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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자식을 버리는 병

  • 연도2007년
  • 수상대상
  • 이름김범석
  • 소속국립소록도병원 내과

어미가 자식을 버리는 병

 

김범석

 

"아가도 문둥이를 알아보나 보다." 라고 할머니가 말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문둥이. 내 환자들의 손은 손가락이 없는 몽당 손이고, 눈은 감아지지 않는 토끼 눈이다. 그나마 눈에 하얗게 막이 생겨서 눈은 뜨고 있어도 보이진 않는다. 얼굴은 문드러졌고, 코는 주저앉았다. 이가 빠져 횅하니 드러난 잇몸은 아래 위가 맞지 않아 음식이 잘 씹히지 않는다. 손발에 다른 감각은 없는데 유독 통각만 남아있다. 진통제를 하도 먹어서 위장은 다 헐었는데, 아픈 건 여전하다. 조금이라도 걸을라치면 없는 발가락이 균형을 못 잡게 한다

 

공중보건의가 되어 국립소록도병원에 발령 받고 나서, 고민하다가 아기와 집사람과 함께 섬에 내려왔다. 문둥이들이 어린이들 간을 빼어 먹는다는 이야기에 익숙한 집안 어르신들은 병이 옮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셨지만, 나와 아내는 소록도에 들어와서 살기로 결정을 하였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아름다운 섬에서 조용한 시골 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였다.

 

처음 소록도에 내려왔을 때 아기를 데리고 섬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그와 동시에 워낙 오랫동안 어린 아기 구경을 못해봤던 섬사람들인지라 우리 아기가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해버렸다. 이제 9개월 된 우리 아이는 소록도에서 최고의 인기 스타이다.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한 번은 아기를 안고 병원 앞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병원 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던 한센병 환자들이 환호를 지르며 우리 아기를 반겼던 적이 있다. 아기와 나도 손을 흔들며 답례를 했는데, 가까이 와서도 손만 흔들 뿐 약속이나 한 듯 어느 누구도 우리 아기를 만져보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쌓여왔던 피해의식이었을 것이다. 생강처럼 생긴 몽당 손에는 저주가 걸려있어, 그 손이 닿는 순간 일반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이들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날은 다른 공보의들과 회식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그날 따라 들어오는 배에 수녀님과 환자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천주교 행사가 바깥에서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날따라 아기가 미열이 있고 아팠었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저 열이 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그러니 계속 엄마한테만 안겨 있으려고 했다. 평소에는 여러 사람에게 방긋방긋 잘 웃기도 하던 녀석이 유난히 찡찡거리며 엄마한테만 붙어있었다.

 

그러다가 환자 한 명이 방실방실 웃으며 아기에게 까꿍을 해주었는데, 아기가 그만 고개를 돌리며 앙 울어버렸다.

 

"아가도 문둥이를 알아보나 보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환자분은 열다섯 나이에 섬으로 들어왔었다고 한다. 옛날에 몹쓸 병에 걸리고 동네사람들 눈이 무서워 자기는 먼데로 시집갔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에서만 숨어서 지냈었다고 한다. 낮에는 다락방에 숨어서 엄마가 넣어주는 밥 먹고 요강에 볼일 보고 갇혀 지내다가, 밤에 어두워지면 잠깐씩 나오는 생활을 하며 숨어 지내기를 1년여. 그러다가 큰오빠의 혼담이 오가던 와중에 가족 중에 문둥이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 오빠가 결혼을 못할까봐 엄마가 집에서 내쫓았다고 한다. 소록도라는 곳에 가면 문둥병을 치료해준다고 해서 물어 물어 섬에 들어온 것이 1946년 해방 직후. 그 후로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었고, 엄마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아가도 문둥이를 알아보나 보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환자분이 엄마에게 숨어버린 아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의 이 한마디에 나는 무척 당황했고 또 슬펐다.

 

처음 발령받고 환자들을 보면서 당황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흉측한 얼굴이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음에서 오는 당황함이었다.

 

“할머니, 그럼 제가 안약을 하나 드릴께요. 하루에 한번 눈에 넣으세요.”

하지만 손가락이 하나도 없어 안약을 열 수도 넣을 수도 없다.

 

“속이 많이 쓰리세요? 제가 겔포스처럼 생긴 짜먹는 약 드릴 테니까 잡숴보세요.” 

하지만 손가락이 없어 약을 뜯을 수도 짜서 먹을 수도 없다.

 

“대변 색깔이 짜장면처럼 쌔까맣게 나오진 않았어요?”

하지만, 장님인데다 푸세식 화장실이어서 확인할 길이 없다.

 

“할머니 약 잘 잡숫고,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죠.”

“오래 살아서 뭐해.. 빨리 주님께서 데려가 주셨으면 소원이 없겄어… 몸뚱아리는 이렇게 잔 고장이 많이 나는데, 한 많은 명줄은 왜 그리 질긴지 몰라… 목숨이 질겨서 괴로워. “

 

모르고 3년, 알고 3년, 숨어서 3년, 멸시당하고 30년. 한 많은 세월 갖은 핍박과 설움을 받아오며 살아온 인생이라 오래 살라는 말이 악담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료를 할 수가 없다.

 

“나 달아맨 주사 하나만 놔줘.”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약전을 찾아봤다. daramen? dalamen? 도대체 무슨 주사이길래 환자들마다 놔달라고 하지?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이 당연했다. 알고 보니 영양주사, 링거주사를 여기에서는 달아맨 주사라고 한다. 병에 달려져 있는 주사라고 해서 달아맨 주사라고 하는데, 내 환자들은 달아맨 주사를 정말 좋아한다. 외래를 보다 보면 기운 없고, 밥 잘 못 먹고, 다리도 아프고, 잠도 안 오고, 속도 쓰리다고 하고... 한참을 얘기 듣다 보면 마지막에 가서 슬며시 웃으며 이야기한다.

 

“의사양반 나 달아맨 주사 하나만 맞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안될까? 그거 하나 맞으면 기운이 나겠는데…”

 

이곳에서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 내놓아야 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나 같은 외지인에게 쉽게 그 속을 드러내진 않는다. 그들은 공중보건의가 1년 후 섬을 떠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쉽게 마음 주고 의지하다가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이 떠나가 버릴 때, 남겨진 자의 반복적 슬픔은 남겨진 자만 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특히나 더 마음과 정성을 다 해야 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마음속 어두운 부분까지 감싸주기 위해서는 더욱 더 다가가야만 한다.

 

“할머니! 달아맨 주사 맞고 싶어요?”

 

오늘도 나는 내 환자들 아픈 가슴에 청진기를 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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