 날엔 와줘서 고맙다고 박수를 쳐주고 넙죽 인사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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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고마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그 때문에 의료봉사엔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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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대학병원에 몇 년이나 더 있을지 모르겠어요. 퇴임 후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본격적으로 의료봉사 활동에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금도 더 체계적으로, 적극적으로 봉사활동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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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의사, 약사가 있으니 어쩌면 가족 봉사의 형태가 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료봉사의 폭과 깊이를 넓히고 싶다는 의지다. 배동한 교수는 나이 들수록 더 현명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고 답하는 이 시대의 참 어른이었다. 너무 늦게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했음을 아쉬워했고 본격적으로 펼쳐질 의료봉사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면서는 천진한 미소를 보였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근사할 배동한 교수의 아름다운 인생 후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