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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기억한다

  • 연도2012년
  • 수상대상
  • 이름김부영
  • 소속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여보, 오늘 나랑 한 잔 할까?”


의외의 제의에 나는 남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냥. 오늘은 얘기가 하고 싶어. 당신이랑”


나도 남편도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마주 앉아 대화할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늘도 늦은 밤 수술을 끝내고 회진 후 지쳐서 돌아온 남편은 충혈된 눈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저녁식사 후 자리에 들줄 알았지만, 무슨 일인지 나를 보며 같이 앉아 이야기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늘은 아내가 아닌, 인생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을 그의 얼굴에서 읽고, 나도 모르게 남편 옆에 맥주 한캔을 가지고 앉게 되었다. 남편은 말없이 맥주를 홀짝이더니 삼십 여분 만에 입을 열었다.


“죽음이 삶의 끝은 아닌 것 같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알 듯 말듯한 말을 중얼거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이야기는 10년도 더 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갓 정형외과 전공의 1년차를 시작한 어느 3월 이었다.


중학교 1학년 어린 소녀가 입원실이 있는 병동으로 왔다. 다리가 아파서 외래에서 시행한 X-ray에서, 우연히 다리에 발생한 육종암을 발견하여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고 했다. 소녀는 아직 솜털이 있는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밝은 미소에 얼굴만 보고 있노라면 환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해바라기 같은 아이였다. 힘든 항암치료가 시작되었지만 소녀는 고통이 지나간 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핀 해바라기로 변해, 보는 사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미소로 전 병동 의료진들과 환자들의 꽃이 되었다.


항암치료 동안 지속되는 구토와 고열로 고생하며 헬쓱해진 소녀는 다음 항암이 기다리고있음에도 앞으로 며칠은 집에 갈수 있다는 말에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선생님, 담주에 뵈요” 어머니에게 의지하여 비틀거리며 복도로 나서던 소녀는 돌연 머리를 찰랑이며 돌아섰다.


“선생님 혹시 전화번호 저 주실 수 있으세요? 귀찮게 안 할께요. 네?”


당연히 안된다고 말하려던 그는 소녀의 해바라기 같은 따사로움에 어느새 녹아버리고 말았다.


“급할때만 쓰기다.”


밝게 웃으며 어머니에게 부축을 받아 걸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이 가슴아프게 보이는 것은 그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1, 2차 항암치료가 끝나고 그는 소녀가 제발 더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더랬다.


하지만 항상 세상일이 바라는데로 되진 않듯이 덜컥 소녀가 입원실에 다시 나타났다.


저녁 회진 시간,


담당교수님과 그는 소녀의 앞에 섰다. “항암제가 듣지 않네요. 보호자분 잠깐 면담이 필요합니다”


면담실에서 교수님은 보호자들에게 말했다


“수정(가명)이 다리는 절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세가 진행해서 상부로 올라가고 있어요”


잠깐 가슴에 메스가 지나간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저 따사로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에 그도 가슴이 울컥했다. 면담실에는 부모들의 조용한 흐느낌과 의료진의 고뇌가 무겁게 내려 앉았다. 갓 피어나는 꽃 같은 딸아이의 다리를 절단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디다 비할수 있으랴. 그는 면담실을 나와 옥상으로 갔다.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무거운 몇 주가 지나고 몇 달만에 다시 병동에 수정이가 나타났다. 휠채어를 타고 코끝이 찡하게 시린 웃음을 흘리며 소녀가 그를 불렸다.


“선생님! 저 보고 싶으셨죠?”


한쪽 바지가 헐렁하게 바람에 나부낀다. “저 휠채어 잘타죠? 동생보다 제가 더 빨리 달리수있어요 . 까르르.”


누가봐도 예쁜 해바라기 같은 이 아이의 미소에 그만 그는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소녀가 입원한 날 저녁 그는 수술후에도 진행하는 병변제거를 위한 2차 수술 동의서를 부모들에게 설명해야했고 설명이 끊 난후 그는 결국 화장실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눈물샘이 고장난 것처럼 툭 하고 터진 눈물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흘렀다.  


 

그 겨울이 가고 전공의 1년차 시절은 끝이 나고 그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년차가 올라가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1년차때 있었던 얼굴이 하얀 소녀와의 일은 어느새 기억에서 멀어져 갈때였다. 2년차 전공의로 하루 근무가 끝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병원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 저녁. 모르는 번호에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수정이 엄마입니다. 수정이를 사랑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수정이는 오늘 아프지 않는 하늘나라에 갔답니다”


“수정이가 누구였더라?”


순간 잊었던 날카로운 기억이 가슴을 쳤다.


해바라기와 하얀 얼굴의 휠채어가 떠오른다. 펄럭이는 바짓가랑이와 환하고 시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가 멍해지고 코가 시큰했다. 한참을 주차장에서 멍게는 서있던 그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함께 소녀를 돌보았던 동료 전공의와 함께  그날 밤 소녀의 장례식장에 들렀다. 소녀의 어머니는 한눈에 그들을 알아보고 빨개진 눈을 부비며 머리숙여 인사했다.


“수정이는 좋은 곳에 갔습니다. 딸아이가 선생님은 얘기를 많이 했었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그와 그의 동료는 사진 속에서 또 웃음 짓고 있는 소녀를 향해 정성을 다해 절을 했다.


그 후,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그는 전문의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되었고, 소녀는 잊혀져 갔다.


그러던 오늘 저녁, 회진을 마치고 그가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려 할 때 낯선 번호의 문자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수정이가 하늘에 간지 10년이 되는 날 입니다. 그 아이를 사랑해주셨던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소녀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아이를 하늘에 보내고도, 딸아이가 가졌던 핸드폰 조차도 버리지 못해서 가끔씩은 전화기도 켜보며 해바라기를 닮은 꽃 같은 딸아이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그는 10년만에 살아난 소녀의 기억을 내게 말하면서 촉촉해진 눈으로 창가를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죽음이 끝은 아닌 것 같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같은 의사로서 그의 아픔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죽음에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을 하면서,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는 여전히 서툴고, 수년이 되어도 익숙해 질 수가 없다. 언제나 가슴이 아프고 좀 처럼 무듸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이 갔을 때 그것을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못견뎌하는 것은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죽음은 사람다운 뜨거움과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다른 한면 이기도 하기때문이다.


10년이 지나도 어머니의 가슴에 묻은 소녀는 죽은게 아니다. 누군가 기억한다면 실체가 사라져도 10년이 넘게 사랑할 수 있다.


기억한다면 끝이 아니다.


해바라기를 닮은 작은 소녀는 부모에게, 이웃에게, 우리에게 기억하고 또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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