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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크리넥스의 진료학

  • 연도2016년
  • 수상금상
  • 이름노대영
  • 소속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의 진료실은 매우 단촐하다. 환자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책상, 두 세 개의 의자, 그리고 진료 기록을 위한 도구 정도면 충분하다. 간단한 신체 검진 기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정신과 진료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진료실에 꼭 필요한 물품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티슈이다.

갑자기 내 앞에서 누군가 눈물을 흘린다면 당황스럽거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곳은 일상의 억누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허락된 특별한 공간이다. 눈물을 흘리는 환자에게 치료자는 이렇게 말한다.

“울어도 됩니다.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긴 말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살짝 티슈를 내어주는 것이다.

정신과 진료는 일견 정적으로 보인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는 가벼운 신체 접촉마저도 자칫 치료자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에 매우 제한적이다. 환자가 흐느끼고 있는 순간에조차 기껏 티슈 하나 건네며 그것마저 당신이 알아서 닦으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진료실에서 치료자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진료 행위에 속한다. 짓누르는 무거운 마음의 토로에 대한 반응이 고작 풀풀 날리도록 가벼운 티슈라니! 하지만 이 작은 공감의 효과는 결코 그 무게만큼 가볍지 않다. 이 때 티슈는 그냥 티슈가 아니다. 비록 얇고 야리야리해 보이지만, 티슈는 정신과 진료의 든든한 조력자다.

한편, 티슈를 건넬 때에는 나름의 요령이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티슈를 직접 건네서는 안된다. 티슈가 담긴 박스를 환자 쪽으로 살짝 밀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스스로 티슈를 꺼내어 사용하도록 하여 환자의 자발성을 존중해야 한다. 눈물을 떨군다고 무턱대고 즉각 반응을 해서는 안된다. 적절한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성급한 위로는 퇴행을 조장할 수도, 또한 면담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충분히 감정이 올라오고, 그 감정이 함께 이해되는 순간이야말로 티슈 한 장이 극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치료자가 그러하듯 티슈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티슈는 향이 없고 흰색일수록 좋다. 게다가 사정이 어떻든 두루마리 휴지는 있을 수 없다. 나를 속물이라 비난할지 모르지만, 여타 이름없는 제품보다는 ‘??킴벌리’의 ‘크리넥스’ 티슈를 선호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것이 ‘티슈’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이름이기 때문이다. 티슈 만드는 회사에서는 별 관심이 없겠지만, 정신과 의사가 그들의 가장 성실한 고객들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진료 중에 나의 이런 행위를 조심스러워 하는 동료의사들도 있다. 엄격한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환자를 면담할 때 티슈를 건네는 행위를 금기시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예기치 않은 의존이나 불필요한 전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슬퍼하는 환자를 팔짱 끼고 냉담하게 지켜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치료자의 역할은 특별하고, 그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도 흐느끼는 환자의 눈물을 위로하는 행동마저 스스로 검열해야 할 만큼 차가운 전문가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무엇이라고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그 비밀스런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을까? 냉철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진심이 담긴 작은 위로일지도 모른다. 거기서 힘을 얻고 나서야 치료자가 없는 진료실 밖 세상에서도 스스로를 달랠 수 있으므로.

티슈는 두 장이 겹쳐져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한 장이 된다. 조용히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이다. 티슈는 구겨지고 버려지면서 위로한다. 이는 헌신의 다짐과 다르지 않다. 티슈를 건네는 것은 진료 중에 행하는 나의 작은 의식이다.

하지만, 때로는 티슈를 건네주기도 힘든 순간이 있다. 어느 날 불쑥 두 노부부가 진료실로 찾아왔다. 전에 근무하던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던 환자의 부모님이었다. 환자는 집이 경기도 성남인데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지금 근무하고 있는 춘천까지 멀리 와서 진료를 받았었다. 증상 없이 지내기를 2년 여, 약을 끊고 싶다는 환자의 요청에 투약을 중단한 지 1년이 좀 넘었을 즈음이었다. 반가움도 잠시, 그들이 가지고 온 소식은 반가운 내용이 아님을 직업적 본능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내 어머니는 “제 아들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때야말로 아마 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고통스런 순간일 것이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른다. 생전의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이내 묵직한 통증이 가슴에 전해진다.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이 답하지 못한 질문이 진료실의 공간을 떠돌고, 가족들과 나는 가장 고통스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상태가 안 좋길래 이틀 전에 가족들과 함께 부랴부랴 춘천에 왔었어요. 근데 선생님 진료가 없는 날이더군요. 아들이 꼭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고 해서 하루만 더 지내고 다시 진료를 보기로 하고 그냥 돌아갔어요. 그런데 하루를 더 버티지 못하고 오늘 새벽에 그만….”

내가 진료를 보았던들 환자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먼 길을 헛걸음을 하고 돌아갔을 마음과 단 하루가 갈라놓은 비정한 운명을 생각하니 가슴이 더욱 먹먹하다. 차라리 내 멱살이라도 잡았으면 좋을 것을, 너덜너덜해진 심정으로 그 동안 치료해주셔서 고마웠다고 쓸데없이 내 마음을 살피는 그들이 되려 원망스럽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과 죽음의 불가해함을 이야기해 보지만, 그건 기실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다. 흐느끼는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붕대로 지혈하려는 듯 그저 하얀 티슈를 연신 건네는 것이 고작이었다. 환자의 보호자를 다시 환자로 치료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슬픈 일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내에게 들킬까봐 티슈를 쓸 용기도 없이 샤워실에서 울음을 삼켰다.

인생의 고빗길에 선 누군가의 삶이 나와의 만남을 계기로 바뀌어가는 경험은 매혹적이다. 남몰래 우쭐해지는 기분일 때도 있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일을 겪게 되면, 그것이 단 한 번일 뿐이라고 해도 치료자는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정신과 의사는 우주와 같은 인간의 마음, 그 깊은 심연 앞에서 돌아서지 않고 나아가는 작은 인간이다.

준비된 물품이라고는 티슈밖에 없는 작은 진료실에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가끔 우리 삶은 눈물나도록 힘들 때가 있다.

“울어도 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비슷한 말을 반복하지만, 사연은 매번 다 다르고 그 상처의 깊이는 늘 가늠하기 어렵다. 분명한 한가지는 모든 눈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비가 오고 무지개가 떠오르듯, 눈물이 무지개로 피어날 때까지 함께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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