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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가을의 선물

  • 연도2019년
  • 수상동상
  • 이름이윤영
  • 소속안성한주의원 가정의학과

어쩌다가 푸른 하늘을 바탕삼아 선명하게 그려진 흰 구름과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을 만나면 사람들은 온갖 행복한 상상에 젖을 것이다. 훌쩍 피크닉을 떠나고픈 청춘들, 빨래를 널고 싶은 주부들, 고추를 말리고 싶은 할머니, 바캉스를 바라는 샐러리맨. 아무튼 그들의 마음속에는 행복과 설렘이 있다. 인터넷으로 혹은 백화점이나 휴대폰 매장에서 회원 가입을 할 때, 또, 어떤 설문 조사를 할 때 직업을 선택하는 질문에 ‘전문직’에 체크를 하며, 도대체 나는 무슨 전문가인가를 의심해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비슷비슷한 증상의 환자를 만나는, 년차 가정의학전문가 내 모습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익숙한 환자들을 상대로 오전 진료를 마친 뒤 점심 식사를 위해 병원 문을 나섰다. 매스컴에서 보도된 대로 무시무시한 태풍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바닥 곳곳에 웅덩이가 생기고, 찢겨진 현수막들이 건물 벽에 매달려 펄럭이며, 때 이르게 떨어져버린 연두 빛 은행들이 나무 밑에서 애처롭게 뒹굴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히 태풍의 흔적들을 지우고 있었다. 


태풍이 난리친 뒤끝, 하늘은 간만에 눈부시게 푸르렀다. 모든 오염과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은 싱그러운 공기와 뒤섞여 맑고 투명했다. 비취빛, 옥빛, 바다색깔, 영롱한……. 괴테나 김영랑 시인이 다시 살아 돌아와 날 돕지 않는 이상 나로서는 도무지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하늘이었다. 어린 시절 멀리 출장을 다녀오시는 아버지는 간혹 레고를 한 상자씩 사들고 오셨다. 아무런 노고를 들이지 않고도 아버지의 출장이 끝나면 받을 수 있었던 대가 없는 축복처럼, 아이에게 느껴지는 무한한 행복처럼, 푸른 하늘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나에게 행복의 선물을 건네고 있었다. 우주 끝까지 투명하게 열려있는 것 같은 하늘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 나의 기억은 14년 전의 가을을 되살려놓았다.


정확한 이름이나 나이는 모르겠으나, 팔십 대 중반 쯤 되는 폐암 말기 환자였던 노인은 54병동의 1인실에 누워있었다.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의 기대가 불가능한 환자. 가쁜 호흡을 보조하기 위한 기관 삽관과 산소 공급, 튜브와 수액을 통한 영양공급, 진통제가 치료의 전부였다. 


“어제 밤 환자분 페인 스코어(통증 점수)는 7점이며, 숨찬 건 비슷합니다. 이상 특이사항 없습니다.”


단 몇 마디로 아침브리핑이 끝나는 노인. 회진 또한 다른 환자들은 어제 검사 결과, 오늘 검사 일정 및 투약하는 약, 계획된 시술, 예정 퇴원일 등을 분주히 체크했지만, 노인의 회진은 “별일 없으셨죠?”라는 형식적인 말과 미소를 전하며 손을 잡아주는 것 말고는 없다. 우리는 노인께 무기력한 팀이었다. 그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었다. 의학적 상태와는 달리 아직은 의식이 명료하여 견디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 임상 강사였던 나는 그 날도 수석전공의와 레지던트 주치의, 인턴 선생, 의과대학 실습 학생들을 줄줄이 달고서 여느 날처럼 회진을 돌았다. 6인실 병실의 환자들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노인을 찾아가는 우리 회진팀의 발걸음은 하나같이 무거웠다. 마치 긴 행군의 끝인 것처럼. 


“어르신 밤새 숨찬 것과 아픈 건 좀 어떠셨어요?”


내 말은 아랑곳없이 노인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 밖에 한번만 나가보고 싶어요.”


노인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제야 우리 회진팀은 창밖을 바라봤다. 아, 하늘은 찬란했다. 얼마 만에 바라보는 하늘인지 몰랐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표대로 회진을 마치면 우리는 잠시 의사 휴게실에 모여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때웠다. 하늘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얼굴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일상. 나는 주치의에게 노인이 휠체어를 타고 나가는 게 가능한지 물었고, 주치의는 지금 환자 상태로는 불가능하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어쩔 수 없었다. 노인의 애절한 목소리와 간절한 눈빛이 나를 괴롭혔다. ‘혹시 이게 노인의 마지막 소원 아닐까?’, 


‘잠시라도 바깥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치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 오늘 환자분 모시고 하늘정원(병원 마당에 있는 자그마한 휴식 공간)으로 나가자!”


수석전공의와 주치의는 정색했지만, 윗사람인 내 뜻을 거역하긴 어려웠다. 우리 팀은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환자 상태로는 휠체어를 타는 것도 불가능하니 침대를 옮기기로 계획했다. 나와 수석전공의, 주치의, 레지던트, 인턴 선생이 따라붙고, 병동간호사와 이송반원도 동행하기로 했다. 각종 수액 라인과 이동용 산소를 챙겨 오후 2시 병원 야외 정원으로 노인을 모시기로 했다. 간절한 눈빛만큼 내 마음도 간절해졌다. 쉽지 않은 계획을 세운 뒤 외래 진료실로 향해 오전 외래 진료를 보았다. 머릿속으로는 오후 2시의 계획을 점검하면서.


오전 11시 즈음 진료가 한창일 때 스피커를 통해 병원 전체 방송이 흘러나왔다.


“CAC! CAC! 오사(54)병동 CAC!”


우리 병원 모든 의사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여자 안내원의 낮게 깔린 스피커 목소리. arrest(심폐소생) 방송이었다! 누구일까 궁금치 않았다. 54병동은 본래 중증 환자가 거의 없는 병동일 뿐만 아니라 당시 몇 년 되지 않은 전문의 경력이었지만 나는 노인임을 직감했다.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계단을 뛰어올라 단숨에 병실에 다다랐다. 이미 주치의 팀이 도착해있었다. 호스피스에 가까운 환자였기에, 심폐소생은 길지 않았다. 그렇게 노인은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그날 아침 노인은 창밖을 바라보면서 꼭 나가고 싶다고 심하게 조르지도 않았다.


그건 우리의 진료상 의무도 아니었다. 나는 노인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선물을. 그러나 야속하게도 우리에겐 그 마지막도 없었다. 나는 노인에게 전하지 못한, 아니 이제는 전할 수 없는 선물을 들고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울었다. 하늘은 얄밉게도 여전히 눈부셨다. 영롱하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볼 때면 간혹 그 푸르름이, 푸르게 얼어버린 얼음처럼 내 심장을 문지르는 걸 느낀다. 푸른 얼음은 그날 노인에게 선물을 건네지 못한 자책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14년이 지나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노인을 만난다면 “이젠 아프지 말고 돌아가시지도 말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세요”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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