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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써니와 쑤언

  • 연도2023년
  • 수상동상
  • 이름김철환
  • 소속새서울의원·가정의학과

이 마을은 여의도 6배 크기의 거대한 미군기지 바로 앞에 자리한 기지촌이다. 나는 이 기지촌 유흥가 ‘로데오 거리’에서 20년째 작은 의원을 열고 있다.


‘춘자 할머니 써니’와 ‘응우옌 쑤언’, 그녀들을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이다. 써니는 ‘로데오 거리’ 미군 전용 클럽의 사장이었고, 쑤언은 베트남 출신의 클럽 매니저였다. 미군 클럽의 마지막 호황기였던 것 같다. 거리 곳곳마다 술에 취한 미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녔고, 클럽마다 동남아 등지에서 온 아가씨들이 미군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있었다.


어느 날 20여 명의 동남아 출신 아가씨들이 우르르 병원으로 들어왔다. 그 맨 앞에서 쑤언이 무리를 지휘하면서 줄을 세웠다. 아가씨들의 줄이 세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흔이 넘었는데도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진한 화장을 한 써니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써니는 쑤언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와 다짜고짜 할 말을 쏟아냈다.


“우리 애기들 독감 접종할랑께 잘 부탁허요, 원장님. 글고 앞으로 우리 애기들 아프면 여기 쑤언이가 뎃꼬올 것잉께 잘 봐주쇼.”


써니는 호탕한 성격의 전라도 출신 할머니였다. 그 옆의 쑤언은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영민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써니는 베트남 이름 ‘쑤언’이 우리말로 봄이라며, 쑤언을 ‘봄이 봄이’ 하면서 딸처럼 챙기고, 쑤언도 엄마처럼 써니를 따르고 도와주고 있었다.


이 마을 노총각 영달과 국제결혼을 했던 쑤언은 민지라는 여섯 살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입술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민지가 아버지 영달과 함께 병원에 나타났다. 유치원에서 짓궂은 남자아이가 ‘넌 너무 까매’라며 밀치는 바람에 책상 모서리에 입술을 부딪쳤다고 했다. 이미 고주망태가 된 영달은 민지를 간호사들에게 맡기고 병원 대기실 의자에 드러누워 있었다.


겁에 질렸지만 아이답지 않은 차분한 모습으로 간호사에게 안겨 있던 민지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까무잡잡하고 오목조목 예쁜 얼굴에 하얗게 빛나는 눈은 한없이 깊고 슬퍼 보였다. 주사를 맞고 봉합을 하는 내내 아픈 소리 한번 내지 않는 아이를 지켜보자니 마음이 더욱 아팠다.


놀라서 달려온 쑤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봉합 처치를 끝냈고, 그사이 영달은 코를 골며 늘어져 자고 있었다. 민지를 감싸 안은 그녀의 등이 소리 없이 흐느끼며 들썩이고 있었다.


“남편이 아니라 웬수네요. 시간 맞춰 가서 데려오라고 했는데, 어디서 술 퍼먹다가 유치원에 늦게 가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다네요.”


손녀처럼 아끼는 민지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써니도 곧장 달려왔다. “오메! 민지야, 얼매나 놀래고 아펐겄냐? 어떤 놈의 새끼가 그랬데?” 하며 민지를 달래줬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듣더니 병원 한쪽에 드러누워 있던 영달을 흔들어 깨워 ‘짝’ 소리가 나게 뺨을 갈겼다. “니가 남편이고 애비냐? 염병 지랄하고 있네”라며 버럭 화를 냈다.


그 후 영달의 알코올 중독은 점점 더 심해졌다. 처음 결혼했을 때는 양계장도 잘 꾸리고 건실했었다고 한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말고는 가족의 품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던 그가, 베트남에서 어여쁜 신부를 데려와 가정을 꾸리고 딸도 낳았으니 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2년 연속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키우던 닭들을 다 죽이고 나니 다시 일어설 수가 없었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쌓였고, 절망감에 점차 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병원 앞 편의점에 아침부터 술판이 벌어지면 영달이 매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술판이 끝나면 병원으로 기어 올라와 드러눕고, 주사를 놔달라며 떼를 썼다. 이제 그는 모든 걸 포기해 버린 사람 같았다.


마침내 영달이 큰일을 저질렀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술을 먹고 와서 병원 접수대 앞에 드러누웠다. 간호사가 일으키고 내보내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간호사의 멱살을 잡고 “목을 베 버리겠다”, “죽여 버리겠다”라며 미친 듯 날뛰었다. 파출소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폭행과 협박을 한 CCTV 촬영 영상을 본 경찰들은 그를 현행범으로 잡아갔다.


섬?한 위협을 당한 간호사들을 달래고 나도 뒤숭숭한 마음에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쑤언이 민지와 함께 나타났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두 모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한 번만 영달을 용서해 달라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빌었다.


놀라고 화가 났던 간호사들도 두 모녀의 가엾은 모습에 모두 억장이 무너졌고, 함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영달을 알코올 중독 치료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하고 직접 위협을 당한 간호사가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쑤언은 이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달과 이혼했다. 영달의 빚을 감당할 수 없었고 반복되는 주정과 폭행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쑤언이 처녀 시절, 베트남에 한류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한국 남자들과의 국제결혼이 유행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 년 수입의 두 배가 넘는 돈을 빌려서 그녀를 ‘국제결혼 중매업체’에 등록시켰다. 마을 처녀 십여 명과 한국에서 온 노총각 다섯 명이 함께 선을 봤고, 그중에 눈이 맞은 영달과 삼 일 만에 결혼식을 치르고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그 후 큰 빚을 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베트남 가족들의 생계는 한국에서 보내는 쑤언의 송금에 의존하게 되었다.


영달과 이혼하고 쑤언은 더 열심히 일했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통 클럽을 관리하고 직원들을 돌봤다. 이렇게 죽으라고 일을 해야 고향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돈을 보내고 민지를 키울 수 있었다.


쑤언에겐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10여 년의 세월이 그렇게 쏜살처럼 흘러갔다.


써니는 이제 팔십이 넘어 아무리 염색과 화장으로 꾸며도 세월과 병의 흔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아플 때마다 시골 약방에서 사다 먹은 스테로이드 성분의 통증약들이 ‘쿠싱증후군’이라는 무서운 병을 만들었다. 점점 얼굴이 달덩어리 모양으로 변하고 온몸이 붓더니, 부신 간 콩팥 심장 등 장기들이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써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클럽의 미군 손님들도, 일하는 아가씨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로데오 거리’를 텅 빈 유령도시로 만들었다. 써니 클럽도 직격탄을 맞았다. 술을 먹으러 나오는 미군도 없고, 모여서 술을 먹을 수도 없으니 매달 적자만 수천만 원 생겼다고 한다. 결국, 써니 클럽도 문을 닫았다.


쑤언이 어두운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병원 중환자실 치료를 중단하고 집에서 연명하던 써니가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왕진 가방을 챙겨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은 아무런 후회나 여한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곁에는 평생을 자매처럼 지낸 기지촌 할머니들(1960년~70년대, 20대 초반에 미군 위안부로 들어와서 지금은 거의 80~90세 사이의 노인이 되어버린)이 함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도 쑤언처럼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고,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기지촌 미군 위안부로 들어왔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 말년에 미군 클럽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기지촌에서 딸이 지내는 걸 부끄러워한 부모님과는 내내 연을 끊고 살았다. 공부하라고 돈을 보내줬던 오빠 동생들은 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연락조차 없었다고 한다.


모든 건 다 지나가고 새로운 봄은 다시 온다. 다만 지나간 것 중에 무언가는 사무치게 그립고 아플 뿐이다. 쑤언에게 써니는 언제나 사무치게 그립고 아픈 사람일 것이다.


써니가 떠난 집 앞마당에 작고 여린 노란색 애기똥풀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눈부시게 피어난 어여쁜 애기똥풀들처럼, 온 힘을 다해 살아온 써니와 쑤언의 일생은 어떤 크고 화려한 꽃보다 아름답고 귀하다. 아프고 힘겨웠지만, 결코 멈추거나 쓰러지지 않은 그녀들이 있어서 세상은 끝내 이어지고 삶은 다시금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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