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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저녁노을

  • 연도2023년
  • 수상동상
  • 이름배철성
  • 소속 포항여성병원·산부인과

K에게 그곳의 저녁노을을 보여주고 싶었다. 거기는 내가 이제껏 본 저녁노을 중에 가장 가슴을 벅차게 한 장소 중 하나다. 특히 무더위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초가을날이면 더욱 좋다.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카페의 마당 가장자리에 서면, 도담삼봉에서 시작된 거대한 U-자의 남한강이 두 팔로 부드럽게 도시를 감싸 안고 흐르는 풍광이 발아래에서 홀연히 나타난다. 바로 곁으로는 공중 부양을 꿈꾸는 패러 글라이더들이 마치 헤부치는 바람에 안절부절못하는 구절초꽃처럼 날아다닌다. 잠시 후, 하늘과 남한강이 맞닿은 서쪽 하늘 끝자락이 은근하게 달아오르면 다양한 붉은 색채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벌꿀보다 부드러운 황금빛을 띠는가 싶더니, 서서히 붉어지고 심지어는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즈음, 어느 틈엔가 옆에는 나란히 넋 놓고 노을을 쳐다보는 쑥부쟁이꽃들도 앉아 있다.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순간에도 온 힘을 기울이어 강렬한 붉은 피를 토해내는 노을은 차마 경이롭기까지 하다.


K는 소위 말하는 마당발을 가진 사람이다. 주변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과 후배들이 그를 따르는지 늘 부러움을 산다. 희한하게도 그의 주변에는 선배들이 별로 없다. 아니 선배가 없다기보다는 선배들도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심지어 나에게는 몇 해나 위인 선배와 우연히 함께 자리한 적이 있었는데, 그와는 친구 사이라 해서 한동안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편이다. 아니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박차고 일어나는 스타일이며, 남에게 쉽게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는 편이다. 어쨌든, 그에게 다양한 부류의 해결사 친구들이 있어 사회에서 곤란한 일들이 생기면 그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이 바로 해결이 되니 얼마나 든든한가. 물론 나 또한 그 해결사 중 하나이다. 가끔 다른 친구들이 나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때면 그를 통해 나에게 의뢰를 하곤 한다.


원래 재력가 집안에서 자란 그는 일찍이 사업으로 성공하여 남들이 부러워하는 40대 후반의 조기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키가 180cm에 가깝고, 군살이 별로 없는 약간의 근육질에다가,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해서 유도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이었다. 술은 한 번 마셨다 하면 밤을 새우기가 수도 없었고, 담배도 하루에 몇 갑을 쉽게 태워버리는 골초이기도 했다. 남에게 얻어먹기보다는 늘 먼저 일어나 계산을 하는 편이었다. 나도 남에게 신세를 지면 꼭 갚아야 하는 성격이라, 나와는 계산대에서 실랑이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러한 그의 성격 때문인지 주변에는 늘 친구와 후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4년 전의 일이었다. 평소보다 차분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K는 별말 없이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그나마 아직도 마음을 쉽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와 내가 유일하다며 이야기하는 그의 어깨가 오늘은 유난히 좁아 보인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가 내민 서류는 췌장 꼬리 부분에 자그마한 혹이 생겼다는 검진 초음파의 소견이었다. 적잖게 놀란 나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고, 며칠 전에 검사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며칠 동안 이런저런 고민을 하였던 모양이었다. 내가 신경을 쓸까 봐 먼저 이야기를 못 했다며, 마침 조카사위가 Y-대학병원에 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 그곳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통보하였다. 물론 전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한 의사 친구인 나에게 먼저 상의를 하지 않은 것이 약간 섭섭하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K는 지금 4년 동안 항암 투쟁 중이다. 그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었다. 체력 관리와 식이 조절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잘 지킨 그는 처음에 6개월 남았다고 했던 제한된 시계를 아직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이미 3번의 수술과 60번이 넘는 항암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잘 버텨내고 있는 그가 존경스럽다. 처음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에게 빨리 일어나서 다음 달부터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고집을 잘 굽히지 않는 편인데, 나와 ?의 이야기는 비교적 잘 듣는 편이었다. 그러자고 그도 약속했다.


천안으로 이사 간 ?는 대기업 임원을 지내다 몇 년 전에 은퇴하여, 우스갯소리로 자칭 ‘전업 투자가’라고 했다. 매달 부인에게 1박 2일 휴가를 내어주고 이곳으로 내려와 운동도 함께하고, 쓴 소주를 한 잔씩 나누며 어릴 적 골목에서 숨바꼭질, 치기 놀이를 했던 개구쟁이 적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씻어내곤 했다. K를 잘 따르는 후배 S가 모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S도 K에 버금가는 마당발이라서 그런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운동 예약을 쉽게 척척 해냈다. 아주 무더운 여름이거나, 살을 에는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매달 1박 2일 회동을 했다. 모임 전날이면 마치 초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소풍 전날처럼 가슴이 쿵쾅거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난달 여느 모임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위해 4인방이 모였다. 운동을 마친 후 저녁 자리에서 K는 “이제 힘이 빠지니, 유난히 공이 잘 맞았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오늘이 마지막 골프라운딩이 될 것 같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항암 치료를 그만하기로 했단다. 담당의가 약물을 여러 가지로 해 보았으나, 이제 더는 약물치료가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 그도 선뜻 동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의 시계를 더는 움직이게 하기가 벅찼던 모양이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암표지 수치, 몸 상태와 치료 방법들을 상의한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나로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친구랍시고 곁에서 소극적으로 참관만 하였던 나에게 화가 났을까, 무엇인가를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날 저녁에 오랜만에 아픈 친구에게 화를 내었다. 왜 예전의 강인한 너의 모습을 버리고, 이리도 쉽사리 포기하느냐고.


서울로 가는 KTX 열차에 올랐다. 혹시라도 있을 다른 치료 방법에 대해서 그나마 내가 담당 교수와 상담을 해 주었으면 하는 가족들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물론 K의 고집스러운 성격이 그러한 환경을 만들었겠지만,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평소라면 남에게 불편을 주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침 한 달의 휴직계를 낸 터라 이전과는 다르게 내가 시간이 좀 더 여유로운 상황이었음을 알고, K와 담당 교수에게 다시 치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것이었다. 담당 교수를 만나, 지금까지 그 힘든 항암 치료를 잘하기 위해 식이 조절, 체력관리를 너무나 강박적으로 완벽하게 해 온 친구의 일상생활이며, 4년 동안의 항암 치료 중에도 매달 일반인처럼 운동한 이야기, 그리고 미리 가족들과 상의한 새로운 임상시험 중인 약물이라도 가능하면 치료해 주기를 부탁해 보리라.


어렵게 B 교수와의 면담이 성사되었다. 그는 물론 나보다는 후학이지만,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췌장암의 명의 중 한 명이다. 친구가 의사랍시고 보호자로 찾아온 것이 약간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진료 기록과 영상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이미 간의 2/3 이상에 전이가 되었고, 황달이 시작된 터라 더 이상의 약물치료는 간 손상을 가속하는 것 이외에 득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임상시험 중인 약물까지 3차례나 사용했었다. K는 그동안의 진료 상황 전부를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단지 치료를 잘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만 믿고 자세히 챙겨보지 못했던 미련한 나에게 화가 났다. ‘환자는 떠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직 가족과 주변에서 보낼 준비를 못 한 것 같습니다.’ 담당 교수를 설득하러 갔다가 오히려 그에게 설득을 당한 꼴이었다.


이번 달 모임으로 친구들에게 단양으로의 2박 3일 여행을 제안했다. 그에게 그곳의 노을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 여행을 많이 다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K도 단양은 어릴 적에 가 본 기억이 있어 가고 싶어 했다. 그동안 진중하지 못했던 나의 의료 상담이 그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도 못한 죄책감, 그리고 지금도 내가 의학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속상함 때문이었을까? 다만 가장 가까이 있는 나로서는, 그가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인 것 같았다.


서서히 시계를 끄려고 하는 그에게 생각만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황달이 진행되었고, 그의 유난히 단단했던 근육은 이제 인대만 남아있는 듯, 몇 발자국도 내디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지막까지 강인했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며, 곁에는 우리가 함께 있다며, 일종의 그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강제로 걷게 했다. 그는 바르작거리며 대여섯 발자국 정도 걷는 흉내를 내고는 우리의 눈치를 보았다. ‘이 정도 걸었으면 되지 않았니?’라고 하는 듯했다. 잠시만 걸어도 어깨와 등의 근육에 경련이 와서 걷기 힘들다는 그는 억지로 마지막 발자국을 친구들을 위해 내디뎠던 것 같았다. 결국은 우리가 그를 배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남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배려한 것이었다. K의 시계는 점차 바래어지고 있었으나, 그날 저녁노을은 유난히도 오랫동안 그 붉은 빛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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