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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나도 여자랍니다

  • 연도2008년
  • 수상동상
  • 이름정인호
  • 소속미래로 21 병원


나른함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던 어느 봄날 오후. 모자를 쓴 할머니가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보통 모자보다 유난히 챙이 넓고, 큰 장미꽃이 어색하게 그려진 모자였다. 모자에 눈이 먼저 갔다. 참 어울리지 않는 코디네, 젊어서 멋쟁이였나 보다 속으로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씩 하고 웃음을 짓게 되었다.


어디가 아퍼서 오셨냐는 말을 건낼 때 까지도 모자에 가려 환자의 얼굴을 살필 수 없었다.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든 후 나와 눈을 마주쳤다. 무표정한 얼굴이다. 아무 말 없이 내 눈과 표정을 빤히 쳐다본다. 이윽고 한숨을 크게 한번 쉰 후 천천히 모자를 벗었다. 그때까지도 할머니의 눈은 내 표정을 감시하듯 빤히 쳐다본다. 벗겨진 모자 안에는 모자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큰 혹이 있었다. 어른 주먹 2개 정도 크기였고, 혹 상부의 두피는 팽창하다 못해 중심부는 종양 덩어리가 피부 밖으로 노출 되어 있었다. 나이는 84세, 5년여 전에 타병원에서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았으며, 1년여 전에 폐전이 및 전신전이가 확인된 상태였다. 그리고 2달여 전부터 좌측 이마에 작은 혹이 나더니 이내 커다랐게 자라 병원을 찾은 것이다. 두개강 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CT를 촬영하였다. CT상 보이는 혹의 상황은 더욱 심각 했다. 두개골은 약 6x6 cm 정도 종양에 의해 괴사된 상태였고 경막을 통해 뇌 안쪽까지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다. 고령, 말기 암, 전신 전이, 그리고 머리로의 종양전이. 수술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기 바라며 의학적인 설명을 하였다. 완치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환자에게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의사에게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병은 말기 암이며, 전신 전이로 인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머리의 혹 또한 전이성 종양입니다. 머리에 생긴 혹을 수술하더라도 생명 연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수술 중 다량의 출혈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치료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임종을 준비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시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전달해야 했다. 보통의 경우 환자들이 자신이 큰 병에 걸렸을 경우 질환을 부정하게 된다. 오진일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고, 진단이 확실한가를 자주 묻게 된다. 하지만  할머니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전이성 뇌종양 같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어렴풋이 남아 자신에게 남겨진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었으며, 머리에 생긴 혹을 제거하더라도 남겨진 시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단호하게 수술을 원하고 있었다. 오랜 투병생활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인지 할머니는 자신의 의지를 결코 꺾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수술이라는 무모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실 것을 권유하고 쫒아내 듯 돌려보냈다.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할머니가 다시 내원하였다. 이번에는 모자를 쓰지 않은 채 얼기설기 하얀 붕대를 감고 왔었다. 종양은 더욱 자라 있었고 피부 밖으로 노출된 종양에선 출혈을 볼 수 있었다. 총기 있던 눈은 흐려졌고, 살은 더 빠진 듯 보였다. 전신 상태 또한 악화되어 환자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상태였다. 막연히 임종을 준비할만한 병원을 소개시켜달라는 방문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나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여전히 수술을 원하고 있었다. 암이 온몸에 퍼져있는 상태에서 머리로 전이된 종양을 수술 해달란다. 완치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은 더욱 단호히 이어갔다. 죽음은 받아들인 상태로 수술 중 과다출혈로 죽더라도 수술을 멈추지 말고 머리에 있는 모든 혹을 제거해 달란다. 죽어서도 그 혹만은 같이 가져가기는 싫다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학적 권고에도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수술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단호했다. 여명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암환자에게, 수술도중 사망 가능성이 높은 비윤리적인 수술을 할 수는 없었다. 나에게서 수술하자는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자 할머니는 고개를 떨구며 “나도 여자랍니다.”라고 나지막히 한마디 하셨다.

 “나도 여자랍니다.”


할머니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암도, 뇌전이도, 죽음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도 아니었다. 할머니는 평생 당신이 보아왔던 자신의 모습 중 가장 추한 모습으로 죽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난 비윤리적인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결코 비윤리적이지 않은 결심이었다. 수술 중 예상대로 출혈이 심하였고, 수혈에도 불구하고 혈압은 계속 떨어져 마취과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하지만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경과 또한 좋아 열흘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헤어짐은 언제나 어색하다. 까까머리 할머니도 어색하다. 환하게 웃는 말기 암환자도 어색하다. 잘 살라고 다짐받는 할머니의 인사도 어색하다. 빨리 들어가라는 손인사에 엉거주춤 답례하는 내모습도 어색하다. 그런데도 난 환하게 웃어주는 주름진 얼굴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할머니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을 눈으로 나마 따라가 본다. 젊어서 멋쟁이였을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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