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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금개구리의 출근

  • 연도2008년
  • 수상은상
  • 이름박기현
  • 소속박기현 이비인후과의원

열대야가 기승이던 7월의 어느 늦은 밤, 나는 미지근한 선풍기 바람에 더 끈적끈적해진 등을 마룻바닥에 비벼대며 애꿎은 TV 리모컨만 채근하고 있었다. TV 화면이 커지고 화질이 더욱 선명해지면서부터 나는 도시의 번잡함보다는 자연의 운치를, 부대끼며 사는 사람 세상보다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동식물의 세계를 자주 보는 편인데, 마침 한적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금개구리의 멸종과 생존을 다룬 한 영상다큐멘터리가 방정맞던 나의 손가락을 붙들어 세웠다.
 
등에 두 줄의 선명한 금줄을 둘러 금줄개구리라고도 불리는 이 개구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크기는 어른 엄지만하여 무척이나 앙증맞고 날렵해 보이지만 성질은 타고난 굼뜨기다. 겨울잠부터 길어 다른 개구리보다 두 달이나 늦게 깨어나 그제야 짝짓기에 나서지만 정작 울음주머니가 없어 암컷을 제대로 유혹하지 못한다. 움직이기를 싫어해 하루 종일 몇 걸음을 떼지 않고 일생을 한 논두렁 안에서 살며, 등에 먹잇감인 귀뚜라미가 앉아도 눈만 끔벅일 뿐 어쩌지 못하고, 혀는 느리고 짧아 눈앞의 먹이를 놓치기도 다반사다. 점프력도 형편없어 황소개구리는 피할 길 없는 저승사자다. 그래서 서식지가 오염되고 황소개구리가 번식하면서부터 금개구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데, 드물게 전국의 몇 곳에서 집단 서식하는 장면이 목격되어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무더위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아 몇 년 안에 유럽에서 부산까지 새로운 유라시아 항로가 뚫릴 것이라는 라디오 뉴스를 나는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듣고 있었다. 개원 이후 줄곧 병원 근처에서 살다가 새 아파트단지로 이사하여 대중버스로 1시간 거리를 출퇴근한지도 어느새 6년째다.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힘에 겨운 듯 거친 엔진소리를 내며 대연고개를 넘어 문현로터리를 돌아나갈 때 나는 승객들 어깨 너머로 먼발치 언덕에 선 한 고등학교와 맞닥뜨린다. 고교평준화정책이 발표되고 그 이듬해에 구슬 뽑기로 학교를 배정받던 날, 나는 참 많이도 울었다. 입학하여 1년 동안은 속속 학교를 떠나는 급우들로 어수선하여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학교에 대한 불신감은 3년 내내 나를 따라 다녔다. 지금은 모교가 사립명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하니 만감이 서린다. 잠이 많고 늑장을 부리던 그 시절, 아침마다 저 높은 언덕계단을 얼마나 뛰어올랐던지……. 그럼에도 늘 아슬아슬하게 1-2분 차이로 붙들려 책가방을 머리에 이고 오리걸음으로 운동장을 돌았으니 아마도 평생 운동을 그때 다했던 것 같다. 라이방과 몽둥이로 한껏 위엄을 갖추고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교문 앞에서 단골손님을 받으시던 특전사 출신의 교련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실까? 벌써 30년 전 이야기다.

부산역 앞에서 꽤 많은 승객이 내리고 그제야 에어컨 바람을 제대로 쐬며 좌석의 여유를 얻은 나는 부산터널을 지나면서 도로변의 한 조그마한 3층 건물을 스친다. 내가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집이다. 저 자리에서 어머니는 산파(産婆)의 도움을 받아 삼남매를 낳으셨고, 아버지는 저 건물에서 꼬박 45년을 치과의사로 진료하셨다. 건물 옆으로 좁은 길을 따라 삼남매는 아침마다 한 손에는 책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도시락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초등학교를 다녔고 폐품수집이 있는 날에는 댓병까지 드느라 손이 모자랐었다. 한 교실에 60명씩, 한 학년에 12학급을 둘 정도로 북적대던 학교가 지금은 통틀어 겨우 몇 학급만을 유지하고 있다하니 세상도 참 많이 변했다. 어머니의 출입금지령을 어기고 누나와 숨어서 만화방을 드나들다 집에서 함께 쫓겨나 해질녘까지 앉아 놀던 집 앞 가로수대는 벌써 사라지고 없지만 버드나무약국 앞의 버드나무는 아직도 무성하다. 무려 40여년이 지났어도 드문드문 세탁소며 쌀가게, 목욕탕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정겹다.

출근을 시작하여 40분 남짓. 버스는 계속 서쪽으로 달려 대티터널을 향한다. 이 터널이 한창 공사 중일 때 나는 대티고개를 넘어 중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그때 고개의 끝자락쯤에는 시립분뇨처리장이 있었고 하루 두 번 피할 길 없이 그 앞을 지나노라면 얼굴이 달아오를 때까지 숨을 참아야만 했는데 당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선수의 폐활량도 우스울 정도의 지독한 코스였다. 신설이라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중학교를 추첨으로 배정 받고는 어머니와 함께 길을 물어물어 찾아 갔을 때 학교는 고개 너머 논밭 한가운데에 뎅그러니 서있었다. 입학 첫 해는 틈만 나면 동원되어 운동장 돌을 줍고 집에서 들고 온 소금을 뿌렸었다. 방과 후에는 고무공차기로 해 기우는 줄 모르다가 서쪽 을숙도 하늘에 검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보고서야 허둥지둥 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 노을이 지금은 고층건물에 가려지고 대기오염으로 많이 퇴색되었다지만 아직도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니 그 옛날 사춘기 소년의 가슴에는 오죽했으랴 싶다.

옛 기억들로 가득한 출근길에서 불현듯 금개구리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버스가 병원 가까이에 다다랐을 때쯤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한 시내버스의 노선 위를 맴돌며 종일 진료의자에 앉아서 지내는 내 모습이 한평생을 한 논두렁 안에서 살며 하루에 몇 발짝을 떼지 않는 금개구리와 닮았음을 발견한 나는 그만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금줄만 둘렀다면 나는 영락없는 금개구리가 아닐까?

끝없이 흐르는 황하(黃河)를 발아래 둔 황하의 신(神)이 강물을 따라 처음 북해(北涇)에 이르러 바다의 넓음을 보고 놀라자 북해의 신(神)은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으니 우물 안에 갇혀 있음이요,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으니 여름만 시절인 줄 굳게 믿음이요, 편협한 선비에게 도(道)를 말할 수 없으니 자신이 배운 지식에 갇혀있기 때문이다.”라고 일깨워준다(壯子의 秋水篇). 금개구리도 우물 안 개구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금개구리는 세상물정에 어둡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순응치 못하고, 하루가 다르게 앞질러가는 의학의 뒤꽁무니조차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채 낡은 지식에 안주하며 살고 있나 보다. 여태 황소개구리와 맞닥뜨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하지만 논두렁 안에서 바다 넓은 줄은 몰라도 하늘 높은 줄은 알며, 한 철을 사는 짧은 인생이라도 속박 없이 조용하게 살며, 옛 지식이라도 익히고 미루어서 새 지혜를 얻는다면 그 삶도 결코 가치 없지는 않을 것으로 애써 마음을 다잡아본다. 어쩌면 고향의 품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형제를 곁에 두고 서로 정을 나누며, 과거를 벗 삼아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이 행복하고 평안하기로 이보다 나을 게 있을까 싶어 멸종의 위기에 몰린 금개구리의 마음도 부디 그랬으면 싶다.

추억을 담으며 달려온 버스는 어느덧 병원 앞에다 금개구리를 풀어놓고는 종점을 향해 떠나고, 늦여름의 아침은 벌써부터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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