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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연도2017년
  • 수상은상
  • 이름윤희수
  • 소속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여린 살을 가진 손목과 배 그리고 허벅지에 수차례 그어진 가늘고 날카로운 상처들을 볼 때마다 내 가슴에도 작은 상처가 하나씩 생긴다. 정신과 전공의가 되어 응급실에서 마주하게 된 자살 시도 환자들은 저마다 갖은 모양의 상처를 가지고 나를 만난다. 날카로운 상처는 차가운 붕대에 숨어있고 한꺼번에 복용한 수많은 약의 기운에 환자는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지만 그들은 그 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 색깔도 가지지 않은 모습으로 날 마주한다. 그들의 깊은 눈을 들여다보고 달싹이는 작은 입들을 통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는 새로운 두려움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 한 가운데에는 아직도 색깔을 찾지 못한 나의 과거 한 조각이 있다. 

  수년 전 스무 살의 나는 차들이 오고 가는 왕복 도로 한 가운데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다니, 라는 식의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뿐 이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왜?’ 라는 질문만 가득해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다 좋은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엄마가 아픈 거지? 왜 나는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용돈이 부족하지? 왜 나는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지내질 못하지?’ 라는 식의 질문이 질문을 만들고 있던 중에 남자친구가 전화를 걸어 실은 나 몰래 내 친구와 만나고 있었노라고 난데없는 타이밍에 고백을 해온 것이다. 결국 나는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려 얼떨결에 도로 한가운데까지 걸어오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전화기에 대고 “나 너무 힘들어! 죽어 버릴 테야!” 하고 외쳐 대고 있었다. 눈물을 닦고 도로에서 벗어나 벤치에 앉자 가슴에 서늘한 구멍이 난 것 같아 몸이 덜덜 떨려 왔다. 그것은 이별에 대한 배신감도 아니고, 청춘이 겪는 아픔 같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해본 것에 대한 커다란 공포심이었다. 

  이후 우연히 듣게 된 설교 말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람은 기대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해와 용서의 대상이지요.” 참 부드럽고 따뜻한 말이었는데 가슴이 시큰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는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상처받았다고 나 스스로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내 멋대로 상대방에게 기대했거나 혹은 내가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해주기 위해 애쓰다가 생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누구도 내 기대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인간관계에 있어 나의 위치가 명확해졌고 정직할 수 있었다. 내가 상대의 기대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니 쓸데없이 들어갔던 어깨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이 말은 나에게 좌우명이 되었는데 이 문장이 좋은 말이어서가 아니라, 나를 가르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공의가 되어 죽음을 지나쳐보낸 응급실의 자살 시도 환자들을 만날 때, 면담 끝에 종종 나는 이 말을 쓰곤 한다. “ 그 누구도 환자분의 기대의 대상이 되어줄 수는 없습니다.” 라는 자칫 차가울 수 있는 말을 진심을 다해 전하고 있다.  

  정신과 전공의가 되었을 때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응급실에 온 자살 시도 환자를 마주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생명의 끈을 놓고 싶을 만큼 절박한 사연을 듣는 일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데다 응급실 안에서의 짧은 만남을 통해 내가 무엇을 전하고 전달 받을 수 있을지 막연했던 것이다. 생명이 주는 무게가 나 또한 너무 무거웠고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어떻게 그 무게를 설명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을 생각해보던 도로 위의 울고 있는 어린 나로 잠시 돌아가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자살 시도자’의 느낌과는 매우 달랐다. 극단적이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약한 사람들이거나 혹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평범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겪었고 또한 잘 알려진 감정을 건강하게 경험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예전의 나처럼 자신이 죽음을 생각했다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무서워하고 있었다. 한 고등학생 소녀는 손목과 허벅지에 온통 상처투성이였는데 눈썹 칼로 수차례 자해를 했다고 하였다. 따돌림을 당하고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예전 기억은 이 소녀가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자해할 때야 비로소 잠시나마 죽음에서 벗어나 ‘아프다’라는 현재의 생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였다. 술과 함께 수면제를 손에 잡히는 대로 수십 알 먹고 온 중년 남성은 졸린 듯 깨어나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혼하고 나서 아이와 함께 남겨진 것이 막막했노라고 온 몸을 떨며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는 아내가 자신과 아이를 버린 것에 대해 한동안 비난하며 울고 또 울었다.

  수많은 자살 시도 환자들을 만날 때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고 그리고 삶에도 기대하지 말라고 말이다. 누군가 삶이 선물 같다고 한 말처럼, 우리에게도 살아내야 할 삶이 그리고 지나보내야 할 사람이 그저 어쩌다 보니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삶의 끝에 어떤 결말이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일단은 기대하지 말자고, 대신 끝낼 생각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응급실에 온 사람 중에서 내가 그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준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슬픔과 고통 속에서 자꾸 삶에 혹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다만 삶은 우리가 기대한 일대로 되지는 않지만, 살아 내다보면 기대 하지도 못했던 일도 일어나는 제 멋 대로인 세계라는 걸 알려주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의 상처에 함께 가슴 서늘해지고 속삭이는 그 말에 조금 더 가깝게 귀를 기울여 보려는 새내기 정신과 의사가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라는 소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추락하는 것들에는 날개가 있다, 는 그 표현이 추락하는 것은 언제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날개를 접지 않는 이상 우리 모두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날개를 접고 추락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 두려운 과정이지만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믿는 수많은 절망이 있다. 그러나 그 추락 끝에 평안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고 기도해주고 싶다. 살아 내는 과정이 결국 추락이라면 그 끝에 결국은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수 있기를 곁에서 응원해주는 의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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