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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나에게 쓰는 처방전

  • 연도2010년
  • 수상동상
  • 이름김수동
  • 소속동아대학교의료원 비뇨기과

와인을 조금 마셨더니 아니나 다를까 측두엽 신경세포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나 보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닌데다가 또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덜한데, 오늘처럼 식사 중에 와인 한두 잔을 겸한 뒤에 일어나는 경미한 두통을 자각하고서야 발효주는 정말이지 나와는 인연이 없다는 것을 매번 떠올리곤 한다.

오전 외래가 끝나자마자 점심 식사를 할 겨를도 없이 쫓기듯 로봇수술에 들어갔다가 저녁때까지 장시간 씨름을 하고 나오니, 비로소 엄습해 오는 허기와 피로감. 10분 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오늘은 원외에서 우리 과 의학포럼이 있는 날이라 남은 일을 서둘러 갈무리하고 부랴부랴 롯데호텔 소연회장으로 향했다.

행사 참석에 늦어 허둥댄 것도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직업적 일상이라는 게 그저 시간에 내몰리고 시간에 허덕이기 일쑤이다 보니, ‘시간표’나 ‘일정표’ 같은 일람표에 천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들은 원래 내가 취해야 할 동선, 내가 있어야 할 곳의 시간적 ․ 공간적 배경을 집약해 주는 유용한(?) 기능을 담당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하루를 ‘지도’하던 그런 본연의 궤도를 이탈하여 ‘지배’하는 전도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들의 이러한 무단월권에는 일차적으로 스스로의 매너리즘과 나 자신의 암묵적인 동의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테지만, 아무튼 오늘 행사에 임하면서도 나의 표면의식은 ‘다음 연자는 누구지? 그 다음 일정은 뭐지?’ 하면서 습관처럼 물리적 시간의 흐름만을 추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를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지켜보고 있었던지, 곧 마지막 연자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저녁 식사가 이어졌다.

테이블에 음식이 세팅되고, 개봉된 갈색 병에서 연회장을 가득 채울 만큼의 진한 와인 향이 번져 나갈 때쯤이었나. 그제서야 나는 문득, 줄곧 왼쪽 측면의 빔 프로젝터 스크린을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무심히 내 앞에 맞닿아 있는 테이블을 가로 넘어 정면의 창밖을 쳐다보게 되었다.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함박눈처럼 지상에 내려 흩날리기라도 한 것처럼, 저 멀리 투명창에 화려한 문양들로 채색된 도심의 야경이 나의 시야를 압도했다. 밀물처럼 도시에 스며든 어둠의 기운과 묘한 대치를 이루고 있던 현란한 불빛들은 이내 내 앞에 놓인 와인 잔에 고스란히 투영되는가 싶더니, 와인과 함께 잔속에 흘러내려 무거운 존재감을 형성하고야 만다. 와인 향에 매료된 것인지, 붉은색 와인 잔에 담겨 하얀색 테이블보 위로 옮겨진 저 도심의 야경에 미혹된 것인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는 순식간에 잔을 비웠다.

그 순간, 내가 발효주 한 잔에 용해되어 있던 알코올 성분의 위력이 몰고 온 아련한 취기에 혼곤해진 틈을 타고, 오늘 하루, 오전과 오후를 관통하던 그 허기감과 피로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두통의 정체가 가라앉아 있던 나의 의식 한편으로부터 불현듯 그 윤곽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늘, 아니 오늘과 내일의 경계마저도 허물어 버린 듯한 요즘 나의 일상을 환기시키는 심연의 균열이었다. 반추하건대 내가 정상적으로 시간의 계기성을 따라온 것은 분명하지만 그 궤적에는 뭔가 총합적인 것이, 이를테면 유기성 같은 것이 상실된 채로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몇 가지의 징후들이 널려 있는 지점을 만날 수 있었다. ‘분절된 시퀀스들’의 집적, ‘자가증식하는 시간 결핍’의 집적, ‘공감적 소통 부재’의 집적...??

그러면서 이와 같은 악순환의 위계 속에 내 존재기반의 지층이 매몰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일었다. (대책 없는 감정적 미숙성은 유능한 사회성을 공략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동시에 이러한 심리적 위기감에 점령당한 나의 일상을 해방시켜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불친절한 두통을 가장해 ‘쓰나미’와도 같은 속도감으로 나의 내면을 강타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 자신에 대한 진정한 관심(나르시시즘과는 분별되는)에 의해 동기가 주어지지 않은 삶의 성찰은 공허한 것이 아닐까? 지금으로선 이런 생뚱맞은 물음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희극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근대 자본주의는 ‘그 취미가 표준화되고 쉽게 영향받고 예측될 수 있는 사람들’, ‘권위나 원리 또는 양심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즐거이 명령에 따르고 그들에게 기대되고 있는 일을 하고 마찰 없이 사회 기구에 순응하는 사람들’, ‘폭력 없이 관리되고 지도자 없이 인도되고 목적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 결과 현대인은 자기 자신, 동료,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모든 사람들은 아주 고독하며, (인간은 근본적으로 합일의 상태를 갈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분리 상태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항상 그 결과로 생기는 깊은 불안전함, 불안감, 죄책감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한다. 현대의 우리 문화는 인간들이 이러한 고독을 의식하고 깨닫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완화제를 제공하는데, 그 중에는 ‘노동의 규격화’라는 것도 있다.

이 말은 어쩌면 21세기를 대한민국에서 최상위 엘리트군에 속한다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도 유효한 명제일지 모르겠다. 그러지 않고서야 에리히 프롬의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입고 성적(?的)으로도 만족하지만 자아(自我)가 없고 가장 피상적인 접촉을 제외하고는 동료들과 어떠한 접촉도 없다’라는 대목에서 대책 없이 뜨끔해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등가물로 보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내가 속한 사회집단 내에서 이미 이 사회가 규정해 놓은 법적 또는 직업적 신분, 즉 ‘의사’라는 조건 밑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의 이익 - 이러한 이익에는 경제적 성취뿐만 아니라 자유, 공간, 안락, 시간이 포함되며,「부의 미래」란 책에 정의되어 있는 넓은 의미의 ‘부’의 축적까지 함의될 수 있다. 여기서 부란 앨빈 토플러의 언급대로 단순히 돈(금융자산)과 동의어가 아니다. 어떤 경우이건 부란 갈망을 만족시키는 그 무엇이며, 모든 가능성의 축적물이며, 일종의 소유이고, 그런 점에서 효용인 것이다 - 을 가져오는 투자재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나 또한 나의 생명력을 그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 말이다. 아마도 내 다이어리에 길이 남을 ‘2010년의 아나그노리시스(anagnorisis)' 쯤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유난히 동분서주해야 했던 오늘 하루의 긴장도 지금은 많이 이완된 것 같고, 두통의 실체도 밝혀졌고, 전도된 일상의 균열도 더는 없을 듯하니, 나에게 처방전 쓰는 일만 남은 것인가, 정말 오랜만에 만끽하는 유쾌함과 행복감이다. 이 모든 것은 이제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밝아질 준비를 하는, 42층 마천루 창밖의 저 먼 야경이 와인 잔에 담기면서 비롯된 ‘사건’이며, 특히 내가 그 야경을 겁도 없이 ‘원샷’하는 바람에 빚어진 실화인 것이다.

아! 조금 더 있다가 써도 되는 처방전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부유하기 시작한다. ‘분절된 시퀀스들에 연속성 부여하기, 만성적인 시간 결핍증에 자가증식 억제제 투여하기, 공감적 소통 부재증에 연대감 삽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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