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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경계를 넘어

  • 연도2023년
  • 수상동상
  • 이름조지현
  • 소속국립중앙의료원·정신건강의학과

새벽 네 시 반, 어김없이 정신과 당직폰이 울렸다. 응급실에는 기나긴 밤 여러 가지 생각들로 분, 초를 견디기 힘들어 죽고 싶다는 환자들이 몰려왔다. 어떤 이는 그렇게 응급실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로, 또 어떤 이는 분, 초를 다투며 응급수술을 위해 외상 외과로 연결된다. 당직실의 무지막지한 어둠, 공기의 흐름조차 끊긴 듯한 정적 속에서 갑자기 귀를 찌르는 듯한 콜이 울릴 때면 만감이 교차한다. 찰나의 순간, 당장 어느 한적한 바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나약한 생각과 새벽 시간 찾아온 미지의 환자에 대한 낯선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어떤 주문 같은 다짐과 별의별 생각이 뒤죽박죽되어 머릿속을 맴돈다. 그렇게 나는 생각의 통로를 지나 어느새 응급실에 도착했다. 낯선 이와의 면담을 위해 앉은 응급실 안 진료실. 저 멀리 어디에선가 해가 떠오르는 푸르스름한 새벽, 면담을 시작하면서 나는 곧 진정을 되찾고 머릿속은 차분해졌다


응급실에서 내가 마주한 환자들은 마치 도미노처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일들 가운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견디고 견디다가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여기까지 왔다. 두 번째 자살 시도. 공교롭게도 나와는 응급실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환자였다. 환자의 신체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어 정신과 면담을 할 정도는 되었고,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환자는 정신과 당직의인 나와 두 번째로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쪽팔리고 부끄럽다’라고 했다. ‘내가 정신이 조금만 더 멀쩡했더라면’ 지금의 자신처럼 앉아 있는 사람에게, 얼른 일어나 정신 차려 보라는 말들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자신도 다 안다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바보 같고 멍청해 보일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선생님은 이런 일 안 겪어보셨을 것 아녜요, 사람들한테 배신당하고 이런….”


그 순간, 교과서에서 배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의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는다는 기본을 잊은 채 말해버렸다.


“저도 겪어요…. 게다가 저는 스스로한테 ‘넌 정신과 전공의라는 게 아직도 사람도 제대로 하나 파악 못하고’ 하는 자괴감까지 가중시켜서….”


환자는 울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몇 초간의 정적과 환자 울음소리.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간다.


“당직 설 때도 어떤 날은 울다가 눈물 닦고 응급실 내려올 때도 있어요. 근데 그게 뭐가 쪽팔려요. 사람이 다 똑같은데…. 그래도 제가 배운 게 하나 있다면요, 내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예요. 어떤 상황도, 다른 어떤 사람도 아니고요, 그냥 나 자신. 이렇게 다치면 안되잖아요, 몸도 마음도요.”


천천히 말했다. 그게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그때부터 환자는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무슨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함께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때때로 응급실에서는 그런 엄청난 무력감이 몰려와 나를 짓누르곤 했다. 응급실에서 이 짧은 시간 안에 겨우 전공의인 내가 죽고 싶다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모니터에 띄워진 [정신과적 응급처치]라는 처치명과 내 몇 마디 말들로는 소용도 없을 낯선 어느 사람의 죽고 싶은 밤. 내 머리가 아득해져 버려서 나는 이토록 철없는 위로의 말을 내뱉었는지도 모르겠다. 죽는 것 말고는 살아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해버린 것일까…. 잠시 후회를 했다가,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최선이었다고도 위로한다.


매일 밤 응급실에서는 한바탕 난동이 벌어지고, 우리는 우리가 배운 대로, 훈련받은 대로 천천히 하나씩 처치한다.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하고, 또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 가운데 개방병동에서 지낼 만한 이들은 상의 후 병동으로 올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 모든 처치를 거부해서 어쩔 수 없이 퇴원약 몇 가지만 처방해 돌려보낼 때도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외래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해 보지만 허공에 외치는 기분일 때도 있다. 또 어떤 날은 응급실에서 한없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가차 없이 증상조절을 위한 할로페리돌을 처방해 주사하는 순간도 있다. 이 모든 일 들을 처리하다 문득 융(C.G.Jung)의 말이 떠올랐다. “In all chaos, there is a cosmos. In all disorder, a secret order.” 모든 혼돈 속에 질서가 있고, 모든 무질서 가운데 비밀 같은 질서가 있다는 말. 새벽의 응급실이 딱 그렇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불편한 증상과 생각들을 말하고, 우리는 거기에 맞추어 약을 결정하고 처방을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로서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환자들이 말하는 내용 그 이면의 일들이다. 환자들이 나와 마주한 진료실에서조차 말하지 않는, 아니 말할 수 없는 일들과 상처들, 수면 아래의 생각들이 궁금하다. 피상적인 이야기 그 아래 어디엔가 깊이 쌓여있는 심연의 고통을 겨우 3년차 전공의인 내가 이해할 수나 있을까. 이렇게 치기 어린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까, 때로는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진료실에 잠시 앉아 몇 마디의 문진과 면담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 어느 한 켠이 언젠가 회복되기를, 아니 회복되는 정도가 아니라 한계 없이 자유로워지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당신 있는 모습 그대로 훨훨 날아 경계를 넘어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림자로부터 빛을 선택하기를, 그렇게 또 하나의 경계를 넘어 죽음에서 삶을 선택하기를 꿈꿔본다. 우리 모두에게 삶은 매일 너무 생경하고, 유약한 우리는 매 순간 한계와 맞서지만 서로 그렇게 상처를 감싸 치료하고 때때로 위로하면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걸어가 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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