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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아빠의 그곳

  • 연도2016년
  • 수상은상
  • 이름곽재혁
  • 소속피터소아청소년과의원
그곳에 들어설 때면 나는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의 판타지 소설 속 중간계를 떠올리곤 했다. 세상에 속해 있지만 세상과 철저하게 구분되어야 하는 작은 세계. 엄마의 자궁 속 고요한 어둠을 끌어와 가냘픈 존재들을 안전하게 품어내야 하는 궁극의 중간계. 소독된 가운으로 세상의 티끌이 묻은 옷을 가리고, 소독제로 손에 묻은 세상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나서야 비로소 입장이 허락되는 그곳, 신생아 집중치료실.
언제 심폐징후가 불안정해질지 모르는 이른둥이(미숙아)를 주로 돌보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격무에 시달리는 곳이지만, 힘든 만큼 소아과 의사로서 자존감과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소아과 수련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가 소아과 레지던트 2년차였던 2004년 봄에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황폐해져 있던 내 마음의 정원에서도, 일찍 세상에 나온 작고 약한 아기들을 키워낸다는 자부심의 꽃이 송이송이 피어나고 있었다.

언제든 아기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간호사 스테이션 옆 화이트보드에는 조산을 대비해 인큐베이터를 미리 잡아놓은 산모들의 목록이 있었다. 산모의 나이와 임신 주수, 진단명 등이 기록된 그 목록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불시에 응급분만이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들은 분명 분만실에 입원 중인 산부인과 환자들이었지만, 그날의 소아과 당직의사에게도 그 목록은 중요한 인계사항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통해 태아를 꺼내놓으면 그 아기를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데려와 필요한 처치와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고스란히 소아과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제발 오늘밤은 무사히 잘 버텨주길.’
신생아 집중치료실 야간 당직을 앞둔 저녁이면, 고단한 몸을 누일 의국 침대를 떠올리며 그 칠판 목록 앞에서 그런 기도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 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하였다. 저 쪽 분만실 일대에는, 그 목록 안에 쉽게 요약될 수 없는 간절함으로 나와 같은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말이다.


‘40세, 32주 4일, PROM(조기양막파수), Dexa(폐성숙주사) 2회’
2016년 봄, 아내가 조기양막파수로 내가 수련했던 C병원 분만실에 입원한 지 이틀째 되던 날 밤에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칠판 목록 속 한 줄에 저런 내용이 적혀 있었을 것이다. 바로 내 아내가 그 목록에 포함된 산모가 되고 보니, 12년 전 그 칠판에서 매직펜으로 무심하게 날려 쓴 글자로만 마주했던 그녀들 생각이 났다. 짤막짤막하게 정리되어 있던 목록의 행간에는 저마다 애끓는 사연들이 숨어 있었겠지. 그러나 늘 피곤했고 잠이 모자랐던 소아과 레지던트 2년차의 눈에는 그런 것이 보일 리 없었다.

‘마흔 살 여성이 한 살 차이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결혼하자마자 잉태된 소중한 생명을 8개월 동안 조심조심 잘 지켜오다가 양수가 터져서 입원을 했는데, 분만실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서 대소변도 그 자리에서 받아내며 근근이 이틀째 분만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 맞는 폐성숙주사는 무사히 다 투여되었습니다. 현재 산모와 가족들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조금만 더 오래 버텨주기를 애타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는 둥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컷처럼 아내가 입원해 있는 분만실을 들락날락하며 안절부절못했던 이틀을 보내는 동안, 나는 12년 전의 내가 미처 알 수 없었던 그 행간의 절박한 사정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절실함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 칠판 목록 앞에서 고작 편안한 당직을 바라는 기도 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

소아과 수련을 마치고 5년의 봉직의 생활을 거친 후 개원한 지 4년째. 별일없이 사는 것이 목표이자 신조인 생계형 의사로 살던 나를 다시 깊숙한 어둠의 중간계로 불러들인 것은 2킬로그램이 채 안되는 작고 귀여운 생명체였다. 그 생명체와의 첫 만남은 분만장 복도에서 이루어졌다.

‘제발 오늘밤도 무사히 잘 버텨주길.’
그 전날 저녁에 어쩌면 나와 같은 기도를 했을지도 모르는 소아과 당직 레지던트가 끄는 이송용 인큐베이터 안에서 담요에 폭 싸인 채 얼굴만 쏙 내민 그 사랑스런 생명체를 처음 마주했다. 비록 나와 그 레지던트의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건강한 핑크빛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니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흘러나왔다.

복도에서의 짧은 만남 후 바로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겨진 우리 아기와의 첫 면회를 위해 소독제로 손 구석구석을 비비고 닦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레지던트 시절 이곳을 드나들며 수도 없이 손을 씻었던 이 세면대 앞에서 얼마나 많은 엄마, 아빠들이 나와 같은 눈물을 흘렸을까 생각하니 복잡하고 무거운 감회가 밀려왔다.

“해꿈아, 아빠 왔어. 우리 아기 무사히 건강하게 잘 와줘서 고마워. 빨리 세상에 나와 이렇게 힘든 과정 거치게 해서 미안해. 힘들어도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엄마, 아빠랑 같이 집에 가자. 아빠는 멋지고 재미난 곳 되게 많이 알아. 얼른 커서 좋은 데 많이 다니자.”

태교를 한답시고 아내의 불룩한 배에다 대고 ‘해꿈아’라고 말을 걸어 놓고는 그 다음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 연신 태명만 반복해서 불러대곤 했었는데, 해꿈이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니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불덩이 같은 말들이 마구 솟구쳤다.

재태연령 32주 5일에 1960그램으로 예정일보다 51일 먼저 세상에 나온 우리 딸, 해꿈이는 다행히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 힘찬 울음을 터뜨려주었다. 양막이 파열된 채로 엄마 뱃속에서 버틴 57시간 동안 호흡 연습을 많이 하고 나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그 가냘픈 몸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이겨나가야만 하는 해꿈이가 한없이 애처로웠다.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 핵황달, 신생아괴사성장염, 미숙아망막증, 뇌출혈, 허혈성뇌손상, 로타바이러스장염…’
조산아로 태어난 해꿈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합병증들이 소아과 의사 아빠의 머릿속에서 걱정의 잔가지를 펼칠 땐, 내 어쭙잖은 지식의 밑동들을 모두 잘라내 버리고 싶었다.

“해꿈이보다 훨씬 더 빨리 태어난 아가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서 퇴원하는 것 제가 많이 봤어요.”

의연한 미소로 걱정하는 가족들을 안심시키는 해꿈이 아빠의 뒷그림자에는, 아는 만큼 걱정도 많아 소심하기 짝이 없는 소아과 의사가 웅크리고 있었다. 황달 치료를 위해 눈을 가린 아기들을 수없이 많이 봤으면서도, 막상 해꿈이가 눈가리개를 한 채 광선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온 세상이 다 깜깜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눈물까지 흘리는 아내 앞에선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마치 유리로 된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럽고 가슴 떨렸던 3주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고, 그 사이 해꿈이에겐 채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채연아, 할머니야.”

마침내 집으로 가기 위해서 신생아 집중치료실 문을 나선 채연이 앞에서 어머니는 그만 목이 메셨다. 몇 번이나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까지 오셨었지만, 부모 외엔 면회가 되지 않아서 문 앞에서 기도와 응원만 남기신 채 아쉬운 발길을 돌리셔야 했던 어머니. 우리 삼 남매에다 외손주까지 돌보셨지만, 채연이처럼 작은 아기는 처음이라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몰라 쩔쩔매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목이 메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 면회 때에는 주로 자는 모습만 보는 것이 못내 서운해서 제발 눈 좀 떠주길 바라곤 했던 우리 부부는 어느새 채연이가 잘 자주면 너무 고마운 보통 엄마, 아빠가 되었다. 밤낮이 따로 없는 육아전쟁에 늘 피곤하지만, 채연이가 방긋 한번 웃어주면 그저 신나는 딸바보들.
“우리 아기가 자주 토해요. 코로도 막 뿜어져 나오는데 괜찮은 건가요?”
“아가가 자꾸 딸꾹질을 하는데 괜찮나요?”
“우리 애는 새벽 두세시경에 꼭 깨서 자지러지듯이 우는데 어디가 아파서 우는 걸까요?”

내가 아빠가 되기 전에는, 바쁜 토요일 진료 도중 수첩에 한 가득 질문을 적어오는 초보 엄마나 아빠를 만나면 표정이 굳어지곤 했었다. 물론 대기 환자 목록이 주는 압박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들만으로는 명쾌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나를 진땀 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젠 교과서적인 지식에 직접 내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더해져 보호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백만 가지 의학지식보다 더 깊은 위안을 줄 수 있는 한 마디를 마침내 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기도 그래요.”

그들이 적어온 질문 목록의 행간에는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지난 밤의 피로와 극도의 육아 스트레스가 숨어 있으리라. 나는 이제 그걸 볼 수 있게 되었고, 나처럼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따뜻한 공감의 눈빛을 보낼 줄도 안다.
이게 다 그곳 덕분이다.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주었으며, 의사로서 미숙했던 내적 자아를 마저 키워준 그곳. 내 딸, 채연이에겐 엄마의 자궁 속 같았고, 나에겐 수도원 같았던, 깊고 따뜻한 사랑의 중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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