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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 연도2008년
  • 수상동상
  • 이름조용수
  • 소속영암군 금정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하루 3번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 신광페리호. 뱃머리에 큼지막하게 써 놓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철부선. 영화에서 봄 직한 낭만적인 뱃고동 소리는 없고 대신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를 비명처럼 질러댄다.
 
의자 하나 없는 방바닥에 짐과 사람이 함께 뒹구는 허름한 3등 객실. 타자마자 드러누운 검게 그을린 남자들, 상당히 멀리 앉아 있음에도 대화 내용이 들리는 목소리 큰 아주머니들, 방학을 맞아 딴엔 멋을 낸 여중생 등등,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육지로 향하는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 한켠에 나도 자리하고 있었다.
 
“아파요.” 멀리 바다 건너 베트남에서 시집 온 산모였다. 애가 나올 것 같으냐고 재차 물어도 아프다는 말 뿐. 애초에 서툰 우리말 실력에 통증까지 심하니 무엇을 물어도 아프다는 대답이 전부다. 내진이라도 해보면 좋으련만 산모의 남편이 한사코 거부한다. 하긴 승객들로 가득한 객실에서 아내의 치마를 들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산모를 진료한 경험이 없다. 그 때문에 예정일이 2주나 남아 걱정 없다는 남편을 설득할만한 확신이 서질 않는다. 은근슬쩍 남편의 말에 끌려가며 응당 의사로서 내가 내려야 할 판단을 유보해 버렸다.

그렇게 미적거리는 사이에 진통주기는 점점 짧아진다. 산모의 신음이 커질수록 자꾸 초조해졌다. 괜한 오지랖에 멱살 잡힐지라도 확인을 하는 편이 마음이 놓일 것 같다. 흔들리는 남편의 눈동자를 보며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조심스레 산모의 치마를 들쳤다.

아두는 이미 자궁 문을 활짝 열고 진입을 시작해 있었다.

산모의 가랑이 사이로 아기 머리끝이 부지런히 밀고 나오고 있었다. 육지까지 적어도 두 시간은 더 바다에 떠 있어야 하건만, 성질 급한 녀석은 그걸 참지 못하고 세상에 나오려는 모양이다. 객실의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바다의 한기 때문인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준비해 온 새하얀 수술용 장갑을 양손에 꼈다. 나는 의사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사이에도 아기는 쉬지 않고 나오려 발버둥을 쳤다. 더는 고민 할 시간도 없었다. 채 수분이 지나기도 전에 아이가 고개를 쳐든다. 벌써 머리가 전부 나온 것이다.

조그만 얼굴에 오목조목 붙어 있는 눈, 코, 입. 밝은 세상이 눈부신지 아직은 눈도 뜨지 못하고, 찡그린 얼굴에 꾹 닫힌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몸뚱어리를 마저 꺼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작고 약해 보여서 함부로 당길 수도 없었다.

머리가 나오더니 이제는 늑장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진전이 없다. 초보자에게 기다림은 곧 불안이었다. 흘러가는 시간만큼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 걱정이 커진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아기만큼 나도 필사적이 되어간다.

천천히 산모의 벌려진 가랑이를 배 쪽으로 밀었다. 막혔던 구멍이 뚫린 것일까? 마법처럼 순식간에 아기의 몸이 딸려 나온다. 탯줄이라는 긴 꼬리에 가위를 대자 뜨거운 희열이 느껴진다. 흰 장갑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기는 바다에서 태어났다.

섬에는 미래가 없다. 젊은 사람들은 육지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하루하루 현재만을 살 뿐이다. 그들의 노동은 사회 전체로 보자면 무언가를 생산해 내겠지만, 그들 각자 개개인에게는 생산성이 없다. 노동으로 육체를 소모하고 그 소모된 육체를 고치는데 돈을 다시 소모한다. 쓴 만큼 닳아지는 그래서 기껏해야 현상유지가 고작인 노인들.

수년 전 파킨슨에 걸린 할머니는 대부분의 시골 노인들이 그러하듯, 진료 챠트에 상병명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한 움큼씩 되는 약을 지어줄 때면, 소화제라도 하나 껴 드리는 게 좋을지 아니면 그 하나라도 개수를 더 줄이는 게 나을지 심각한 고민을 하곤 했다. 애초에 좋아질 거란 기대는 나도 하고 있지 않았기에 신경 써 줄 수 있는 건 고작 그 정도가 전부였다.

할머니는 이미 몸이 굳어져 혼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조차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둔부에 욕창이 생겼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산채로 썩어갈 것이었고, 실제로 그러한 중이었다. 어느 날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댁에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생기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서 나는 이 섬을 떠올렸다.

매일 찾아가 환부를 쳐내고 소독하기를 수주일. 새살이 많이 차올라 방문 횟수를 줄인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뜨거운 방바닥에서 자던 할머니가 화상을 입었다. 그것도 얼굴부터 발끝까지 우측 전신에 걸쳐. 군데군데 까맣게 그을리고 수많은 물집이 잡혔으며 심지어 괴사된 살점들까지. 지난밤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마도 지옥불이 따로 없었으리라. 형틀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생살을 파고드는 독수리의 부리. 상상만으로도 몸서리쳐졌다.

그 지경이 되도록 밤새 방치한 보호자들은, 당장 육지의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나의 권유를 거부했다. 하긴 생산성 없는 할머니는 짐에 불과했을 것이다. 노동력이 상실된 할머니를 살리고자 많은 돈을 쓰는 건 그들 형편에 어려웠다. 결국, 무책임하게 할머니의 생명을 나에게 떠넘기는 방법으로 그들은 자유로워졌다. 내 의사 면허증은 그들에게 면죄부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수액을 놓고 화상 드레싱을 시작했다. 욕창을 치료할 때와는 달랐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할머니는 운명할 것이었다.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하느라 누군가의 죽음에 엮이는 게 싫었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고 자책하게 될 것이 뻔했기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의 얼굴에 진 그림자가 점차 짙어졌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할머니 사이에 삶의 접점이라고는 없었다. 일면식도 없던 사이. 그럼에도, 그 생명의 소멸 과정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들었다. 차츰 무기력해졌다. 매일 수많은 환자들이 진료실 문턱을 넘나들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아침부터 난데없이 산모가 들이닥친 건 그 무렵이었다. 여자는 서툰 한국어로 “아파요.”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당혹감을 애써 감추며 함께 배에 올랐다. 아기는 뭐가 그리 급했던지 아니면 섬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배가 출항하자 발길질을 해댔다. 결국, 녀석은 섬과 바다를 태어날 장소로 택했고, 삶보다 죽음을 지키는데 더 익숙한 풋내기를 의사로 선택했다.

아기는 바다에서 태어났다.

배에서 아기가 태어난 며칠 후 할머니는 숨을 거두었다. 그날 할머니는 숨조차 깊게 쉬지 못했다. 가쁘게 몰아 쉬는 숨소리엔 이미 물기가 말라 있었다. 열린 동공 사이로는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내 손에서 죽어간 세 번째 환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새로 태어난 아기와 할머니 사이에는 섬을 매개로 한 어떠한 소통이 있었을지 모른다. 아기는 결국 바다에서 태어났고, 그로부터 수일도 채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 할머니의 생명이 아기에게로 전해진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곁엔 항상 내가 있었다.

오래된 풍습에 따라 할머니의 죽음에 마을 전체의 잔치가 벌어진다. 섬사람들은 웃고 마시고 즐기며 할머니를 보내준다. 주저앉아 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 어우러져 신명나는 한판을 벌인다. 아직 섬은 죽지 않았다. 이곳의 역사는 할머니에게서 아이에게로 이어진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 살지 않는다. 현재를 산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산 현재가 곧 그들의 미래가 된다.

아침부터 진료실 앞에 노인들이 줄을 선다. 관절염 걸린 할머니들의 앓는 소리가 안까지 들린다. 늘 듣는 엄살이 오늘은 유난히 반갑다. 2008년 2월 25일. 진료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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