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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첩첩 한 땀

  • 연도2023년
  • 수상금상
  • 이름조석현
  • 소속누가광명의원·가정의학과

충무로역에서 내렸다. 8번 출구로 나와 걸어가다 보니 오래된 꽃시장이 있었다. 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조금 더 걸어가자 갤러리가 나왔다. 이번 전시는 Y 작가의 열아홉 번째 전시였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한풀 꺾이고 거리에 낙엽이 지기 시작했다. 그와 알고 지낸 지도 어언 20여 년. 그와 만났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작가님, 제 진료실에 걸 만한 그림 하나 없을까요? 이 공간이 너무 삭막해 보여서요.” 개원하고 십여 년이 지났을 때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그에게 그림을 하나 부탁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정곡을 찔렀다. “많이 힘드신가 봐요. 보통 지치고 힘들 때 그림을 찾더라고요.”


호기롭게 개원을 했다. 누구보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잘 치료해 줄 자신이 있었다. 당시 지역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다. “현재의 질병보다 십 년 뒤 환자들의 삶이 건강할 수 있도록 진료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려면 평생 따라붙는 병의 합병증을 잘 관리해야 하며,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병을 조기에 발견해야 했다. 그의 그림이 도착했다. 4호 크기의 유화였는데 울긋불긋한 색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색이 강렬하여 설레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붉은 색깔의 꽃과 꽃대들이 중앙으로 뻗쳐있었다. 그 뒤로는 자주 덧대어진 짙은 붓칠이 배경이 되어 어느 깊은 숲속 어딘가 남몰래 핀 예쁜 꽃밭을 발견하는 듯했다.


그 당시 Y 작가와 자주 만났다. 문산에 살고 있던 그가 한번은 헤이리로 오라고 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바리바리 사 온 음식들을 꺼냈다. 예술가 아니랄까 봐 군데군데 향초를 피웠다. 가을 저녁이 무르익었다. 음식도 창작의 연장선인가. 그는 요리도 잘했다. 누군가에게 환대받는 경험은 황량한 세상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것 같은 내가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어둑해지는 가을 저녁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고 이름 모를 바람이 목뒤를 간지럽히며 스쳐 갈 때 그가 말했다.


“저는 이 아름다움 때문에 그림을 그려요. 제 작품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수고한 당신 이젠 쉬셔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고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토닥여 주고 싶어요.” 어쩌면 나의 의술도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의술은 예술과도 닿아있고 그러한 예술의 경지에도 오르고 싶었다. 그래서 Y 작가를 자주 만나고 그의 전시회를 쫓아다니며 그의 예술혼으로부터 영감과 도전을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름다움을 예술을 통해, 의술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꿈에 비해 현실은 냉혹했다. 오롯이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고자 입시 학원마저 접은 Y 작가에겐 고독과 피할 수 없는 가난이 밀려왔다. 공모전에도 당선하고 해외 전시에도 초대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나는 나 나름대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환자들의 다양하고 모호한 증상들의 원인을 밝혀 주지 못할 때 증상 자체를 외면하고 싶어졌다. 해결되지 않는 증상에 매달리다 다른 곳에서 말썽이 났을 때 십 년 뒤 환자들의 삶을 더 건강하게 해 주겠다는 포부가 무색해졌다.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때도 있었지만 병을 놓쳐 자괴감에 빠질 때도 많았다. 한번은 부부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남편의 위내시경에서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조기 위암을 발견했다. 조기 위암이어서 수술만 하고 항암 치료는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똑같이 검사받은 아내에게선 유방암을 놓치고 말았다. 검진 후 어느 날 혹이 잡힌다며 찾아온 아내의 유방 초음파에선 건강검진 때에는 분명 보이지 않았던 어둡고 명확한 암 덩어리가 보였다. 암의 크기로 보아 몇 개월 전에도 있었을 거란 생각에 난 무너졌다. 남편의 위암을 초기에 발견했다는 뿌듯함이 유방암을 놓쳤다는 자괴감을 결코 상쇄시키지 못했고 그건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린 꿈과 현실 속에서 하루의 희망과 또 하루의 절망을 주고받으며 세월을 버텼다. 그리고 올해 그가 공모전에 당선되어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여름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밤이었다. 나는 바깥에 내리던 세찬 비와는 상관없는 평화로운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Y 작가가 쓰러져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집을 나섰다. 문산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비가 세차게 내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응급실 당직의는 지금 한 시간 반째 심폐소생술 중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이,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오래전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저 말을 보호자들에게 뱉었을 때의 기억을 소환했다. 그렇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망선고가 있었고 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하얀 시트 밖으로 그의 차가운 손이 나와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물감이 묻어 있었다.


Y 작가의 열아홉 번째 전시회는 그의 추모전이 되고 말았다. 이번 전시회엔 유화 대신 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남들이 쓴 오래된 이불이며 낡은 옷이며 베갯잇 등을 바느질로 서로 엮어 거기에 물감으로 색을 입혔다. 작품은 크고 길어 화랑이 다 품을 수 없어 천장부터 바닥까지 덮여있었다. 바닥을 덮은 천 위에 올라서도 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작품 위에 신을 벗고 맨발로 올라가 서 보았다. 눈으로 작품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잊고 있었던 촉감이 느껴졌다. 이불을 밟는 것 같았고 전시회가 아니라 어릴 적 할머니 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작품의 이름은 ‘첩첩 한 땀’이었다. Y 작가는 첩첩산중 같았던 인생들의 아픔과 기쁨, 추억과 사연들이 베어져 있는 천 조각들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였다. 정말 작품은 당신들의 삶은 의미 있었다고, 아름다웠고 수고 많았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나의 의술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길 바랐다. Y 작가의 예술에 내 의술을 묶어서 예술의 경지에 오르고 싶었다. 나는 후배들에게 의술은 예술이라고 자주 말했다. 그건 단지 은유였다. 예술가들이 말하는 예술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동기이자 목적이었고 때론 자신의 생명보다도 우위에 둘 수 있는 서술로서의 예술이었다. 이제 누구에게 나의 의술을 매어 놓아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 어쩌면 Y 작가처럼 혼자 외로이 이 길을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때론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자부심에 기뻐하다 자괴감에 절망하는 의술이라도 하루하루 한 땀 한 땀 이어 나가야 한다. 가을 저녁 우리가 아름다움을 이야기했을 때처럼 첩첩산중 같은 환자들의 삶이 한 땀 한 땀 아름답게 이어지도록 바늘과 실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진료 중 막막할 때 작은 진료실에 걸려있는 Y 작가의 그림을 본다. 처음 이 그림을 받았을 때처럼 잠시나마 쉼을 얻는다. 그가 옆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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