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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 연도2013년
  • 수상동상
  • 이름권아혜
  • 소속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올해 초, 정신과 전공의가 된지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러 전공의로서의 마지막 한 해를 준비하던 때의 일이다. 그 동안 나는 꽤 다양한 환자들을 보고 치료하면서, 자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의 많은 부분이 익숙해졌고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는 방법들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무렵 내가 만난 환자 A는 나의 그런 생각들을 한 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매 순간 나를 무너뜨리고 나의 노력마저도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A를 보면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A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마치 나아지기를 거부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A와 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날도 수 차례 콜을 받고 면담을 마친 뒤 나는 영혼까지 빨려 들어간 듯 지친 상태로 당직실 침대에 풀썩 누웠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치의라면 A도 더 빨리 나을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그에 따르는 실망과 좌절은 환자와의 갈등보다도 더 나를 괴롭혔다. 쉬고 싶었다. 눈을 감으니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졌다. 3년 전 겨울이 떠올랐다.
 
길고도 길었던 일 년의 인턴생활이 끝나가던 1월, 나는 춘천에 있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춘천의 겨울은 더 춥고도 길었다. 그리고 그 추운 날씨보다도 더 차갑게, 나의 마음도 많이 얼어 붙어 있었다. 잘 참고 잘 버틴다고 스스로 자부했던 나에게도 인턴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매일 몰려드는 환자들, 늘 아프고 고통스러운 그들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고 나는 잠과 휴식을 반납해가며 일했지만 그 일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볼 여유조차 없었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서, 콧줄을 스스로 잡아 빼서… 어김없이 밤에는 콜이 쏟아졌다. 처음 인턴을 시작할 때의 조심스러움과 생명을 다룬다는 사명감은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사소한 것처럼 느껴졌고, 인턴 1년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과정, 싫어도 거쳐야 하는 관문처럼 생각될 뿐 자체로서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겨우겨우 반쯤은 억지로 일을 하던 새벽, 어김없이 콜이 왔다. 혈소판 수혈. 하나의 혈액만 연결하면 끝나는 일반 혈액과 달리 혈소판 수혈은 여러 개를 연달아 주사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옆에 서서 혈액이 주입되기를 한참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나는 졸려서 자꾸 감기는 눈을 겨우 뜨며 혈액이 들어가기를 기다리다가, 어떻게 하면 혈액이 조금 더 빨리 들어갈 수 있을지 요령들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여기 좀 앉아서 하세요.” 그때 갑작스럽게 들려온 말소리에 놀라 쳐다보았다. 40대 초 중반쯤 되었을까? 환자의 부인인 듯싶은 여자는 졸음 가득한 내가 안쓰러웠는지 의자를 권했다. 나보다 더 힘든 얼굴이었으면서도…… “감사합니다.”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고요한 새벽, 하나씩 하나씩 혈소판 팩이 비워졌다. “죄송하네요. 고생이 많으시죠?” 그녀의 말에 괜히 머쓱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귀찮아 하는 마음이 들킨 것 같아 말을 흐리며 물었다. “아뇨 뭘… 가족 분이세요?” “남편이요.” 그녀의 눈길을 따라 환자에게 시선이 닿았다. 네임카드에 적힌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보이는 자그마한 몸. 질긴 병과 싸우느라 생명력을 잃어가는, 하루하루를 버텨내려는 의지로 겨우 숨쉬는 몸 같았다. “오래 됐어요. 집보다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따스한 눈길로 환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보다도 더 깊은 슬픔이 맺혀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견뎌줘서 다행이라고 애써 말을 잇는 그녀는, 그렇게 환자의 곁을 가만히 지키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정성스럽게, 조금 더 정성스럽게…… 혈액을 연결할 때마다 이 걸로 조금씩 나아지셨으면, 조금씩 생명이 불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담을 뿐이었다. 마지막 혈액까지 연결을 마친 후 나는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인사 했다. “네. 저…… 기운 내세요.” 그것은 마음 속의 수많은 말을 남겨둔 채 내가 그녀에게 해준 유일한 말이었다.

 
가운을 벗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 해가 떠오르려고 하는지 하늘은 차츰 밝아지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병원에서 조금 걸어 나와 의대 시절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머리를 식힐 때면 자주 찾아갔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찾은 그곳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였다. 언덕 위에 서면 발 아래 학교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건물들과 집들이 보였는데, 아무도 없는 넓은 운동장을 마음 속으로 실컷 달린 뒤, 멀리 보이는 건물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을 바라보면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불빛들.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그렇게 밤새 불을 밝히고 기다리는 어떤 이를 마음속에서 그려볼 때면, 집을 떠나 타지에서 긴 공부를 하느라 지치고 외롭던 나의 마음에도 한 순간 빛이 비추어 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불빛들 중에서도 가장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건, 응급실 불빛이었다. 고마웠다. 아프고 외로운 이를 위해 밤새도록 그렇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불을 밝히는 곳. 나도 그런 의사가 되자고 다짐했던 옛날의 꿈들이 떠올랐다. 환자를 보기까지 거쳐야 했던 그 긴 준비의 시간들. 그런데 이제 환자를 대하면서 나는 그런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날 차가운 겨울의 새벽 나는, 나의 오랜 꿈 앞에 창피하게 마주한 느낌이었다.   
 
눈물이 맺혔다. 그 후로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를 한다는 사람이 내 마음에만 갇혀 정작 아파하는 이를 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부끄러웠다. 부모, 형제, 친구도 다 싫다던 상처 입은 A의 마음속은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A가 안쓰러워졌다. 나는 그 어둠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해보았던가? 하나의 생명이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고, 믿고, 기다려주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사실, 그것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 나를 위해 불을 밝혀 주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저 가만히 곁을 지키면서 그가 언젠가 그 기다림을 믿고 마음을 열 수 있을 때까지. 두려워하지도 초조해하지도 않고……

나는 당직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작고 따뜻한 면담실에 앉아 A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나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는 누구나 작고, 여리고, 미숙하다. 그러기에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것 또한 그 작고 여린 존재이리라. 환자들을 낫게 해주겠다던 나는 오히려 환자들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그들의 가르침이 나를 조금씩 더 나은 의사로 만들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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