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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의사와 환자, 그 주어진 역할극에 대해서

  • 연도2017년
  • 수상동상
  • 이름곽민수
  • 소속이천남부통합보건지소 내과
진료실은 ‘병마의 고통으로 병원을 찾게 된 환자’와 ‘마땅히 그에게 도움을 주어야 할 의사’가 인간의 존엄을 걸고 진실되게 임하는 ‘관객 없는 무대’와 같다. 그 숭고한 공연은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데, 그때 환자와 의사의 역할은 확연하게 정해져 있다. 의사는 전문성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환자는 그렇게 자신을 치료해줄 것을 믿고 자신을 맡긴다. 그런데 이 거룩한 무대에서, 환자와 의사의 역할이 뒤섞인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특히, 예고 없이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작년 봄날, 나는 경상남도 통영에 있는 한 섬, 한산도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친한 선배로부터 낯선 충고를 하나 받았다. 

“마을 사람들 하고 너무 친해지면 오히려 진료할 때 껄끄러워 질 수도 있어.”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어서 실수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비록 의학 외적인 부분이라 하더라도 의사로서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로소 나는 어릴 때 어느 식당에서 나를 진료했던 의사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화들짝 놀랐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환자와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섬에 온 날 이사 하느라 지치고 힘든 나는 이삿짐을 다 풀지 못한 채 근처 식당에 갔다. 늦은 저녁, 한가로운 섬 마을 풍경을 뒤로하고 손님이 없는 식당에서 홀로 텔레비전을 보시는 주인 할머니가 계셨고, 나는 내가 올 해부터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게 될 의사라고 소개했다. 

“객지에서 고생하는데 자주 와서 무라” 

그 주인 할머니가 끓여주신 맛있는 김치찌개와 그 분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어서 그 식당을 종종 찾게 되었다. 나는 어느 새 한산도의 유일한 의사로 근무하게 되었고, 섬에서 홀로 의사라는 자리에 있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진료는 물론이고, 간단한 상처 소독부터 봉합이 필요한 외상 처치도 내 몫이었다. 추석 때 산모가 진통이 와서 찾는 경우도 있었고, 음독자살을 기도한 분을 위해 새벽에 출동하는 가슴 아픈 경우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의사로서 섬을 지키는 몫을 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과도 꽤 친하게 되어서 언제든 서로 도와가며 지낼 수 있었고, 마침내 섬에서의 일상은 소소한 행복이 되었다. 
선배의 충고도 잊혀지던 어느 날, 기침, 고열과 함께 심한 근육통이 찾아왔고, 해열제를 두세 알씩 먹었으나 열은 내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은 혼미해졌다. 나는 경험상 내가 독감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밥 생각이 없어서 하루 종일 굶었던 나는 늦은 저녁이라도 먹어야 했기에 늘 가던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상기된 얼굴로 기침 하던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물었다.

“와 어데 아프나?”
“예, 기침이 나고 목이 좀 아프네요.” 

할머니는 밥을 차려 주시고는 다시 들어가 잠시 후 무언가를 꺼내 오셨다. 

“감기에는 생강차가 제일 좋데이.”

할머니는 내 병을 감기로 진단 했나 보다. 그것은 아무래도 독감이 분명했지만, 우습게도 나는 그때 오갈 데 없는 섬에서, 진단 키트 없이 독감이라는 확진도 못하고 적절한 약이 없어서 치료도 못하는 초라한 의사였다. 오히려 할머니가 보기엔 나는 의사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영락없는 환자’로 보였을 것이다. 내 앞에 놓인 따뜻한 생강차 앞에서 내가 가진 의학적 지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약 내가 의사가 되는 무대에서 우리가 만났다면, 마치 중앙 마이크 같은 진료실 컴퓨터 앞에서 내가 유려한 의학용어를 쏟아내며 최적의 처방을 내릴 수 있었다면, 환자인 주역을 할머니가 맡았다면, ‘한쪽 추가 더 무거운 저울’처럼 우리의 관계가 뚜렷이 기울어져 있었을까. 하지만 그때 나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생강차 앞에서 ‘섬에서 유일한 의사이자 동시에 의사가 아닌’ 그 역설적인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뚜렷하지 않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 누군가는 그것에 우려를 표했고, 누군가는 흐려진 경계가 잘 보이도록 선을 다시 긋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졌던 역할이 뒤틀린 이 상황 속에서, 오히려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두고 보아야 할 중요한 이정표를 얻었다.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허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항상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서 있기 위한 노력이며,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기 위해 떠나는 불편하고 긴 여행과 같다. 나는 이제 갓 출발한 새내기 의사로, 매일 아침 낮은 담 너머로 인사하며 이웃의 안녕을 물을 수 있는 마음, 환자를 그러한 이웃처럼 돌아보는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이듬해 봄, 나는 한산도의 생활을 마치고 육지로 나오게 되었고, 여유로운 섬 생활과는 다르게 늘 환자로 붐비는 도시의 한 내과 외래 진료실을 맡게 되었다. 진료실 모니터 너머로 환자를 만나는 짧은 시간 동안, 때로는 오늘 환자의 표정이 어떠한지 보다 혈액검사 수치가 어떤지를 보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나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이웃이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몰아치는 환자들 속에서, 섬이라는 고립된 배경에서 펼쳐졌던 그때의 역할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소품이었던 따뜻한 생강차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며칠 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주말, 나는 다시 그 무대가 궁금해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한산도로 떠났다. 그 곳에서는 아직 그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도 있었고, 섬을 떠난 사람들 자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있던 보건지소 건물도 조금 낯설었지만 이내 푸근한 모습 그대로 있었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꿋꿋이 서있는 그 곳은 나에게 의사가 되기 위한 긴 여행의 출항지이자 등대로 변함없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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