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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죽음 값 만 원

  • 연도2006년
  • 수상대상
  • 이름권준우 과장
  • 소속홍성의료원 신경과



“먹고 죽을 약 좀 주시우.”

책상 너머에서 한숨처럼 흘러드는 목소리. 외래 차트에 바쁘게 글씨를 써가던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혼탁해 보이는 눈동자와의 말없는 교차. 이윽고 할머니의 말씀이 흔히 말하는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은 나는‘특이사항 없음’ 라고 적었던 외래 차트에 줄을 직직 긋고 볼펜을 내려놓았다.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낀 후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문에서 스며든 봄날의 햇살이 어른거리는 오후였다.

“그런 약 없어요, 할머니. 뭐에 쓰시게요?”

“뭐에 쓰긴, 죽을라고 그러지요.”

“갑자기 죽긴 왜 죽어요 할머니. 지금까지 치료 잘 받아오시고는.”

나의 핀잔에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젓는다.

“아주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여. 늙었으면 곱게 죽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풍이나 맞아 이 모양을 하고 앉았으니, 아들내외 볼 면목두 없고……. 그래서 부탁인데 말이여, 먹고 죽는 약 좀 주시우. 그냥 해까닥 쉽게 가버리는 약으로.”

“그런 약 없대두요.”

나는 딱 잡아떼고는 할머니의 시선을 피해 모니터 여기저기를 클릭하는 척 했다. 그 와중에도 할머니는 넋두리처럼 죽어야지, 죽어야지 말을 되뇌셨다.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생겨 입원하셨던 할머니는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아 곧 퇴원하실 수 있었고, 그 후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며 투약을 받으셨다. 지금까지 약도 잘 드셔서 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뜬금없이 죽는 약을 달라는 것이다. 할머니는 책상 너머에서 몸을 바짝 기울여 간호사가 듣지 못하도록 소곤소곤 말을 잇기 시작했다.

“이러구 살면 뭐혀. 안 그러우? 그러니까, 내가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부탁 좀 헐게.”

“할머니, 아무리 부탁을 하셔도 그런 약은 없다니까요.”

한참동안 나와 실랑이를 하던 할머니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뭔가를 꺼내더니 주위 눈치를 보며 내 손에 쥐어주셨다. 반듯하게 접혀진 만 원짜리 지폐였다.

“내가 가난해서 이것밖에 드릴 게 없어. 그러니까 잘 좀 해줘요. 응? 그냥 한방에 죽을 수 있는 걸로.”

“할머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는 당황해서 할머니에게 다시 돈을 넘겨주었지만,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던지듯이 지폐를 내 자리에 놓고는 화급히 진료실을 나서셨다. 부탁한다고, 좋은 약 좀 달라며 종종걸음 치는 할머니.? 나는 벌떡 일어나 할머니를 제지하려 했지만 다른 환자들이 보고 있는데 돈 가져가시라고 소리를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없이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할머니는 진료실을 나가버렸고 나는 밀려드는 환자로 더 이상 할머니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환자들을 보고 겨우 숨을 돌리니 책상 위에 곱게 접힌 만 원짜리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 이유를 알 수 없는 언쟁들. 힘겨운 표정.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

뇌졸중을 앓는 환자들은 쉽게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상황을 납득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지, 병원비며 치료비가 많이 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세상에 믿지 못할 거짓말 중 하나가 ‘늙으면 죽어야지’라는데, 사실 그 말이 모두 거짓은 아니리라. 남에게 폐가 되느니 죽는 게 나을 텐데, 차마 죽을 수가 없으니 정말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을 떠올린다. 친구들의 괴롭힘 후 골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쓰디쓴 소주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상사의 꾸지람과 주변인들의 무시가 담긴 눈총을 받고 자신의 무능함을 통감하며, 집안에 돈 될 것은 하나도 없는데 보증 때문에 빚더미에 앉게 되었을 때, 교통사고로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을 때…… 위태위태하게 붙잡고 있던 삶의 밧줄을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온몸에 사무칠 때가 있다. 하지만 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나는 창가에 기대서서 한참동안 그 지폐를 응시할 뿐 지갑에 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뭐랄까. 이 지폐를 내 지갑에 넣는 순간 할머니와 나 사이에 모종의 계약이 성립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찝찝하고 불쾌한 느낌이 지폐 주위를 감돌았다. 죽음 값 만원. 할머니가 내게 던지고 간 죽음에 대한 대금은 꽤나 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물론 난 할머니가 원하신 대로 좋은 약 즉 뇌졸중에 아주아주 좋은 약을 드릴 수밖에 없었지만, 2주일 후에 할머니가 오셔서 나의 처방에 화를 내시지는 않을지 혹은 2주 후에 병원에 나오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항우울제를 조금 드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결국 나는 그 만원을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2주일을 지냈다. 단돈 만원일지라도 내게는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부담이었기에.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2주 후에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나타나 나로 하여금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해주셨다. INR 수치도 만족스러워 약도 잘 드신 것 같았다. 이런 일이라면 거짓말도 좋고, 양치기소년도 좋다.

삶의 무게는 평소에는 공기처럼 가벼워 느껴지지 않다가도 아주 작은 계기만 있어도 천근만근 어깨를 짓누르곤 한다. 보통 사람들도 그러한데 하물며 뇌졸중과 같은 큰 병을 앓는 분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의사라는 직업상 심각한 질환과 증상에만 관심을 갖다보면 세세한 마음속의 상처들을 무심코 지나치다가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맞게 되기도 한다. 할머니 얼굴을 다시 보게 되니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환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적인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으리라.

결국 그 만 원짜리는 내 주머니 안에서 며칠간 숨어 있다가 어느 식당의 카운터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용 돼지저금통에 들어가고 말았다. 할머니의 아픔이, 죽고 싶어도 차마 죽지 못하는 슬픔이 자꾸만 전해지는 것 같아 도저히?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전들이 수북한 돼지 저금통에 만 원짜리 지폐를 집어넣자 친구가 왜 그렇게 큰돈을 넣느냐고 묻는다.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죽음 값이야. 하지만 이젠 필요 없어.”

뭔 헛소리냐는 듯한 친구의 표정에 나는 그만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바람이 상쾌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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