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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

  • 연도2019년
  • 수상동상
  • 이름이성희
  • 소속보령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창 밖의 스러져가는 해를 따라 소란스러웠던 하루도 고요에 묻혀가던 늦은 오후. 드디어 뇌사자의 간이 적출되었다는 소식과, 더 반갑게는 이식이 가능한 건강한 상태의 간이라는 소식에, ‘똑똑…’ 간이식 동의서를 받기 위해 아기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방문을 두드렸다. 오늘 드디어 7개월 아기가 토혈로 얼룩진 삶의 벼랑 끝에서 간이식을 받게 된 것이다.


‘드르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내디뎌 닿은 그 곳엔, 큰 창문 너머로 석양이 드리워졌고, 모녀는 야속하게 넘어가는 석양을 등에 지고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같은 혈액형의 뇌사자가 생겼고, 그 장기를 공여 받을 일 순위가 우리 아가라는 소식에 부리나케 저 멀리 지방에서 짐을 챙겨 달려온 엄마, 그리고 그 엄마 팔에 쏙 안긴 연둣빛 작은 아기였다.


긴장한 탓일까, 아니면 초조했던 기다림이 안도함에 풀려버린 탓일까. 조곤조곤 이어지던 설명 앞에, 엄마가 그만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엄마의 울음에는 한 팔에 안긴 작은 우리 아가를 수술방에 보내야 한다는 두려움 한 줄기, 노랗게 물든 공막, 복수로 탱글탱글 부풀어오른 어두운 연둣빛 몸통의 우리 아가가 만날 뽀얀 삶에 대한 기대 한 줄기가 담겨 있었으리라.


바짝 마른 입술을 연신 훔쳐대며 눈물을 쏟아내는 엄마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토닥였다. 그러고는 응원하듯 공여자의 장기 상태도, 집도의도 모두 아주 좋아 수술은 성공적일 것이라며 엄마의 흐느낌을 다독였다. 토닥토닥… 그러자 엄마의 등을 쓰다듬던 토닥임은 고요한 진동이 되어 내 가슴과 영혼의 무언가를 조심스레 흔들며 들어왔다.


사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 나의 오늘 중요 일과는 기증될 장기 정보를 확인하고 이식과 이식 후 처치에 필요한 공여자 및 수혜자의 정보를 챙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여자, 정확히 말해 이미 생과의 헤어짐을 고했을 뇌사자 정보를 확인하던 중 오늘따라 유달리 시선을 잡아끌던 한 줄의 정보가 있었다.


‘나이: 스무 살, 성별: 여자, 기저질환: 없음, 과거력: 음주력 없음, 흡연력 없음, 사인: 뇌출혈’


무심한 한 줄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애써 걷어내기라도 하듯 의도적으로 무미건조함을 택했을 한 줄이었겠건만, 이는 오히려 따라가는 눈동자와 읊조리는 입술을 적시며, 가슴 속, 삶이라는 물가에 스며들었다. 소녀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이제 갓 대학생이 되었을 법한 스무 살. 스무 살이 가지는 그 설렘과 함께, 그녀와 그녀의 오늘을 상상해보았다. 음주력, 흡연력 모두 없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녀는 반항 한 번 없이 착하고 바르게 자라준 복숭아 같이 예쁜 딸이었으리라. 엄마의 기상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수건으로 동여매고, 구석구석 꼼꼼히 세수를 한 후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활짝 웃음 한 번, 그러고는 한껏 멋을 부리며 단장을 하다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책상 위에 어질러 놓은 화장품, 침대 위 개지 않은 이불은 오늘 저녁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하겠노라 경쾌한 다짐을 남기고 엄마가 쥐어주는 사과 한 조각을 물고 집을 나섰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를 막아섰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저질환 없는 젊은 여성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짧은 한 줄로 짐작해 보아 두개골에 가해졌을 충격, 어쩌면 우리가 너무 흔히 말하곤 했던 교통사고가 원인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앞섰다.


일상, 그리고 뉴스에서 너무 쉽게 말하고 들었던 그 교통사고가 그녀를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는 따뜻한 집 대신, 서늘한 냉동고가 늘어선 영안실로 보냈던 것일까?


이 추측에 이르자 마치 신경세포의 미엘린 수초를 탄 전기신호처럼 고요히, 그러나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내 영혼을 깨우며 외치는 것이 있었다. 그녀와 나 사이를 가른 생과 사는 병동과 병실 사이 그 한걸음 차이였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오늘이라는 하루는 결코 권리가 아니었다는 깨달음 말이다. 간 부전과 그로 인한 토혈과 혈변이 성난 이를 드러내는 생사의 강에서, 매일같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곡예를 하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했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나는 언제나 뇌사자의 장기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오늘, 뇌사자가 되어 한 쪽의 문장으로 나를 찾아온 스무 살 그녀는 그녀가 마주했던 준비되지 못한 죽음에 대해 물었고, 물음은 이내 몰입이 되어 내 앞에서 흐느끼는 엄마의 눈물과 그를 토닥이는 고요한 진동을 타고 삶이라는 이름의 개울가에 가 닿았던 것이다.


그곳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옆에 심긴 또 다른 한 사람의 생으로 다시 살아났고 한 가족의 비통함 또한 또 다른 가족의 목이 메는 감격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마치 오늘이라는 매일의 삶에 황금빛 겸허함이 뿌려지고 그 위를 즐거이 구르는 오늘이라는 삶의 환희를 보는 듯 했다. 우리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가꾸어갈 아름다운 가정을 소망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 이루어갈 건강한 일터를 꿈꾸며, 훌륭한 성취로 사회에서 받게 될 인정을 소원하며 내일을 약속한다. 그러나 정작 오늘이라는 하루가 내 생의 마지막 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정작 나부터도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실체 없는 거짓 같았다. 그러했기에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는 내일을 담보 삼아 오늘을 낭비했고, 내동댕이쳐졌던 오늘들에는 그 어떤 의미도 부여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병동과 병실에서 마주한 스무 살 그녀의 죽음과 7개월 영아의 삶은 나로 하여금 ‘오늘이라는 매일의 삶’에 부여된 삶의 유효기간과 그 삶을 살아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매 순간,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겠다는 것. 매우 모순적이게도, 경이로운 오늘이라는 ‘삶’을 마주함과 동시에 난 언제라도 맞이할지 모를 ‘죽음’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마치 오늘 한 청년의 ‘죽음’과 한 꼬마의 ‘삶’ 사이를 넘나들었던 이중성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묵상은 결코 생의 허무함을 논함도, 죽음의 절망을 논함도 아니었다. 오히려 숨결이 사라질 그 순간, 이 땅에 남겨진 나의 흔적과 그것을 위해 내가 해온 선택과 노력이 부끄럽지 않을, 그래서 두렵지 않을 죽음에 대한 소망, 나아가 그런 죽음을 위해 내가 살아내야 할 오늘은 마치 전력 질주하는 백 미터 달리기 선수의 마음만큼이나 열정적이어야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물론 죽는 순간,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안타까움은 누구에게나 남을 것이다. 또한 달려다가 죽음으로 인해 미처 소진하지 못한 연료들도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달려가려 했던 종착지와 그 방향이 부끄럽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오늘 진정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다 삶을 마감했노라 독백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었고,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동의서를 받고 나오는 길, 석양이 지평선 아래로 근심과 슬픔을 모두 빨아들이며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들어올 때 넘었던 병동과 병실의 경계와 다시 마주했다. 생사의 경계 같았던 문턱. 그러나 이제 이 문턱은 오늘 밤, 연둣빛 이 아이가 뽀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아주 쉽게 스쳐갈 문턱이 되었다. 낮아진 문턱을 밟고 나오며 오늘 밤 이 수술을 위해, 그리고 나의 부끄럽지 않을 오늘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고는 방으로 돌아와 몇 분 남지 않은 오늘, 어질러진 방의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내 방을 통해 기억될 내가 부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죽음 앞에 두렵지 않을 오늘이라는 매일의 찬란한 삶을 위하여, 이렇게 최선 한 조각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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