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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그녀의 사랑하는 아이

  • 연도2008년
  • 수상금상
  • 이름박종두
  • 소속성애병원 산부인과


그녀는 68년 잔나비 띠다. 마흔을 지난 나이에 둘째를 가진다. 임신을 확인한 날, 그녀는 어쩐지 불안하다.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그녀에겐 불혹(不?)을 넘긴 나이가 오히려 미혹이었으리라. 그 나이에 또 다른 삶을 자기 안에 담아내는 것은 틀림없는 도전이고 모험일 테니.

"사진에 작은 원이 아이 최초의 증명사진입니다. 먼 훗날, 너의 처음은 이렇게 작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커졌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녀가 살짝 웃는다. 선량한 웃음이다. 환자를 보다보면 속마음이 얼굴로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순진하고 미숙해보이지만 대개는 착하고 경우 바른 사람들이다. 더욱 신경 쓰겠노라고, 고위험 산모들을 따로 적어둔 조그만 메모지에 그녀의 이름을 추가했다.

"신경써주는 건 고맙지만 리스트에 올라가는 건 내키지 않네요."

그녀가 또 웃는다. 잇몸이 살짝 드러난다. 처음보다 조금 커진 웃음, 다행이다 싶다. 일단 나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았다. 모든 의사들이 다 그렇겠지만 산과의에게 의사 환자간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녀처럼 고위험 산모들의 결정적인 순간을 넘기게 해주는 것은 역시 서로간의 신뢰다.

임신 16주쯤 되어서 양수검사를 권유했다. 그녀는 하지 않겠단다.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나는 환자에게 양수검사를 권하지 않는 편이다. 의사로써 해야 할 설명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지 양수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산모에게 강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뒤 그녀는 검사를 받았다. 기형여부가 걱정되어 태교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는데 그도 맞는 말이다.

결과가 나오는 약 2주간의 시간동안 그녀만큼이나 나도 불안했다. 임신 12주에 측정한 태아목둘레 검사가 정상치를 벗어나 있었다. 결과는 에드워드 증후군이었다. 불안이 현실로 될 때의 암담함이란……. 나는 혀를 끌끌 차고 말았다. 18번 염색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다운 증후군보다 훨씬 심각한 기형이다. 대개는 사산되고, 출생 후 몇 달 안에 대부분 사망하고야 만다.

부끄럽게, 또 죄스럽게도 나는 유산을 권했다. 기형아라고 유산시키는 것은 현행 의료법으로 불법이지만 모든 죄는 내가 감수할 것이라는 말로 그녀를 유혹했다. 심지어는 기형아를 가진 부부는 이혼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말로 협박까지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찾아온 손님을 그렇게 대접할 수는 없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기형아라도 낳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가끔씩 만난다. 하지만 기형아가 밝혀진 다음에도 낳겠다는 사람은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눈길이 마주친 담당 간호사의 표정을 보니 내가 지금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타인의 얼굴에 비치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기분 좋을 리 없었지만 무엇보다 내 나름의 호의가 무시당한 듯해서 불쾌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가슴속으로부터 부끄러움이 솟구쳤다. 그것은 깨달음이라고 말해도 좋을 부끄러움이었다.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또 의사가 되어 15년이 넘도록 사람의 생명을 다루면서 그렇게 수치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인가.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소중히 여기겠노라, 머릿속으로 아니, 가슴속으로 그토록 수없이 되뇌었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조차 잊었던 것이다. 뼈아픈 각성이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산전관리가 시작되었다. 그녀가 내원하는 날이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누구보다도 반갑게 맞으려 노력했다. 만나면 가능한 많은 설명을 했다.

이전에는 몰랐던, 아니 관심조차 없었던 일이었지만 세상에는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기형아라도 낳겠다는 숭고한 모정의 사람들……. 인터넷을 통해 그녀와 같은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연계를 가지고 있는 곳을 물색하기도 했다. 그 병원으로 가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왔다.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그녀가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이 커졌다. 그녀도 수없이 갈등했다. 해서는 안 될 심한 말을 하기도 했고, 다 포기하겠다고, 서러워 울기도 했다. 나는 다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기는 32주에 조산했다. 가로누운 자세로 있어 제왕절개를 해야만 했다. 비록 1.01Kg의 작은 생명이나마 나오면서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 깊은 숲에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초식동물의 칭얼거림 같은 소리. 소아과 팀에 의해 곧바로 기도삽관을 하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그 소리는 오랫동안 내 가슴에 남았다.

기형을 가지고 조산을 했으니 아기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눈을 거즈로 가린 채 중심정맥관을 비롯한 여러 개의 주사줄이 아기를 감쌌다. 인공호흡기가 물려있는 채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보고 있노라니 짠한 기분은 차치하고라도 실제로 가슴에 아슴아슴 아팠다. 도무지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이후 나는 아기를 찾아보지 않았다. 전화로 아기 상태를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 두 달쯤 뒤에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힘내세요."

"아기 몸무게가 늘었어요."

부기가 채 빠지지 않은 얼굴로 웃음이 피어올랐다. 진흙에서 꽃을 피우는 수련 같은 미소, 얼마나 큰 슬픔과 고통이 있어야 사람의 얼굴에서 꽃이 느껴지는 것인지. 그 얼굴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형편없이 작아지고 말았다. 고백컨대 내가 말하려했던 것은 아기가 곧 세상과 작별할 것이니 당신의 고생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러하니 힘내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환한 웃음으로 나를 꾸짖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기, 내 아기는 당신네들 교과서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6개월이 지나서까지 아기는 생존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무사히 넘겼다.

"퇴원해요, 감사합니다."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위에서 그녀를 만났다. 복도의 밝은 조명이 그녀의 머리 뒤로 후광처럼 쏟아진다. 빛 때문인지 그녀의 웃음 때문인지 눈이 부시다.

"상태는 좀 어때요."

나는 물음표 없는 질문형으로 말을 건넨다. 그녀의 얼굴 위로 수심이 가득하다. 조금 전의 해맑게 웃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표정이 변하는지.

"우리 아기가 여기까지 온건 과장님 덕분이예요."

그랬던가, 내가 그녀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동안 그녀도 또한 나를 통해 스스로를 다잡았던 것인가.

"무슨 말을요. 아기가 착하고, 예쁘고, 강해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나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하지만 마주 잡은 내 손으로 먼저 떨어진 건 그녀의 눈물이었다.

“정원이가요…….”

나와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녀의 사랑하는 아이, 내게 사랑을 다시 가르친 아이, 그 아이의 이름은 정원이다.

 에필로그 : 3월에 태어나 9월에 퇴원했던 정원이는 곧바로 다시 입원해 아직까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습니다. 상태는 썩 좋지 않아서 만약이 경우 심폐소생술을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에드워드 증후군의 아이가 이렇게 잘 버티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소아과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해 신생아 중환자실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야말로 기적을 가능케 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의 사랑과 열정이야말로 기적일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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