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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문득 그 향기가 그리운 날엔

  • 연도2023년
  • 수상대상
  • 이름박관석
  • 소속신제일병원·내과

정체 모를 냄새였다. 환부(患部)에 밀착하고 있던 눈을 들어 주위를 보니 누군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코를 움켜쥔 채다. 얼마 후 바닷가의 비릿한 바람에 섞인 고약한 냄새가 응급실 구석구석을 점령했고,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작은 목소리 하나가 어둑한 구석에서 흘러나온 것은.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급한 탓에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향한 그곳엔 아주머니 한 분이 누워계셨다. 검고 긴 장화를 신고, 음식물로 얼룩진 앞치마를 두른 그분은 몸을 반쯤 일으켜 엉거주춤한 채로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이다 싶어 자세히 보니 냄새의 주인공은 근처 시장에서 장사하는 내 환자였다. 그녀를 알아본 순간 신기하게 참기 힘들었던 악취는 사라지고, 내 위장 속에서 일렁이던 파도도 잠잠해졌다.


병원에는 수많은 냄새가 찾아든다. 계절도, 밤낮도 그리고 장소도 가리지 않는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불쑥 병원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마치 제집인 양 자리한 채 때론 애교로 자릴 뜨지 못하게도, 또 고약한 난동으로 주인을 쫓아내기도 한다. 어린아이의 파릇한 풀 내음, 젊은 연인들의 분홍빛 장미 향기, 주름 가득한 노인의 자작나무 깊은 향이 들르는 날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때론 제법 냄새에 익숙한 나도 미간이 찡그려질 때가 있다. 술주정뱅이의 토사물에서 나는 악취, 간경화 환자의 토혈(吐血)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비린내, 욕창 환자의 환부에서 풍기는 썩은 냄새, 고릿하다 못해 표현하기 힘든 노숙자의 체취와 수일간 방치된 사체(死體)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들. 그들은 아무리 코를 틀어쥐고 마스크를 써도 머릿속 깊숙이 똬리를 틀고 앉아 식당으로 가는 내 발걸음을 번번이 가로막곤 한다. 게다가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업고 온다면, 또 한꺼번에 뒤섞이고 병원 특유의 약품 내(?)까지 더해지면 울렁거림과 아찔한 현기증에 시달려 밤잠까지 설치게 되는 날도 있다.


햇병아리 의사 시절엔 정도가 더 심했다. 토하다 못해 쓴 위액까지 다 쏟아내고 나서야 멈추는 냄새의 기억 때문에 마스크를 두세 겹씩 쓰기도, 또 멀리 도망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익숙함을 이기는 장사(壯士)는 없으니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진 코 덕분에 나는 어떤 악취 속에서도 너끈히 버텨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냄새를 참을 수 있게 된 건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응급실에서 악취를 풍긴 아주머니는 십 년이 넘은 내 단골 환자다. 정기적으로 고혈압 약을 받으러 오기도 하는 그분은 시장에서 젓갈을 파는데, 가끔은 오늘처럼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참을 수 없는 위의 경련성 통증은 급작스레 오고 견디기 힘들기에, 그녀에게 씻거나 옷을 갈아입을 틈을 주지 않는다. 달리다 못해 날아오듯 응급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아주머니께 딱 달라붙은 생선 비린내와 젓갈류 냄새, 그 특유의 악취는 심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공기 중에 머물기에 누구도 참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코를 틀어쥐고 인상을 찌푸리고 험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도 난 감히 그런 짓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분이 걸어온 굴곡지고 쓰디쓴 삶의 여정이 냄새에 앞서 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을 때 통곡의 시간 동안을, 남은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거친 폭우 속에서 조개를 줍는 동안을, 또 차디찬 심해에서 마디숨을 참아가며 전복을 따는 동안을, 그리고 새벽을 밝히는 어시장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던 고된 시간 동안을. 이를 악물고 아픔을 견디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의 밤을, 며칠을 버티고서야 비로소 내 앞에 온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도 알게 모르게 냄새가 밴다. 언젠가 환자 치료 때문에 며칠 밤을 새운 후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을 때 주인이 내게 “병원에 근무하시나 봐요?”라고 묻던 기억이 있다. 냄새가 몸에 밴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삶에 충실했다는 증거기도 하다.


비린내 나는 어시장에서,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점에서 그리고 또 다른 냄새가 나는 삶의 곳곳에서 옷과 머리카락과 그리고 우리 깊숙한 몸속에 각인되는 그 냄새, 성실히 그곳을 지켜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특유의 냄새들. 나는 그걸 ‘냄새’란 이름보다 ‘향기’로 칭하고 싶다. 그러기에 그 향기는 내 코를 틀어쥐게끔 하기보단 내 속으로 잔잔히 스며든다. 하루의 피로를 날리고, 또 다른 삶을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


하지만 슬프게도 모든 냄새가 그렇지는 않다. 요즘 세상엔 코를 틀어쥐고 싶은 역겨운 냄새들도 있다.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그리고 TV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그 악취 때문에, 종종 구토가 날 때도 있다.


그런 날이면 시장통 생선가게 아주머니에게서, 또 하수구 청소를 막 끝낸 이름 모를 어느 젊은 청년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가 그리워진다. 그때마다 난 병원 앞 너른 마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한참 동안 비린 냄새를 담고 오는 바람을 느낀다. 그 속에 실린 삶의 진한 향을 마주한다. 서서히 내 속에 스며드는 그 향기, 잠시 후 구토는 잠잠해지고 나는 다시 내게 허락된 작은 진료실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곡진한 삶이 진하게 밴, 돈과 명예만으론 얻을 수 없는, 오직 오랜 시간과 인내의 산물로 만들어진 그것, 피와 땀이 섞여야만 제대로 된 향기를 뿜어내는 냄새들. 그들이 모이고 모여 짙어지는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역겨운 냄새가 사라질 수 있진 않을까.


오늘도 그날을 간절히 고대하며, 나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친 어느 당뇨환자의 농(膿)이 찬 다리에 코를 박은 채 늦은 밤까지 진료실에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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