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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친구

  • 연도2019년
  • 수상동상
  • 이름이재철
  • 소속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삶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이 있고 싶은 것들과는 매번 멀어지기 일쑤이고 쳐다보기도 싫은 것들이 살며시 다가와 그림자처럼 걸쳐 있곤 한다.


“어쩌자고 이런.”


끝내지 못한 말을 밀어낸 긴 한숨이 이른 아침 햇살을 받아 밝아오던 병실에 다시 어두운 기운을 몰아왔다. 갑작스러운 말기 암 진단에 주름지고 굵은 손을 들어 눈가를 훔치는 할머니의 얼굴이 곁에 매달린 링거 수액만큼이나 창백해 보였다.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하던 다른 환자들은 침상에 붙은 애꿎은 탁자만 접기도 하고 펴기도 하면서 아무것도 못 들은 양 딴청을 피운다. 대부분 암 진단을 이미 받았거나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니 무심할 수는 없으리라. 지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어 조용히 돌아서 병실을 빠져나왔다. 햇살은 더 들어왔건만 검게 탄 아들의 손을 붙잡고 조용히 흐느끼는 한 어머니의 모습이 마치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둡게 지나갔다.


“휴, 숨이 많이 차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보였다. 간절함의 깊이가 달랐던지 수년 동안 병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있었다. 통속적인 표현처럼 이젠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뭇잎조차 버거워질 나이이건만 오랜 치료를 잘 견디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계속 그런 증상이 있으세요?”


등받이가 없어 위태로운, 작고 동그란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는 할머니에게 병이 악화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아니, 오늘은 조금 늦어서 바쁘게 왔더니 그래. 이젠 나이가 팔십이 넘어서 이렇게 멀리 다니는 게 힘들어.”


그제서야 진단 후 수년간 치료를 받으러 땅끝이라고 부를 만한 먼 곳에서 혼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식들 어떻게 하고 혼자 다니세요?”


어머니 혼자 멀리 보내는 아들이 혹시 욕먹을까봐서인지 서둘러 대답한다.


“아들이 농사하느라 바빠. 굳이 같이 오겠다는 걸 내가 말렸지. 나 혼자도 잘 다니는데 뭘. 그래도 아들이 새벽에 지리산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면 첫차 타고 서울에 와서 다시 택시 타고 병원에 와. 하루 종일 걸려.”


활짝 웃어 보이지만 갑자기 그 고단함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오늘은 비까지 내리는데.


거센 빗줄기가 창을 두드렸다. 외래 진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창 밖을 내다보니 종일 가늘게 흩날리던 비가 제법 굵어져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싹한 한기가 들어 따뜻한 물에 티백을 넣고 차가 우려지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할머니가 주고 간 작은 책이다. 진료를 마칠 때쯤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더니 


“내가 동네 할머니학교에 다니는데 거기 선생님이 책을 하나 냈어. 내 이야기도 조금 들어있는데 의사선생님 생각이 나서 가져온 거니 시간 날 때 한 번 보슈”라며 부끄러운 듯 내밀었던 책. 


어려운 시절 학교 다닐 기회를 갖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학교’가 동네에 개설되었는데 그 담임 선생님이 여러 할머니 학생들의 사연과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국민학교조차 다니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힘들고 고달픈 시절을 어찌어찌 버텨내고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는데 이런 병에 걸렸어.”


장성한 아들의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나이가 된 환자들이 한결같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한 소설가가 책 뒤표지의 짤막한 서평에 어머니 세대의 가족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새삼스레 느끼게 하는 책이라고 썼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책 이곳저곳을 뒤적이다보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잔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고 이내 방안이 훈훈해져 왔다. 비가 내리고 어둠마저 깃들어 버스 창밖이 온통 진한 잿빛에 감싸인 긴 시간, 혼자 집으로 가는 길엔 무슨 생각이 들까? 한동안은 가장 아픈 시간, 가장 고독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내리는 비로 유리창에 주름이 질 때 마찬가지로 늙고 병들은 얼굴이 거울처럼 비치면 지나간 아쉽고 안타까운 시간들이 아득한 어둠을 헤치고 다가서 이내 빗물처럼 뺨을 타고 흘러내리리라.


서둘러 한 모금 삼킨 차에서 씁쓰레한 맛이 느껴질 때 할머니가 직접 쓴 시 한 편을 발견했다. “내게 친구가 생겼습니다”로 시작되는 짤막한 글이었다. 혼자 사는 자신에게 늘 함께하는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밥 먹을 때도, 학교 갈 때도, 공부도 같이하고 시험도 같이 보고. 오랜 시간 같이 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몹쓸 병이 친구로 느껴진 모양이다. 시간은 때론 생각의 색깔을 바꾸곤 한다. 처음 느꼈던 죽음과 고통을 덮은 어둡고 진한 잿빛도 시간을 타고 흐르는 강물에 엷어지고 그 자리에 따뜻한 노란 빛이 스며들면서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으리라. 결코 반기는 것은 아니고 또한 삶의 끝자락에 운명처럼 다가온 고난에 좌절하지 않으면서도, 안될 것을 알면서 끝까지 뿌리치려고 안달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니 친구라는 이름을 줄 수 있게 된 것일 게다.


“병이 조금 나빠진 것 같은데요.”


실망한 표정이 잠깐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 묻는다.


“다음 치료는 어떻게 되나요?”


그렇다. 암을 친구로 부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이렇게 의연함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자그마한 체구에 구르듯 진료실 문을 나서는 뒷모습이 한없이 단단해 보였다.


북쪽에서부터 내려온 차가운 바람이 주변을 감싸고 여름 내 풍성하던 나뭇잎들이 낙엽으로 질 때쯤, 이젠 다리로 이어진 남녘의 섬마을에 내려가 늦가을 햇살에 빛나는 쪽빛 바다를 보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그 동네에서 민박을 한다는 할머니네 자그마한 집에 하루 묵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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