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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전의 아버지를 만나는 일

  • 연도2010년
  • 수상금상
  • 이름송윤주
  • 소속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비범한 아버지를 둔 것은 반드시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더욱 그렇다. 분명히 좋은 환경과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잘 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 그러면서도 왜 내가 아버지와 비교가 되어야 하나라는 억울함, 어쨌거나 아버지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나에 대한 패배감에 눌려서 를 찾기도 전에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흉부외과 의사다. 늘 수술에 바빴던 아버지는 새벽에야 퇴근하곤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온 시간이면 다들 일어나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족들의 일상이었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항상 잠이 덜 깬 어머니가 꺼내오던 따뜻한 감자며 군고구마, 아버지의 이마에 선명하던 수술 모자 자국, 그리고 아버지의 반짝이던 눈빛을 바라보다 잠이 들던 새벽이 떠오른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일수록 아버지는 소년처럼 신이 나 있었고, 대부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듣고 있노라면 어쩐지 나까지도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매번 다르면서도 하나의 섭리에 의해 조율되는 인체라는 신비로운 바다, 그 바다를 탐험하고 온 선장 같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은 신나고 재미있는 것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나도 의사가 되고 싶었다.

천신만고 끝에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에서야 내가 과학에 관심도 재능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커다란 불운이었다. 숨막히는 분위기와 엄청난 양의 공부들. 나는 한 달도 못 가서 질려 버렸다. 게다가 아버지처럼 대학 교수가 되는 것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고 나서 나는 더욱 주눅이 들었다. 기초적인 학문에서부터 세부적인 분야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던 아버지는 지루해하는 내게 끊임없이 쉽게 의학을 가르쳐 주려 했지만, 나는 따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가르쳐 주려는 아버지와 도대체 그게 왜 재미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나 사이에는 점점 더 깊은 골이 패여 갔다. 아버지는 더 알려고 하지 않는 나를 안타까워하면서 실력이 없는 의사는 죄인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공부하려고도 해 보고, 아버지처럼 생각하려고도 해 봤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타고난 의사였고, 나는 아니었다. 비범한 아버지의 평범한 자식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자처럼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시작한 것은. 때로는 무용담 같고 때로는 옛날 이야기 같던 아버지의 이야기들이 모두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또는 당신을 자랑하는 것처럼 들려서 듣기 싫었다. 책을 살 돈도 없고 원서도 귀하던 그 때 아버지는 도서관 사서로 일을 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책은 모두 먼저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책장 빽빽이 꽂힌 새 책 그대로의 내 원서들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 불편했다. 군의관 시절 개를 잡아서 심전도를 연구하고 후배들한테 심전도 강의를 해 주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방학이라고 여행 가고 놀러 갈 생각만 하고 있는 나를 나무라는 느낌이었다. 실력 없는 의사는 죄인이라는 말이 나를 아프게 따라 다녔다. 이렇게 살다가는 날 때부터 패배자일 뿐 아니라, 죄인까지 될 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하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했고, 나한테 만족하고 살기에는 이미 내 판단 기준이 나를 넘어서 있었다. 나는 의사로서의 나의 자아를 어디서 찾아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채로 그렇게 나는 물살에 떠밀리듯 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패배자처럼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 시점에 그 곳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내가 본과 4학년에 올라가던 겨울에 있었던 일이었다.

마지막 학년을 앞둔 겨울, 8주 간 특성화라는 과정이 있었다. 우리 병원 내에서만 공부하고 생활해 온 학생들에게 다른 병원 혹은 의학과 관계된 다른 분야의 체험을 하도록 하는 기간이다. 고민 끝에 나는 아버지의 모교 병원에서의 실습을 선택했다. 별다른 뜻은 없었다. 다른 병원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기왕이면 국내 최고라는 아버지의 모교가 궁금하기도 했다.

실습을 시작한 지 1주일쯤 되었을 때, 남는 점심 시간에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의학도서관을 향했다. 누런 잔디밭에 군데 군데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다. 도서관은 건물들 사이 호젓한 곳에 별도의 건물로 위치해 있었다. 흐린 아스팔트 바닥과 나무 책장, 오래된 종이들의 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리는 조용한 도서관 안에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31년 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오래 전을 연상시킬 수 있을 만큼 오래된 도서관이었다. 책 한 권을 뽑아서 자리로 돌아오던 나는 사서 자리에 앉아서 원서에 밑줄을 치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어린 남학생을 보고 멈칫했다. 도서관의 하얀 불빛 때문에 창백해 보이는 하얀 피부와 뿔테 안경, 야윈 얼굴이 순간적으로 사진에서 봤던 젊은 시절의 아버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앉은 뒤에도 책의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방금 본 아버지 아닌 아버지의 모습만 떠올랐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너 만할 때는……”이라는 이야기를 백 번 들어도 깨닫지 못했던, 아버지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학도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그 당연한 사실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너무나 거대했던,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 위치에 있었을 것만 같았던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였던가. 나는 지도교수님과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아버지의 후배인 교수님을 만났다. 부드러운 인상의 교수님은 우리 지도교수님의 소개에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군대 있을 때 너희 아버지한테 심전도 배우면서 무지하게 혼났다. 허허. 그 때 참 재미있었는데……”라고 말씀하셨다. 그 날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또 한 번 젊은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31년 전에 나와 동갑이었던 아버지. 대학 교수도 아무 것도 아닌 학생이었던, 그저 아직은 의학을 모르지만 의학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을 아버지. 아버지가 도서관 사서를 하면서, 군의관을 하면서, 의사로 살면서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왔을 세월들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의 나와 지금의 아버지를 비교하면서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져 가던 나에게 31년 전의 아버지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경험이었다. 인생이라는 산 초입에서 바라본 아버지는 이미 정상에 올라서 있기 때문에 도저히 내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사실 그 아버지도 나처럼 돌부리에 채이고 막막한 꼭대기까지의 길을 바라보며 좌절하기도 하면서 올라갔을 텐데도 말이다. 아버지 역시 당신은 혼자서도 올라갔던 길이지만 비틀비틀 따라 올라가는 내가 행여 넘어질까봐, 아니면 혹시 중턱에서 멈춰설까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영원히 반복될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아버지도 나와 같은 이 기분, 이 철없음, 이 불안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여전히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매혹시켰던 아버지의 끝없는 의학에 대한 관심과 사랑, 타고난 재능을 가끔 질투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작아지지 않는다. 나 또한 나만의 방식으로 의학을 이해하고 의사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내 20대 전체에 걸쳐 내가 만들었던 아버지의 그늘과, 그 속에서 작고 초라해졌던 나 자신과 화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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