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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꼬마친구

  • 연도2015년
  • 수상금상
  • 이름오규성
  • 소속참포도나무병원
  그날은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장마같이.
  
  노크도 없이 외래 문이 활짝 열리더니 꼬마 아가씨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놀라서 허둥대는 젊은 부부와 함께. 그 아이는 잘 하지도 못하는 과일을 깎다가 베어버린 손가락에 붙어 있는 반창고를 보고는 가까이다가와서 만지작거렸다.
 
  “아저씨 손 왜 이래?”

  “응? 어제 아야 했어요.”

  “아야 하면 아파?”
  
  “조금.”

  “아저씨 어쩌다 아파….”

  아이는 말을 하다 끝내지를 못하고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하니?”
  
  “뭐라고?”

  “아파하나?”

  같이 들어온 젊은 부모는 약간은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자기 딴에는 존댓말을 고민하는 거에요.”
  
  “아파하는 거 호 불면 안 아파… 하니?”

  “호! 해주세요.”

  4살짜리 꼬마. 이현지.

  또래보다 말이 좀 늦는 것 같아 유치원에 들어가면 놀림을 받을까봐서라는 가벼운 이유로 찾아온 젊은 부모. 오전 내내 지친 외래에 잠시나마 웃음을 준 꼬마친구를 보면서, 나 역시 별다른 생각 없이 말을 건냈다.

  “말을 할 때 눈동자가 많이 흔들리는데 혹시 모르니까 CT 한번 찍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별게 아닐 가능성이 훨씬 많지만요.”

  “꼬마친구 사진 찍을 때 가만히 있을 줄 알아요?”

  “나 잘해… 해요.”

  “선생님 말씀대로 한번 찍어볼게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CT상의 이상 소견은 나를 매우 당황하게 했다. 뇌간에 존재하는 좋지 않게 보이는 그것은 암이었다.

  “정밀검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별것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듯 합니다.”
  
  MRI까지 찍어보고 나온 결론은 뇌간에 위치한 수모세포종. 그것도 악성으로 추측이 된다는 방사선과 선생님의 소견과 함께.

  “얼마나 살 수 있는 건가요? 아니 치료하면 어떻게든 되는 거 아닌가요? 합병증이 남더라도? 선생님 뭐라도 좀 할 수 있다고 말 좀 해줘봐요.”

  “위치가 너무 나쁩니다. 뇌간은 생명유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위입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숨을 쉬는 기능이나, 심장 뛰는 기능이 망가지게 되어 버립니다. 수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아이는 비온 뒤 낮게 깔리는 바람이었다.

  퇴원을 했다가도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응급실로 실려와 날 놀라게 하거나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그래도 항상 아픈 환자와 지친 보호자들만을 대하면서 말라버린 내 마음을 적셔주는 그런 스쳐가는 작은 바람이었다. 5살이 된 현지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이번에도 그 아이는 내 손가락을 만져주었다.

  “아저씨 반창고 없어?”

  “이제는 아야 하지 않아.”

  “하지만 난 포로로 좋아해.”

  무슨 말인가 하고 다시 한 번 젊은 부부를 쳐다보았다.

  “요새는 반창고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것들이 많아요. 그 이야기 하는 거예요.”

  “다음에는 아저씨가 뽀로로 반창고 해줄까?”

  “아니 난 타요가 더 좋아.”

  “그럼 선생님도 타요 하지 뭐.”

  갑자기 지나가는 바람은 금방 잦아들 듯이, 5살이 된 현지도 며칠 만에 안정이 되어서 퇴원을 했다. 하지만 그 때 나는 현지가 더 나이를 먹지 않고 그렇게 내 곁에 있기를 바랐다. 좀 긴 장마같이. 끝나지 않을. 나는 그 뒤로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반창고는 모두 버렸다. 그리고 사지도 않았다. 그러면 그 아이를 잊고, 조금은 편하게 다른 환자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눈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추억은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끔씩 아무 무늬도 없는 반창고를 볼 때도 떠올랐고,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말을 옹알거리는 것을 볼 때도 그리워졌다. 유치원 아이들이 뛰어 오는 모습만 보아도 문득 생각이 났다. 추억은 함께이기에 추억이었지만, 혼자서 슬퍼지거나 피하려고 한다면 그건 추억이 아니었다. 괴로움의 집착이 되어버렸다.

  6살이 된 현지는 몇 달에 한 번씩 응급실로 실려왔다. 조금 더 약해져가는 모습으로.

  “선생님이 좋대요. 다른 선생님들은 말도 안 하시고 주사만 놓거나, 힘든 약만 주는데 선생님은 자기랑 놀아주어서 좋대요. 현지가.”

  “제가요?”

  내가 해준 것이 뭐가 있을까? 4살짜리 현지에게 손가락 만지게 한 것뿐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아이에게 내가 달라보였던 것은 나였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아픈 환자로 보았다면 연민과 아픔이 묻어난 어투로, 아니 오히려 지쳐버린 사무적인 꾸민 말투로 대했을 텐데. 그런 차가운 말투를 본능적으로 느끼며 주눅이 든 다른 환자들과 같았을 텐데. 우리가 서로에게 특별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냥 우리였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나눈 대화, 눈을 맞추고 손가락을 만졌던 기억들. 그런 평범한
것이 우리에게는 특별한 것이었다.

  7살이 되어버린 현지는 이제 소아암병실에 입원을 해 있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아졌다. 가끔 멀리서 보는 현지는 휠체어에 기대 힘이 없고, 말도 없이 그냥 창문 밖을 쳐다보기만 했다.

  “뽀로로 반창고 많이 사다 줄까? 주사 맞은 자리 퍼렇게 멍들었는데….”

  “아저씨는 아직도 뽀로로 좋아해요?”

  “아, 그런가? 그럼 타요?”

  “아저씨, 저 일곱살이에요. 그런 건 아가들이 좋아하는 거라고요.”

  “일곱살은 아가가 아니야?”

  “아 참! 아저씨, 아가는 엄마 쭈쭈 먹는 거라고요.”

  토라져버린 채 돌아서버린 휠체어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부모는 내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현지가 오랜만에 말을 많이 하네요.”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기쁨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 특별함의 이유가 잘생겨서일 수도 있고, 선물을 잘 해주어서일 수도 있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서일 수도 있다. 나는 그저 그런 신경외과 의사였다. 남들보다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닌, 더 친절하지도 않은 그런 많은 의사들 중 하나. 늘 많은 일에 힘들어하면서 환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고통 받는 보호자들의 감정을 일부러 멀리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켜가고 있는 그런 의사였다.

  현지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창문 밖을 쳐다보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보다는 훨씬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살밖에 안 된 아가가 아닌, 꼬마친구가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보면서, 수많은 사연들을 가진 암 환자들이 그렇게나 힘들게 노력하면서 치료를 받고 어떻게든 나아지려고 하지만 결국은 암에게 먹혀버리는 기억들은 항상 나를 망설이게 했다. 강점이입이 된 환자들이 악화될 때마다 나는 너무 힘들어했고, 거리를 둔 환자들이 나를 기계처럼 대하는 것에도 아파했다. 

  신혼의 젊은 남편도, 갑작스러운 가장의 아픔도, 다 좋아졌다고 기뻐서 퇴원했다가 재발해서 다시 돌아온 지쳐버린 많은 환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가지라면서 열심히 치료를 하던 신출내기 신경외과 의사는 이제 변해버렸다. 내가 망설이면서 환자에게 어느 거리이상 다가가지 못하는 것도 다 지난 아픈 환자들의 기억 때문이었다. 내가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항상 비슷한 나날로 환자를 보는 것도 다 지난 슬픔 때문이었다. 두고 오면 사라질까봐, 그 기억들과 함께 다른 모든 것들이 달라져버릴까봐 나는 억지로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꼬마친구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추억은 앨범속의 오래된 사진뿐이라는 것을. 그 사진이 있어야 할 곳은 그 앨범 속이었다. 일부러 사진을 잘라내어 버린다고 해도 그 흔적은 남는다는 것을. 현지는 나와 달리 멀리 가 있었다. 추억을 그 곳에 남겨둔 채로. 뽀로로와 타요와 함께. 현지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현지와의 뽀뽀는 우스꽝스러웠다. 그날도 수술이 길어지고, 해야 할 일도 많다보니 퇴근이 밤11시를 넘겨버려서, 집에 갔다가 새벽 5시까지 출근하기도 애매한 날이었다. 같은 처지의 동기 3명이서 늦은 저녁 겸 싸구려 술을 먹고는 병원 숙소로 들어오다가, 병원건물의 불 켜진 중환자실이 보였다. 그냥 들어간 중환자실의 잠들어 있는 현지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볼에다가 뽀뽀를 해주었다. 숙취의 나쁜 냄새와 함께. 당연히 꼬마친구는 알지를 못했고, 나 역시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나와 현지만이 아는 처음이자 마지막 뽀뽀였다.

  악화된 증상이 좋아져서 중환자실에서 나온 그날도 비가 많이 왔다. 그 순간에만은 나에게 있어서 세상의 중심은 그 아이였다. 비가 많이 오는 것도 현지 때문이었고, 덥던 날씨가 그날따라 서늘해진 것도 그 아이 때문이었다. 그 날은 이상하리만치 수술이 잘 된 것도 다 그랬다. 그때는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피어나는 것이 다 현지 때문이었다.

  현지와 같이 병원에서 생활을 한 날을 다 합치면 그래도 몇 달은 될 듯 싶다. 고작 그 몇 개월이었지만 현지는 나를 변화시켰다. 스물아홉의 나와 서른아홉의 내가 다르듯이, 현지도 클 수만 있다면 어떻게 살게 될지 궁금했다. 좋은 모습이면 좋겠지만, 나쁜 모습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냥 저런 꼬마친구와는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었다. 결국 그렇게 되어버릴 것을 알면서도 의사는 환자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악성종양환자의 끝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가깝게 다가가기도 하고, 두꺼운 벽을 세우기도 한다.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도 한다. 돌아서서 의사의 한계를 저주하고, 둔해가는 감정을 어루만져준다. 어떤 감정이건 공통점이 있다. 심장이 뛰는 것이 어쩔 수 없듯이 의사라는 존재는 환자에게 감정을 느낀다. 내가 그러고 싶다고 해서 그러고, 그러기 싫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이슬이 앉듯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의사라는 것을 이제는 아주 조금씩은 알 것만 같다.

  8살의 현지는 오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늘 7살인 채로 현지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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