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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Ambu bag

  • 연도2020년
  • 수상은상
  • 이름함종렬
  • 소속경상대학교병원
죽음은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의식은 경험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의 그 경계, 무엇이 나타나고 사라지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젊은 시절 타인의 죽음, 그 경계에 유난히 오래 있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아무 것도 공유할 수는 없었다.

2000년 이전, 죽음을 둘러싼 생각이나 시선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사람들은 병원에서 운명하는 것도 ‘객사(客死)’라고 여기며 꺼렸다. 따라서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에서 치료 중 운명이 가까워지면 그를 집에 모시길 원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마을 입구에서도 보일 만큼 커다란 천막이 쳐진 초상집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방문객들로 넘쳐났다. 상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모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진행되는 인생의 큰 행사였다. 여전히 ‘상가(喪家)에 간다’고 표현하는 데서 이 문화의 길이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지만, 죽음 못지않게 삶이 중요해진 사람들의 묵인 하에 그 장례문화는 법과 전문 장례식장의 등장에 의해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턴 4개월 차, 그러니까 1990년 6월 즈음이었던 것 같다.
자정이 지난 시각, OO병동 11호실, 뼈와 폐 전이를 동반한 전립선암 말기 73세 남성의 호흡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3년 전 수술 후 수차례 항암치료를 하였으나 불행히도 잘 반응하지 않았다. 진료를 위해 병실에 들를 때마다 힘든 가운데서도 웃으면서 맞아주었던 환자였다. 아마도 이번 입원이 마지막임을 알고 있는 듯한 미소였다. 일주일 전 숨이 차 입원할 때부터 가족들에게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 드렸으나, flat wave와 함께 마침내 울리는 심전도 모니터 기계의 beep 소리. 몸의 전기가 만들어내던 파형이 사라지고, 사망 선언만큼이나 심장 아련한 곳을 관통하는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아픔이다.

큰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주치의와 만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예, 물건리로 가자고 했습니더. 선생님, 준비해 주이소”

주치의가 슬쩍 나를 쳐다보았다. 나보고 갔다 오라는 눈빛, 사실 나도 병동도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임종은 병원에서 이미 시작되었으나 사망 시점과 장소는 집이어야 했고 의사의 사망 선언은 그만큼 무겁고 중요했다.
환자의 집이 시내라면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겠지만, 인턴 시절 3차례 모두 시외 바깥으로 모시고 갔던 기억만 있다.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의사실에서 몇 시간 푹 자게 내버려 둔다는 인턴으로서는 엄청난 장점이 있어도 나는 그 과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돌아와서 꿀잠을 잤다는 기억보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시간들을 또박또박 기억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육체적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삶과 죽음, 인간 누구나의 피할 수 없는 숙명, 그러나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고 사는 문제, 더더구나 20대로서는 생각도 못해보았던 그 커다란 문제를 눈앞에서 겪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임종은 그 첫 번째였다.

주치의는 구급차도 출발 준비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으니 응급실 앞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보호자들과 함께 침대를 밀고 서둘러 내려가는데, 뒤에서 간호사가 불렀다. 일전에 앰부 주머니와 기관 튜브를 챙겨오지 않은 인턴 선생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으니 이번엔 꼭 챙겨오라고 당부했다. 의료관련물품이니 반드시 되가져와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름이 머지않았던 때였으나 새벽 한가운데 공기는 아직 쌀쌀했다. 앰뷸런스 처치실에 올라 이제는 깨지 않을 깊은 잠을 청한 할아버지와 함께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마을로 향하였다. 갔다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저녁 식사 후 밀려오는 환자 처치 요구에 쉴 틈도 없었는데 몸도 마음도 아직 여명을 멀리 두고 있는 어둠만큼이나 무거웠다.

소리죽인 가로수 사이 바람이 지나고, 찔레꽃을 닮은 듯 흔들려 흐르는 별빛을 따라 집으로 가는 마지막 길, 그의 오른쪽에 앉은 나는 천천히 또 규칙적으로 앰부 주머니에 일정한 힘을 가하여 쥐어짜고 풀기를 반복하였다. 굳어가는 폐포, 밀어 넣은 공기는 자꾸만 조금씩 뒤로 물러나 검은 앰부 주머니를 쥔 양손은 목적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먹먹함을 느꼈다.

어둠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시각 우리는 물건리에 도착하였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 소금기와 햇볕, 비바람이 묻어 있는 파란 양철 대문 집이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넉넉한 하늘과 바다를 친구하여 파도가 되고 갈매기가 되고, 또 바닷가 자갈이 되어 한 평생 자연으로 살았을 거라 생각했다. 마당을 지나 안방에 모셨고, 나는 마침내 짜기를 멈추었다. 이제 세상과 마지막으로 닿아 있는 앰부 주머니와 기관을 분리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사망을 선언하였다. 고인은 평온해 보였다.

“OOO씨, 5시 OO분 운명하셨습니다.”

참고 있었던 울음들이 이제 주인이 사라진 방안을 채웠다. 나는 비닐봉지에 앰부와 튜브를 담아 넣고 조용히 방을 나서 마당을 가로질러 나왔다. 대문 옆에 조그마한 뜰이 있었고 무화과(無花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몸은 솜털 같고 눈꺼풀은 두꺼운 겨울 이불 같은데, 나는 운전석 옆에 앉아 한참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그 뒤 내과를 전공하고 환자의 완치와 쾌유의 기쁨을 나누는 즐거움도 많았으나 의사였기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내 가족의 죽음 혹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현장에서 누구보다 더 가까이 했던 고단함도 적지 않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 삶이 사라지고 죽음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 풀과 나무, 심지어 문화도 시대도, 그리고 저 별들 가득한 우주도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렇게 힘들게 와 닿는 것은 그 죽음이 곧 나의 문제가 된다는 원초적 두려움과 슬픔 때문이리라.

그렇게 가끔 죽음이라는 주제가 생활 속에서 부딪혀 올 때마다 ‘죽음을 생각하는 그때가 삶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좋은 자세이다’라는 어느 명언을 떠올리며, 삶과 죽음의 그 경계, 앰부 주머니와 함께 했던 그날의 길었던 임종을 둘러 싼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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