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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머리카락

  • 연도2006년
  • 수상금상
  • 이름허원주 교수
  • 소속동아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아내는 화장대 거울에 까까머리 뒷모습을 비쳐 보며 자꾸 쓰다듬고 있었다.“나, 뒤꼭지가 너무 못 생겼어. 보기 싫어”거울 속에서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이 마당에 웬 뒤통수 타령. 하긴, 아내는 풍성하고 탐스런 머리숱이 큰 자랑이었으니 며칠 전 파랗게 밀어버린 머리에 쉽게 적응하기 힘든 모양이다.“당신 뒤꼭지가 어때서 그래. 귀엽잖아.”내가 보기에도 아내 뒤통수는 좀 편편하긴 하였다. 어설픈 손놀림으로 가발을 쓰고 있던 아내는 흘낏 날 쳐다보며“오늘 일요일이니 애들 데리고 뒷산에라도 좀 갔다 오세요”하였다.

 아내는 소아과 의사다. 그해 겨울 인플루엔자가 극성을 부려 소아과마다 독감환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아파트 상가 안에 작은 의원을 경영하는 아내는 진료가 끝나면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곤 했는데 어느 날 퇴근 후 오른쪽 젖가슴에 콩알만한 몽우리가 만져진다 하였다. 방사선 치료를 전문으로하고 있는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차일피일 검사를 미루고 있었고 한 달 뒤 몽우리는 밤톨만한 덩어리로 커져있었다. 유방암! 세상에, 이런 일이. 암을 전문한 남편을 둔 여의사가 졸지에 암 환자가 되어버리다니.

수술 결과 비교적 초기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방사선 치료를 해주었던 말기 유방암 환자들이 떠올라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유방암은 폐경 전 젊은 환자들이 오히려 예후가 좋지 못해 전신으로 전이된 상태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오곤 했다. 40대 초반인 아내는 호르몬 수용체를 비롯하여 예후관련 지표들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술 후 체력관리를 하고 있던 아내는 오히려 표정이 밝았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이제 수술도 받았으니 암 전문가인 남편이 마누라 병 하나 못 고쳐 줄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 항암제에 전력투구를 하자. 나는 모질게 마음을 다잡았다. 항암치료를 담당할 종양내과 교수는 이미 아드리아마이신 복합요법으로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제대로 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속절없이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던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을 것이다. 체력만 버텨 준다면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가장 확실한 약제를 쓰는 거다. 통계적으로도 승산은 충분하다. 하지만..... 독한 약물에 골수가 망가져 세균감염과 패혈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몰리던 예외적인 환자들의 모습만 눈앞에 어른 거렸다. 어차피 초기(初期)에 가까운 병기(病期)잖아, 차라리 부작용이 좀 덜한 약제를 써도 되지 않을까? 안 돼, 조금이라도 재발할 여지를 남겨두어선. 선택은 나의 몫이었고 운명은 우리가족 모두의 것이 될 참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애들을 데리고 아파트 뒷산을 올랐다. 절정으로 치닫는 신록의 기세에 봄은 벌써 저 만치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우리가족의 잃어버린 봄. 나에게 이 계절의 주말은 골프와 학회의 날들이다. 발병 전 아내가 주말마다 애들과 뒷산을 오르는 것을 짐짓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애들과 함께 이런 길을 걷는 것이 얼마만인가. 집안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풀이 죽은 채 올라가는 애들 뒷모습. 애처로웠지만 기분을 달래 주고 싶을 만큼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아빠, 울 엄마 죽어?” 중턱쯤 올라가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초등학교 2학년 아들놈이 불쑥 묻는다. 가슴에 철렁 파동이 일었다. 철이 든 제 누나는 동생에게 험악하게 눈 꼬릴 치켜뜨고 있었고. 적당한 대답을 찾으려고 뜸을 들이는데 아내가 항암치료를 받았던 지난 몇 주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생에 가장 암울했던 날들이었다.

 첫 번째 사이클의 항암제 투여 후 아내는 초죽음이 되었다. 전신에 퍼진 독한 약 기운으로 일주일 밤낮을 뜬눈으로 신음하였다. 방안과 화장실을 헤매 돌며 숨 가쁜 토악질을 수없이 해대고 간호하는 사람까지 만신창이 되었다. 체중은 일주일새 4kg이나 내렸다. 이런 지옥을 앞으로 다섯 번을 더 겪어야 하는 것이다. 비로소 실감나는 두려움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항암제의 종류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달 후, 두 번째 사이클이 끝나자 아내의 머리칼이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하였다. 까짓것,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머리카락 좀 빠지는 게 뭔 대순가. 하지만 급성 부작용이 진정되면서 머리카락은 점점 우리 부부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다. 처음 며칠 동안 아내는 매일 아침 침대 머리맡에 앉아 빗질을 하면서 흘러내리는 머리털을 신문지에 싸 담고 있었다. 탈모현상은 하루하루 눈에 띄게 심해졌다. 마치 털갈이를 하는 포유동물처럼 빠진 머리카락은 자고난 아내의 머리맡과 베갯잇을 새까맣게 덮곤 했다. 침대시트와 방바닥 구석구석을 어지럽히고 때때로 화장실의 세면대 곳곳에 물기에 젖은 채 가닥가닥 붙어있었다. 나는 눈에 띄는 대로 그것들을 몇 올씩 채집하듯 모아 버리곤 하였는데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머리카락 수가 많아질수록 몸속의 암세포도 많이 줄어들고 있을 거라는 어설픈 착각이 들곤 하였다. 아무렴, 생머리가 이렇게 빠질 때는 암세포도 배겨 나지 못할 거야라고 자위하면서 환자에게도 그렇게 말해 주었다.

 탈모가 진행되면서 아내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낯설어져 갔다. 마침내 남아있는 머리칼이 을씨년스러울 정도가 되었을 때 나는 아내에게 차라리 삭발할 것을 권유하였다. 그날 아내는 어여쁜 비구니가 되었다.

 애들에게 엄마 상태를 소상하게 설명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몇 년 전 조문했던 장례식장 풍경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흑백 사진으로 웃고 있던 그 유방암 환자는 고등학교 동기생의 부인이었다. 수술 후 뇌전이가 발견 돼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예정된 죽음의 절차를 수행해주고 있다는 느낌으로 치료하였다. 그날, 혼자 영정을 지키고 있던 친구와 맞절을 하고난 뒤 참으로 엉뚱한 조문이 나와 버렸다. “애들은 다 어디 갔나?”“응, 아직 어려서 외갓집에....”.직접 치료했던 환자의 장례식이라 어색하고 불편한 심기가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리라.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어버리고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한 애들을 생각하며 또래의 자식을 둔 애비로써 연민의 정에 가슴 답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애들에게도 죽음의 충격을 미리 단련 시켜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딸은 터질듯 울상을 지었지만 아들은 그저 무덤덤하였다. 하기야 너희들이 죽음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괜한 짓을 했나 싶었다.

 하산 길, 아파트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아들놈이 갑자기 뒤가 마렵다는 것이다. 평소에 없었던 일이다. 어쩌면 방금 들은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 없이 나섰던 산행이라 휴지가 있을 턱이 없다. 조금만 참으라고 윽박질렀지만 아들은 점점 죽을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빠 나 옷에 쌀 것 같아. 안 되겠다. 빨리 숲길 안쪽으로 들어가서 일을 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두리번거리는 데, 애는 벌써 좁은 등산길 바로 옆에서 바지를 내리고 있었다. 채 바지를 다 내리기도 전에 압력은 거침없이 분출되고 있었고 엉겁결에 바지를 내리는 것을 거들던 내 손과 옷가지에 흙탕물처럼 배설물의 파편이 튀어 올랐다. 아무리 자식 똥은 향기롭다지만 그 순간만은 아니었다.

 일이 끝난 뒤가 더 문제였다. 눈에 뛰는 대로 풀잎, 나무 이파리들을 뭉쳐 엉덩이 주위를 정리해 줄 수밖에 없었다. 내 손은 점점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 가고 있었고 시간은 그 자리에 멈춘 듯하였다. 집으로 내달아 부리나케 안방 화장실문을 차고 들어갔다. 세면대 물을 틀어둔 채 손가락 마디마디를 비눗물로 박박 씻고 또 씻었다. 노란 찌꺼기가 흰 비누거품에 녹아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조금 전 산에서 벌어졌던 황당했던 일과 내 꼬락서니가 떠올라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꿈이라면, 이 모든 일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꿈이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얼핏 비누물이 세면대에 좀 오래 머문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눈을 하고 보니 세면대 배수구에 머리카락 몇 올이 엉켜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아내가 삭발하기 전에 흘러져 한동안 그곳에 숨어 있었던 게 틀림없다. 놈들은 그렇게 떨어져 사라지는 것이 사무치게 억울하다는 듯 억척스레 똘똘 뭉쳐져 있었다.

 한참을 그 머리카락들을 노려보고 있으니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놈들에 대한 맹렬한 적개심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래, 이것들을 지금 완전히 끝장을 내야 해. 어느새 나는 손톱을 세워 배수구 구멍 속을 헤집고 있었다. 아내 몸속 어디쯤 남아있을 암세포들에 대한 날선 두려움이 머리카락에 대한 집요한 분노로 바뀌면서 머릿속은 때늦은 열통이 터지고 있었다. 마침내 비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놈들을 모조리 손가락 끝에 잡아채고 고개를 든 순간, 세면대 거울 속에 까까머리 아내의 젖은 눈과 마주쳐 버렸다. 언제부터 내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었나. 산에서 일을 애들에게 들었을 것이다. 엉겁결에 나는 막 건져 올린 머리카락 뭉치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싱긋 웃어 주었다. 마지막 비눗물이 자지러지듯 배수구를 빠져 나가는 소리가 흐릿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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