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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어느 화창한 봄날에 J를 위해 잎새를 그리던 기억

  • 연도2016년
  • 수상은상
  • 이름이상환
  • 소속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새로운 밀레니엄이 되어 설레는 기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000년 어느 날
독일어를 전공하던 새내기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어머니의 자궁경부암 진단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가족이 힘들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당시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계 파업으로 한동안 수술을 할 병원을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었다. 이 당시에는 ‘배부른 파업자’들에 대한 원망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했었다.

이 일로 나라도 아픈 환자에게 좋은 의사가 되자는 마음으로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는 환자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게 참으로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이거 맞아도 암이 낫지 않잖아요, 안 맞을래요”라면서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며 항암제 주사를 놓고, 농약을 먹고 응급실에 온 환자를 신장투석실이 꽉 차서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울고 있는 보호자에게 설명하면서 마음 아파했던 기억들이 모자이크처럼 하나씩 맞춰졌다. 고심 끝에 환자를 많이 접하지 않는 영상의학과를 선택했다. 모순적이지만 병동에서 회진을 돌면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손을 꼭 잡아주는 진료 의사로서의 로망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던 나에게 영상의학과 의사의 삶은 허전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병원 암센터로 초음파를 가게 되었다. 처음 가던 날은 날씨가 화창한 기분 좋은 봄날이었다. 병원 앞 좋은 경치가 잘 보이는 창가에 휠체어에 앉은 병색이 완연한 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광경을 지나가다 보게 되었다. ‘저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겨 창밖의 풍경과 하나가 된 그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곧 침몰할 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심정일까? 아니면 좋은 풍경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다잡고 있을까?’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기분에 빠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궁금함을 풀지 못하고 초음파실로 향했고 첫 환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인 J의 첫 인상은 고운 인상의 평범한 가정주부 같았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매뉴얼대로 전자차트를 열어서 이분이 어디가 아픈지 찬찬히 기록을 읽어보았다. J는 난소암 말기였고 복강 내와 복막으로 암의 전이가 진행되어서 더 이상의 치료는 힘들고, 고통을 덜기 위해 암으로 인해 생긴 복수를 빼러 초음파실에 온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많이 불편하세요?” 이런 일상적인 대화로 첫 대화가 시작되었다. “일단 초음파를 보고 설명을 드릴게요”라고 설명을 하고 복부 초음파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흉흉하게 생긴 암 덩어리들이 뱃속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J가 안쓰럽고 별로 해줄 게 없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초음파를 마치고 나서 “배에 복수가 차서 오늘은 복수를 최대한 많이 빼볼 거예요”라고 설명을 하고는 복수천자를 시작했다. J의 배는 임신한 지 오래된 임산부처럼 많이 나와 있었는데 실제로 배에 복수가 많진 않았고, 대부분은 암 덩어리가 가득 차서 정말 안됐지만 오래 사시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복수를 빼고 나니 겨우 500cc의 핏빛이 감도는 복수가 나왔다. “오늘은 복수 500cc가 나왔어요, 이 통에 있는 거 보이시죠?”라고 설명을 하자 “선생님 그러면 많이 안 좋은 건가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순간 말문이 막혔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J는 아까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중에 삶의 의지를 다잡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아마도 주치의 선생이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뭔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J의 눈빛을 마주하는 게 순간 힘들었다. 환자에게 마음 아픈 걸 힘들어해서 환자를 많이 접하지 않는 전공을 택했으면서도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보는 진료의사가 로망이라고 생각한 모순적인 생각에 해답을 얻지 못한 상태로 정체성 없이 지내던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에 빠져 있을 겨를도 없이 다음 환자들이 와서 줄줄이 기다리는 상황이었지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고 싶었다. 일단 “주치의 선생님이 뭐라고 하던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항암치료는 잘 끝났고 배가 불러오면 언제든 와서 복수를 잘 빼라고 들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의 안 좋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는 J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네 복수는 잘 뺐어요, 다음에 오시면 더 잘 빼드릴게요”라는 말을 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며 초음파실을 나서는 J를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현대 의학의 한계로 치부해버리고 죄의식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J의 그 눈빛에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잠시 생각하다 주치의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이 환자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환자분은 지금 상태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환자분은 아마도 2주 이상 살기 힘드실 것 같아요, 보호자들은 잘 알고 계시지만 환자분이 남편과 어린 딸에 대한 애착이 강하셔서 말씀은 못 드렸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고, 전화를 끊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삼일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초음파를 하고 있던 도중에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면서 침대 카트를 타고 밝은 모습으로 들어오는 J를 보았다. 그 순간 “네, 그 사이에 어디가 많이 안 좋으셔서 오셨나요?”라면서 친절하게는 말하지만 감정이입이 되는 게 싫어서 애써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나를 보았다.

여기서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이미지는 10년 전에 어머니 손을 잡고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으려고 큰 병원들을 찾아갔을 때 하나같이 병원 전체가 파업이라 우리 병원은 수술이 안 된다고 설명하던, 그렇게 사무적으로 느껴졌던 의사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사정이 어쩔 수 없기에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이었는데도 그들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내 모습과, 초심을 잃고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포기하고 당장의 감정소모가 싫어서 외면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차례차례 페이지를 넘어갔다.

한없이 부끄러웠고 순간 갑자기 “오늘 날씨 화창하던데 오시는 길에 꽃구경 많이 하셨나요?”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밝은 표정으로 들어온 J에게 뭔가 기분 좋은 인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의 발로였다. 복수를 빼고 나니 이전보다 나오는 양이 줄어서 300cc밖에 나오지 않았다. 복수가 담긴 통에 300cc의 눈금이 찰랑이는 것을 보고 순간 어두워지는 J의 표정을 느꼈다. “왜 지난 번보다 양이 적은 거죠? 많이 안 좋아진 거 맞죠?”라고 불안하게 묻는 눈빛을 보면서 ‘마지막 잎새’라는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이 생명의 끈이었던 주인공처럼 J에게는 복수의 양이 희망의 끈이라는 걸 느꼈다. 찬비가 내리던 밤에 담쟁이덩굴에 다 떨어진 잎과 똑같은 잎을 그리던 노인과 같은 심정이 되었다. “아니에요, 아직 다 안 뽑았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라고 얘기하고는 다시 초음파를 잡고 복수가 나올 만 한 곳을 살펴 보았다. 이미 암 덩어리가 뱃속에 가득 차서 군데군데 소량 고여 있고 꾸덕꾸덕해서 잘 나오지 않는 복수를 바늘을 꼽고 또 꼽아서 바늘 5개를 쓰고 나서야 간신히 500cc를 뽑았다. 다 뽑고 나서 500cc를 보여주니 J의 표정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밝은 표정으로 초음파실을 나서는 모습에 단 이삼일일지언정 삶의 희망을 갖는 게 J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과 마음으로 느꼈다.

그렇게 J는 세 번 더 희망의 끈을 잡으러 왔고, 나는 잎새를 그리곤 했었다. 초음파실을 나갈 때마다 손을 꼭 잡으면서 “다음에는 며칠 더 있다 오세요”라고 하면 “네, 컨디션이 좋아서 그랬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라고 힘들어도 밝은 모습으로 대답하던 J가 떠오른다. J가 나에게 남기고 간 울림은 잔잔한 가르침이었다. 환자를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말없이 가르쳐주고, 평생 기억할 그 모습을 남기고 J는 어느 화창한 봄날 긴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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