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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땀 냄새

  • 연도2013년
  • 수상은상
  • 이름김현구
  • 소속육군 군의관

옆에서 보조하던 간호사가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틀어쥔다. 이윽고 꼬리 한 냄새가 진료실 전역으로 퍼진다. 자연스레 나도 얼굴이 일그러지고 만다. 컴퓨터로 오더를 낸 후 시선을 돌려보니 웬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신다. 분홍색 내복이 다 보이는 훌렁 거리는 웃옷, 목덜미에 두른 검은 때로 찌든 수건, 파자마 바지에 털 달린 고무 신발을 신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시골 장터 노점상 차림이다. 가까이 다가서자 생선을 만지다 왔는지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왜 하필이면 내가 있는 진료실로 들어왔을까.’ 마음속으로 수십 번 생각해본다. 하지만 찾아온 환자를 행색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돌려보낼 수는 없기에 고개를 도렬 크게 한숨 들이마셨다 꾹 참은 채로 환자 곁에 다가간다. 하지만 나의 하잘 것 없는 폐활량은 채 30초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린다. 알싸한 생선 내음 새가 코끝을 자극하니 머리가 핑 돌았다. 마음속에서 ‘의사니 참아야 해’ 라며 수십 번 주문을 걸어본다. 하지만 얼굴은 이미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퍼지면서 그냥 화장실로 달아나 버릴까 생각해본다.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있던 찰나 환자는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선생님 죄송해유. 생선 썰다와서 냄새가 많이 나지유?”

“네, 조금 냄새가 나네요. 어디 아프셔서 오셨어요? 일단 침대로 올라가셔서 누워보세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서 병원 올 때는 적어도 몸을 씻고 오는 것이 예의라 말하고 싶었지만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그 말들을 겨우 억누른 채 인내하며 ‘어떤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임을 끊임없이 되뇐다. 진료실에 들어선 순간 환자와 의사로 그리고 치료자와 피치료자 간의 계약은 이미 시작되었고, 내가 물러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여간해서는 참기 힘들었다. 냄새를 없애려 손에 알코올을 발라 한 움큼 숨을 들이 마셔본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문진을 하고, 이후 베드로 옮겨 시술을 하는 두 단계 과정을 과감하게 시술 베드로 직행하는 한 단계로 줄였다. 그래야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를 조금이라도 덜 맡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할머니 어디가 안 좋으셔서 오셨어요?”

“그냥 하루 종일 시장에서 장사하다보니 온 몸이 아파.”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제가 치료하기 힘들어요.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말씀해보셔요.”

 

할머니는 또다시 말했다. 온 몸이 아프단다. 어깨, 허리, 무릎, 다리 삭신이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 한숨이 밀려온다.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수사에 착수한다. 그 냄새를 견디면서 온 몸을 구석구석 만지고 확인하며 정말로 아픈 곳, 그리고 오늘 집중적으로 치료할 곳을 가려내야 한다. 웃옷을 제치고 어깨를 만지고 허리를 만져본다. 압통을 확인하기 위해 꾹꾹 눌러보니 환자는 아프다기보다는 시원하단다. 무릎을 확인하려 바지를 걷으니 알싸한 냄새의 이차 공격이 이어진다. 머리가 어질 거리고 쓰러질 것만 같다. 3분 남짓 지났을까. 힘든 검사를 마치고 아픈 곳에 주사를 놔드린다. 더불어 많이 쓰니 몸이 병치레를 하는 거라며 조금은 쉬기를 권해본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런 대화의 패턴은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익숙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비싼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상당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다. 비싸고, 바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필요가 없단다. 처음엔 고집스럽게 설득했고, 그 다음에는 한 숨만 나왔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인다. 시장 통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진료는 늘 이렇다. 집에서는 논, 밭일이요, 그것을 시장에 내다파는 장사까지 일 년 365일 하루도 쉴 틈을 안주니 몸이 병치레를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때로는 대학병원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수도 없이 긁어댔던 MRI이나 Bone scan 혹은 CT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하루 종일 시장에 앉아 버는 돈이 고작 만원 남짓한 그들에게 그런 고가의 검사, 치료비용이 사치라 느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딩동, 알람소리와 함께 다음 환자가 들어온다. 방금 전 환자와는 다른, 조금은 알싸한 고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자동적으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또 일그러진 인상으로 환자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환자는 기계에 고추를 갈다가 손가락이 베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마디가 완전히 갈려서 절단된 할머니였다. 이전 같았으면 큰 병원 성형외과를 가보라 권유했겠지만, 한사코 그냥 여기서 꿰매달라고 아우성 하는 통에 오랜만에 니들 홀더를 잡고 봉합을 했던 환자였다. 상처를 열어보니 상태가 엉망이다. 할머니에게 따지듯 물었다.

 

“워메, 할머니 손 꿰매서 일 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집에서 또 일하셨지.”

“영감탱이가 하도 일을 안 하니 나라도 해야지 어째. 요새 들깨 치댈 때가되었는데 나라도 일 안하면 그거 다 버리게 생겼어.”

 

집에서 영감탱이가 하도 일을 안 해서 들깨가 모조리 상할까봐 들깨를 치대느라 그랬단다. 그도 따끔하게 혼을 냈는데, 오늘도 또 엉망인 상태로 소독을 위해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살짝 열린 소독 거즈를 열어보니 상처와 소독가루, 들깨 가루가 뒤범벅이 되어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할머니를 다그쳤다.

 

“그깟 들깨가루가 얼마나 한다고 상처가 이 지경이 되도록 해요. 그거 내가 다 사줄 테니 이제 집에 가시면 그거 좀 제발 하지 마세요.”

“그럼 이 많은 들깨를 어쩌누…….”

“그깟 들깨 버리든지 아니면 집에 계시며 빈둥대는 그 대단한 영감님한테 해달라고 하세요.”

“영감이야 방에 틀어 박힌 지 오래고, 그렇다고 이 아까운 걸 어떻게 버리누. 이제는 내 자식 같당께. 이걸로 우리 아들, 딸들 핵교(학교)도 보내고 장개(장가)도 보내고 했는디.”

 

할머니는 1년 내 자식처럼 키운 것들, 그걸 장에 팔아서 아들, 딸들 학교며 장가며 보냈고, 평생 입에 풀칠하며 살아왔는데 어찌 버리겠냐며 한사코 고집을 부린다. 그 대답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빨간 약만 발라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할머니를 내보내고 득실거리는 대기 환자의 진료를 잠시 중단한 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고작 몇 천원에……. ‘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진료실 책상 위에는 냄새나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다섯 장과 백 원짜리 동전 2개, 오십 원짜리 동전 2개가 얹어져 있었다. 방금 전 할머니가 접수처가 아닌 진료실 내 책상 위에 돈을 두고 간 모양이었다. 헌데 문제가 있었다. 진료비보다 이천 원 더 두고 간 것이었다. 그래서 점심 식사 후 시간을 내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드리러 시장 노점을 찾아갔다.

“할머니 어제 돈을 이천 원이나 더 주고 가셨어. 이거 돌려주려고 왔어요.”

“아이고 선생님, 고마우이. 이거 고마워서 콩나물이라도 한 봉지 들고 가.”

다친 손으로 주섬주섬 검은 봉지에 콩나물을 주워 담더니 내게 건네 왔다. 차마 공짜로는 받을 수 없어 값을 치르기 위해 얼마인지 물었다.

“한 봉지에 오백 원씩 받아.”

 

콩나물 한 봉지 값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졌다. 할머니가 오늘 싸들고 온 직접 길렀다는 콩나물 한 박스. 한 봉지가 오백 원임을 감안하면 다 팔아야 만원이 채 안 되는 양이었다. 무더운 여름 할머니는 그 돈을 벌기 위해서 땀 흘리며 길거리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부끄러웠다. 오늘, 삶의 고단함과 숭고함이 깃들어 있는 그 땀 냄새조차 참지 못하고, 할머니들의 냄새를 피하기 위해 애써 알코올을 손에 바르며 짜증 부렸던 스스로의 모습이 연달아 떠올랐다. 그랬다, 나는 참으로 따뜻하지도 성실하지도 사려 깊지도 않았던, 오로지 위선에 가득 판 바보 풋내기 의사였던 것이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고단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소홀했고, 오로지 의사의 말에 절대적인 복종을 종용했다. 또한 힘들게 번 돈의 소중함 역시 몰랐다. 값싼 자판기 커피 대신 비싼 브랜드 커피를 매일 한잔씩 마셨고,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종이를 함부로 낭비했다. 백 원짜리 동전은 돈도 아니라 생각했고, 아무데나 방치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진료실을 찾았던 시장 통 할머니들은 달랐다. 봄여름 가을 겨울 내내 고생해서 시장에 내다팔면 고작 몇 천원 밖에 받지 못하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도 마다하고 땀을 흘리며, 또한 그것을 시장에 내다팔아 모은 돈을 아껴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앞으로 나는 어떤 의사가 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소중한 답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적어도 스스로에게 그리고 미래의 내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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