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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40cm 인생

  • 연도2018년
  • 수상은상
  • 이름이채영
  • 소속지샘병원 종양외과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성이는 이 익숙한 풍경은 필시 지금 누군가가 생의 막다른 골목에 서서 세상을 하직하려는 순간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11병동 간호사 스테이션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만 방에 막 상태가 나빠져 임종을 맞이해야만 하는 어느 환자 한 분이 누워계시리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려 하였다. 


“선생님!”


반가운 것인지, 원망스러운 것인지 뭔지 모를 비통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놀라서 얼른 돌아보니 수진 씨의 어머니가 서 계셨다. 


“수진이가 천국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채 말끝을 못 맺는 어머니의 눈동자는 이미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물 속에 푹 잠겨 있었다. 내 가슴이 콩닥거려오기 시작한 것은 이 환자가 나에게 다른 분과는 다른 존재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빠끔히 열린 처치실 문틈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육과 피하지방이 사라져 수척하다 못해 앙상해진 얼굴로 누워 있는 수진 씨가 보였다. 임종이 가까워지자 결혼도 못 해보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딸이 너무 가엾어서 미리 준비해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혀놨다고 했다. 


고요히 잠든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은 마치 힘든 경주를 마친 운동선수가 쉬고 있듯이 참 평온해 보였다. 그녀의 숨이 아직 붙어 있다고 나에게 호소하듯이 한참 만에 한 번씩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뻣뻣해지고 온기가 사라져 차가워진 그녀의 손을 부여잡고 그녀의 가냘픈 심장박동을 지켜보았다. 


“수진 씨, 그동안 힘든 치료 받느라 고생 많았어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세요.”


가슴 위에 다소곳이 올려진 그녀의 오른손에는 조그만 나무 십자가가 쥐어져 있었다. 모난 데가 없이 둥글둥글하게 잘 다듬어지고 형광등 빛에 반짝이는 그 조각은 마치 아름다운 신부가 천국 문에 다다라 그 문을 활짝 열어 재낄 열쇠 같아 보였다. 


좀 더 진지하고 사랑을 듬뿍 담아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많은 가족 친지들 틈바구니에서 그렇게 무안하게 서 있는 것도 너무 어색했다. 임종을 얼마 앞두지 않은 환자가 몸의 모든 기능이 서서히 멈추어갈 때도 청각만은 살아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많이 말씀해주시라고 당부를 하고 그 자리를 서둘러 나서야만 했다. 그녀와 함께한 수년간의 기억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갔다.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던 30대의 어여쁘고 날씬한 멋쟁이 아가씨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약 4년 전의 일이었다. 복수가 가득 차 산(山)만해진 배를 움켜잡고 헉헉대면서 내 진료실 의자에 앉았을 때, 그녀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인도 모를 복막암으로 진단받고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오히려 상태는 더 악화하여 인터넷을 뒤지다가 복막암을 잘 치료한다는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다행히 치료의 경과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몇 번의 힘든 수술을 통해 악성 복막중피종이라는 정확한 병명도 찾게 되었고 적합한 치료가 이어지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보통 평균 생존 기간이 약 1년밖에 되지 않는 힘든 질병이지만, 그 많던 복수도 거의 사라지고 상태도 정상인 못지않게 좋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한 2년이 지났을 즈음부터 서서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수진씨의 상태는 우리의 힘겨운 치료에도 더 나빠지는 쪽으로 기울어가기만 했다. 급기야는 장이 굳어지고 막혀서 먹는 족족 토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더라도 하루에도 수차례씩이나 시커먼 담즙을 쏟아내는 환자를 대하는 것은 환자만큼은 아닐지라도 나에게도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선생님, 제발 먹을 수 있게 수술 좀 해주세요. 꼭 부탁해요.”


절규에 가까운 환자의 그 외침이 날마다 메아리가 되어 내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퇴근하면서도 문득문득 수진 씨를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고 어찌할 수 없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한숨만 내쉬곤 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의사라도 손을 못 댈 상황인 건 뻔한데, 굳이 내가 스트레스받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하면서도 환자의 안타까운 상황은 그냥 남몰라라 하면서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다. 


“어차피 못 먹을 바에는 되든 안 되든 한번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장루를 만들어야겠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나올 가능성이 커요.”


이렇게 마음에 결단을 내리고 유능한 동료 의사와 함께 수술을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뱃속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이 안 좋았다. 너무 단단하게 눌어붙은 장을 벗겨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궁리 끝에 소장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40cm쯤 지난 곳에 간신히 튜브를 넣어놓고 수술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수진 씨는 회복실에서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데도 주문을 외듯 몇 번씩이나 수술이 잘되었냐고 물었다. 왼쪽 배 위쪽에 달랑 하나 달린 튜브에 관해 설명하느라고 진땀을 빼야 했다. 그때 그녀의 표정 속에 얼마나 큰 실망스러움이 가득했는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수진 씨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건강을 챙겼다. 먹자마자 튜브로 나오는 음식물을 보면서 이게 왜 이러냐고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내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였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도리어 감사한 표현을 많이 하곤 했다. 그 짧은 장에 액상으로 된 것이나마 음식물이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고 끈적끈적한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일부러 식사 후에 한두 시간씩 누워 있기도 했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 때문인지 그녀가 그 수술 후에 사력을 다해 버텨낸 시간이 무려 2년을 훌쩍 넘었다. 동료 의사들은 장이 짧아져서 수개월 이내에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섣부른 예측을 했었지만, 이상하게도 결과는 그 정반대였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의 생명줄인 그 튜브를 잘 유지하기 위해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아니했는지 모른다. 튜브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더 원활하게 나오도록 더 굵은 튜브를 구해다가 갈아주기도 했다. 한 번씩 피부에 탈이 나고 육아조직이 자라 올라오면 상처를 씻고 절제하고 전기로 소작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였다. 수술 자국투성이인 그녀의 배를 하도 많이 봐서 그 광경이 친근해질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주치의도 아닌 나를 수도 없이 불러댔다. 짜증이 나고 귀찮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던 것은 항상 긍정적으로 유쾌하게 난항을 극복해가는 그녀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그때마다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소중한 생명을 이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날이 갈수록 영양이 고갈되어 환자는 악액질로 변해갔다. 그나마 붙어 있던 얼굴 살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점점 앙상해져만 가는 그녀의 몸을 보면서 마지막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다가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통증이 너무 심해져 수십 개의 모르핀 주사를 연달아 정맥 주사로 주입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었는데, 이렇게 하루하루를 지탱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선생님, 저는 왜 죽지 않을까요?”


눈물을 흘리면서 나에게 하소연하는 그녀의 핏기 없는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활달한 수진 씨가 오죽했으면 이런 질문을 다 했을까?


“수진 씨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요. 

좌절하고 낙심하여 병상에 누워버린 분들에게 지금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내가 수진 씨 얘기로 그분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거예요!”


수진 씨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조금 상태가 나아질 때마다 다른 환우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는 동생에게 부탁하여 그녀를 돌봐주던 병동의 선생님들에게 여러 번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수진 씨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생명의 끈은 바람 앞에 놓인 작은 촛불 같았던 그녀의 호흡을 아주 오랜 시간 유지하게 했다. 그녀의 장은 불과 40cm에 불과했지만, 내가 치료했던 그 어떤 환자보다 길고 멋지게 고귀한 삶을 살아냈다. 


그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한해가 훌쩍 지나버렸다. 나는 지금도 치료가 너무 어려워 자포자기하려는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40cm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소망을 전하고 있다. 이때마다 하늘에서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고 광채 나는 나무 십자가를 목에 건 수진 씨가 나를 향해 슬며시 환한 미소를 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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