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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뼈가 있는 말

  • 연도2020년
  • 수상동상
  • 이름장석환
  • 소속인제대학교서울백병원

뼈 사진이 회의실 스크린에 걸린다.

기막히게 수술이 잘 된 허벅지 뼈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여러 조각으로 골절된 뼈를 잘 맞춘 후 금속판으로 고정시킨 사진을 앞에 걸고 정형외과의 아침 회의는 시작된다. 여러 의사들이 전날 수술을 했던 환자들의 엑스레이 사진들을 보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서로의 수술과 노력의 결과를 보며 칭찬과 격려의 말을 나누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 의사가 다른 의사의 수술 결과를 비판을 하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의사가 치료한 결과를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곧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정형외과에서의 독특한 회의장면이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진행되는 이 컨퍼런스는 의사들의 학습과 토론의 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공적인 수술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자긍심을 북돋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야 결과가 좋은 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다른 외과 수술과 달리 골절 수술은 일단 잘만 되면 자랑스러운 결과물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옛날에 내가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뼈를 잘 맞춘다. 어렸을 때 조립식 장난감과 물리학을 좋아해서였을까, 아무튼 바스러진 뼈를 내가 수술하여 금속물로 고정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흡족 할 때가 많다. 뼈가 분쇄되고 주위에 붙어 있는 근육과 인대들로 인해 뼈 조각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도 시간과 공만 들이면 대부분 잘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손목이든 어깨든 뼈가 부러진 환자들이 진료실로 들어오게 되면, 나는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붙여드릴게요” 라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이렇게 자신감을 보여야 뼈 부러져 아픈 환자들의 마음도 달래고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항상 모든 수술의 결과가 좋을 수는 없다. 드물지만 골절 수술을 한 후 시간이 지나도 뼈가 붙지 않는 경우도 있고, 수술 부위에 감염과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고정한 금속물이 빠지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물론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해 보면 다 이유를 찾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치료 과정 중 원치 않았던 결과가 생기게 될 경우 환자들은 크게 당황하고 속상하게 된다. 이후 의사 환자간 유대감이 깨질 수도 있고 치료하는 의사의 프라이드에 흠집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계획대로 치료되지 않아 곤란한 경우 환자들의 불만에 대처하기 위해 항상 준비해두는 말이 있다.


“의학에서 ‘절대로’, ‘반드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떤 질병이 ‘반드시’ 좋아진다는 법은 없거든요. 의사들은 치료의 결과가 좋아질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모든 치료에는 결과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요. 제가 치료를 잘해드린다는 것은 이 가능성을 ‘0’으로 없앤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결과는 좋지 않지만 치료의 다음 단계를 생각해봅시다”


얼핏 냉정하고 재수 없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사실 예상하지 못한 난처한 상황임에도 앞으로 지속될 치료에 잘 협조 해 달라고 환자에게 부탁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 환자들은 떨떠름하게 수긍하게 되고 앞으로의 치료에 동의하게 된다. 골절 치료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비하여 내가 나름 준비해 둔 ‘뼈가 있는 말’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딱딱한 설명을 들으면 어떤 마음일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종종 필요할 때마다 써먹었다.


어느 지극히 평범하게 시작된 하루였다. 진료를 보고 있던 중 아버지 직장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쓰러지셨고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황급히 일을 마무리 짓고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근무 중 과로로 쓰러지면서 뇌출혈이 생겼고 의식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응급실 구석 침대에 누워 계셨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뇌출혈의 위치와 범위로 볼 때 수술은 어려운 상황이며 중환자실에서 주사약으로 치료하면 어느정도 의식의 변화는 생기겠지만, 생명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어제까지도 멀쩡하셨던 아버지였기에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가족들 모두에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후 나의 일상은 낮에는 진료를 보고 밤에는 아버지가 계신 병원 중환자실로 가는 것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중환자실 앞에 앉아 대기하면서 아버지가 의식이 깨어 다시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매일 면회시간이 되면 의식 없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희망을 갖고 힘내시라고 대답 없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약 보름이 지났을 무렵, 아버지 담당 주치의 선생님이 우리 가족들과 면담을 원한다고 연락이 왔다. 어머니와 함께 중환자실 앞으로 찾아 갔을 때 주치의 선생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의학에는 ‘절대로’, ‘반드시’라는 말은 없습니다. 어떤 질환이, 특히 뇌출혈이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 할 수는 없습니다. 아버님의 최선의 결과가 나올 확률을 위해 우리는 노력할 따름입니다만 …”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어떠한 내용인지 알았기에 가슴이 내려앉으면서 눈물이 흘렀다. 그때 느꼈던 비창한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버지의 상태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었다는 얘기였다. 아버지는 뇌사판정을 받고 며칠 후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세상에 뿌린 ‘뼈가 있는 말’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다. 너무나 아팠다. 왜 나는 아버지도 살리지 못하는 정형외과 의사가 되었을까 속상해 하며 내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였다. 진정으로 환자와 보호자를 치유할 수 있는 의사란 병이 잘 나았는지, 수술이 잘 되었는지 결과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절망과 슬픔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알게 되었다. 잘 조립된 뼈 사진만 보여주면 환자 치유가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계획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환자의 마음보다 내 자신의 마음과 자존심을 먼저 생각하는 나는 하수(下手)의 의사였다. 의사로서 알고 있어야 할 너무 기본적인 것인데 뼈 치료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람의 마음은 홀시하게 되었나 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일년이 지났다. 나는 예전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각자 다양한 이유로 팔 다리가 아파서 정형외과를 찾은 환자들 진료를 보고 있었다.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진 후 윗팔뼈가 부러진 할아버지가 팔을 부여잡고 딸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얼굴 표정에 걱정하는 마음이 역력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부러진 뼈의 분쇄가 심해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잘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수술이 반드시 잘 될 것이라고 장담은 못하겠습니다만, 제가 반드시 능력껏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는 약속드리겠습니다. 설령 문제가 생겨도 잘 치료될 때까지 끝까지 도와 드릴게요…”


…할아버지 손을 꼭 잡아드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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