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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약속

  • 연도2006년
  • 수상동상
  • 이름고석찬
  • 소속서울의료원


어제 밤 45병동 그 할아버지 돌아가셨대요. 폐암 말기 그 할아버지 말씀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아마 이름 없는 시인이라고 그랬던 거 같은데. 병동마다 희망이 가득한 시들을 붙이고 다니시던 분요.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서 병실 할아버지들을 불러 모아 내기를 하던 그 할아버지 말씀하시는 거죠. 일주일전 CT 찍었는데 뇌에 종양이 다발성으로 전이 되어 곧 돌아가실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가셨네요. 아 그래서 그렇게 손을 떨며 글을 쓰셨군요. 그 할아버지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기를 원했나 보죠.

 병실을 지나가다 두 분 선생님의 대화를 잠깐 듣게 되었다. 눈앞에 안개가 맺히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머물렀던 침대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장례식장으로 이미 내려가고 없었으며 가족들과 친척 들은 붉은 눈으로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가족 중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콜라 3병과 곱게 정리한 글들을 넘겨준다. 갑자기 슬픈 웃음이 나온다.

 3월 건조해진 병실 창문 사이 먼 기억처럼 하얀 쌀 막걸리 같은 눈은 내리고 있었다. 마른 가지 위 고개를 내민 눈의 씨앗들은 땅 속 깊이 숨겨놓은 햇빛의 온기를 받고 있고 한 줌 바람이 불때마다 몇몇 마른 가지는 3월의 겨울에 뚝뚝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의대의 마지막 생활을 뒤로 하고 난 또 다른 한 생을 건너고 있는 중이었다. 수련의 생활이란 삶의 고민도 없이 하루하루 견디면 그 뿐이다. 가운 안에 청진기 하나와 꼬깃꼬깃 접어 둔 식권 한 장이면 하루가 지나가고 처친 어깨로 침대에 들어가 하루 분의 잠만 청하면 된다. 회오리치듯 일상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쌓여 갔으며 어느 순간 나를 이끌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의아해 하기도 하였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늘 참담하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 무력해 지곤 하였다. 바쁜 일상은 나와의 약속 아니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환자들과의 사소한 약속은 그들의 사소한 불만으로 여겨 몇 칠만 지나면 기억은 망각의 창고 안에 갇히게 된다.

 비스듬히 해가 지면 종양 병동 환자들의 상태는 안 좋아 지고 고통은 밤을 헤집어 놓아 늘 최후의 선택은 희망 아니면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하루를 동여매줄 작은 집착 같은 게 필요로 했고 그러한 것들은 바람만 불면 쉽게 날아가 버릴 먼지와 같은 것이었다. 특히 종양 병동 환자들에게 슬픔은 자기의 죽음이 아닌 하룻밤이 지나면 이슬처럼 사라지는 옆 침대 저승길 친구와의 빠른 이별이었다.

 어제 까지 쓴 웃음을 지으며 내기를 하던 그들의 슬픔은 늘 통속적인 이야기나 사소한 내기로 위안을 받는 다는 걸 시간이 지나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침회진이 끝나자마자 옹기종기 모여 장기를 두거나 TV스포츠 중계를 보며 작은 내기를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심지어 ABGA(동맥피 채혈)를 하러 병실로 들어가면 그들은 자기 차례만 오기를 기다리며 누구 피를 가장 빨리 뽑는지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처음에 그들을 보았을 때 내기는 지루한 병원생활에 대한 일종의 시간 보내기나 권태로운 일상의 탈출구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밤 중 잠을 이루지 못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것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밤이 되면 죽음의 그림자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누군가를 조준하게 되고 그 지루한 어둠의 항해가 끝나야 겨울이 끝나가는 찬란한 3월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지루한 밤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할아버지 중 한 분은 끝내 옥상에 올라 구두를 벗어놓기도 하였다. 그들에게 있어 아침은 삶의 길로 나오는 유일한 문이었으며 할아버지들의 하루는 그들이 젊은 날 세웠던 거창한 꿈을 위해 달리기만 했던 지친 시간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초침의 소중함과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삶의 여유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보다 남아 있는 시간 살아오면서 느끼기 힘든 작은 일상의 행복을 마지막 기억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 넘을 수 없는 슬픔을 잠시 동안 만이라도 어둠의 선반위에 올려놓고 가는 빛을 받아가며 죽음의 문을 닫아두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녁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하던 나의 습관은 종양 병동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할아버지들 사이에 흘러들어 그날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 힘든 시간을 죽음의 끝에서 여유를 느끼는 할아버지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지긋이 사람을 바라보시는 그 할아버지는 늘 웃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였다. 처음 그 할아버지를 보았을 너무도 태연한 모습에 stage I 정도의 폐암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x-ray 필름과 CT를 보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상을 너무 평화롭게 보내는 할아버지를 보며 난 어쩌면 그 할아버지에게 경외심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농담을 좋아했다.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그렇게 머리카락 몇 개 가지고 옆 병실 할머니들 유혹할 수 있겠어요? 차라리 머리 밀면 훨씬 멋있겠네.” 항암 치료로 할아버지의 긴 흰머리는 가을 낙엽처럼 처량해 보이긴 했었다. 다음날 회진 돌때 할아버지는 진짜 머리를 깎으시고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는 나에게 윙크를 보냈다. 그분은 늘 누군가를 즐겁게 하였고 혼자 있을 때는 늘 자기의 세계에 깊이 침잠하기도 하였다. 생각에 빠진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면 “친구 생각할게 좀 있다네.” “할아버지 야한 생각은 하지 말아요. 할머니들 다 잠들었어요.” 이런 말을 하고 지나오는 병실은 늘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폐암 진단 받고도 끊지 못하는 담배는 이제 할아버지의 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어느 날 그 담배 때문에 웃지 못 할 사건이 하나 생겼다. 병원 정문 앞에서 팔다리 골절로 깁스한 한 중년의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다 유유히 담배를 태우며 걷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비꼬는 투로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무슨 병으로 입원 하셨소?” 할아버지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하셨다. “암이다.” 순간 그 아저씨의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며 난 할아버지께 윙크를 해주었다. 어느덧 나는 그 할아버지에게 위로를 받는 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3월 세계 야구 월드컵은 할아버지들에게 더할 수 없는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한국의 연이은 승리와 일본전 2연승은 병실 할아버지들을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경기가 되었으며 난 병실을 바쁘게 달리다 먼 목소리로 “한국에 콜라 3병 걸게요.” 그러면 할아버지들은 메모지에 그걸 적어두고 그날 밤 내기 결산을 하시곤 했었다. 한국의 2연승과 운이 좋게도 이긴 다른 나라경기 때문에 밤마다 음료수와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4강전이 열리던 날 할아버지는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그날은 너무 바빴기 때문에 할아버지를 지나치며 “일본에 콜라 3병.” 그러자 할아버지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 3연승하기 힘들 거 같아 그래도 한국에 콜라 3병.”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틀 동안 병실에 들르지 못했던 거 같다. 가끔은 누군가 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이틀 동안 할아버지는 밤이 되면 다시 가벼운 것들과 무거운 것들을 정리하며 보냈을 것이다. 나에게 이틀은 다른 한 생을 건너기 위한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멀리 3월의 겨울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과 통하는 문은 언제나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걸 그리고 자신의 소중함 못지않게 다른 사람과의 사소한 이야기들 그것이 삶을 만들고 삶을 소중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3월의 겨울 창 밖에 눈은 내리고 있었다. 눈은 마른 나무위에 쌓여 갔으며 몇몇 나무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갔다. 난 콜라를 받아들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메모를 읽어 내려갔다.

“삶! 긴 시간은 아니라네. 내가 먼저 살아보니 어제가 청춘인 거 같은데 어느덧 백발이 무성한 황혼이네. 후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게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야 한다네.? 죽음을 알면 삶을 알 수 있을 걸세. 늘 삶만 생각하다 보면 결국엔 죽음이 문턱에 다가왔을 때에야 삶을 알 수 있다네. 남은 시간 소중히 사용하게나. 다음에는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쪽으로 내기를 걸겠네. 잘 있게. 나도 오늘은 힘들다는 걸 느끼네. 먼저 가겠네.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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