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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맹자와 한비자 사이에서

  • 연도2013년
  • 수상금상
  • 이름김진현
  • 소속화성직업훈련교도소 의료과 공중보건의사

의학은 예술이라고 누가 그랬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워온 의학 지식은 대부분 과학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의사의 일이 단순히 의학지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은 것은 면허를 따고 나서도 세 달 후의 일이었다. 졸업하고 바로 공중보건의사가 되어 교도소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교도소는 기능적 특성상 수용자가 아프다고 해서 곧바로 교도소 바깥의 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의사가 상주하며 가벼운 질환을 치료하고 중한 질환일 때 외부 진료를 보낸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많이 당황했던 것은 쓸 수 있는 약 종류가 생각보다 많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약 구입에 필요한 재정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로 직원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반응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수용자들에게 그렇게까지 잘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은 대부분 본성이 나빠서 출소해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적극적으로 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범죄기록을 읽어본 적 있는데 대부분이 비슷한 범죄를 반복하는 재범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잘 치료해줘 봐야 건강해져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가. 사람이란 악하기 때문에 엄벌로써 교화해야 마땅한 것일까. 나 역시 한 때 비슷한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중고등학생 때 워낙에 미련하고 어리숙해 남들한테 속고 놀림당하는 일이 잦았다. 그 때 한참 탐독했던 책이 한비자였다. 읽고 나서 ‘역시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 때문에 기회만 나면 둔한 사람들을 속여먹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

이후에 의대에 입학했다. 남들처럼 암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가졌던 건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안정된 직장과 수입 때문이었다. 한비자 말마따나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니까. 본과에 진입하면서 바쁘고 치열한 학사 일정 가운데 못 볼 꼴도 많이 봤다. 자신의 성적 몇 점을 위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오던 친구에게 화를 내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자주 봤다.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본과 3학년이 되어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2년간의 임상실습은 생각과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성격이 불같아 평소에는 무서워만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씀이었다. “네가 어떤 생각으로 의대에 들어왔건, 의업은 얼마쯤은 숭고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실습하면서 이 말을 통감했다. 생활이 어려워 병원에 오지 못해 치료할 시기를 놓치고 위중한 병으로 발전했어도 허허 웃기만 하던 아저씨.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버린 초등학생 아들 앞에서 교수님 손을 붙잡고 다시 일어날 수 있지 않느냐고 오열하던 어머니. 30대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던 아기 엄마. 온갖 환자들을 겪으면서 한비자를 버리고 맹자를 집어 들었다.

맹자 왈, “사람들은 누구나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내 마음이 딱 그랬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고작 실습학생에 불과했기 때문에 환자들의 아픔에 다가가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중환자들 앞에서도 단 일 초의 생명 연장조차 도울 수 없었다. 그래서 국가고시를 앞두고는 본과 4년간의 태만을 만회하듯 열심히 공부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은, 적어도 환자 죽이는 의사는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의사가 되어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을 보게 되었는데,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용자들을 그렇게나 싫어하는 직원들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문제가 없진 않았다. 수용자들 입장에서는 큰 병에 걸리면 걸릴수록 대우가 후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반 사동과 달리 환자들이 생활하는 병사동은 생활이 자유롭고, 병이 중할수록 가석방이나 구속집행정지에 좀 더 유리해진다. 이런 이차이득이 있기 때문에 간혹 꾀병을 부리는 사람이 나온다.

직접 겪어도 보았다.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환자였는데 갑자기 몸 반 쪽 감각이 둔해지고 한 쪽 입 꼬리를 못 움직이겠다는 것이었다. 신경학적 검사들을 해 보니 이야기한 증상 외에는 정상이었다. 그래도 큰 병일 수 있으니 응급외진을 보내 신경과 진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퇴근하는 길에 교도소로 돌아오는 그 수용자를 보았는데, 입 꼬리가 멀쩡하게 돌아와 있는 것이었다. CT와 MRI 촬영 결과도 모두 정상이었다. 그 외에 사소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다리를 올려보라고 하면 일부러 힘주고 올리지 않는다든지, 의사가 나타나면 안 하던 기침을 갑자기 크게 소리 내어 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마침내 지쳐버렸다. 역시나 이 사람들은 본성이 악해서 성실하게 진료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인가. 인간이 모두 선하다던 맹자를 애꿎게 탓하며 역시 한비자가 옳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계속 환자를 진료했지만 아무래도 처음의 마음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직원들과 이야기하다가 한 사람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변비가 심하다며 대장내시경을 하고 싶다던 수용자였다. 과거에도 대장내시경 하러 나갔다가 하제 마시기를 거부하여 그냥 돌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하제를 마시겠냐고 물으니까 또 마시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다음에 나와서 이야기하자고 돌려보냈다. 그 후로 한참 못 보다가 소식을 들었는데,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왜 자살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대장내시경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은 했지만,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하루 종일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수용자들을 진료하면서 ‘꾀병이겠지’하고 넘어갔던 온갖 사소한 증상들이 다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번개 같이 드는 생각이 있었다. 한비자를 운운하며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탓했던 건 진료에 성심성의껏 임하지 않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게으름과 태만을 변명하기 위해 성현의 말씀을 빌려온 것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웠다.

결국 난 의사다. 음식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칼과 달리 의사는 사람을 죽이거나 해하여서는 안 된다. 오로지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지식과 양심을 다해 진료하는 것일 뿐, 의학적 행위로 사람을 처벌하거나 교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설령 치료로 건강해진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 범죄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이지 환자의 건강을 담보 삼아 내가 판결 내릴 일은 아니다.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 이후로 범죄기록은 절대 열람하지 않는다. 환자는 환자, 그리고 의사는 의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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