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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사스에 대한 아련한 기억

  • 연도2005년
  • 수상장려상
  • 이름이병렬
  • 소속제주의료원

 시원한 바람이 분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 제주에 배치되기 전 훈련소에서 짧게 깎아 바람에 날릴 머리카락은 없지만 머리카락을 뚫고 두피에 직접 와 닿는 알싸한 느낌은 겨울이 가지 않았음을 피부에 각인시킨다. 

“이 선생! 주말에 중국에서 비행기 들어오는데 검역 좀 해야겠어!” 하시는 보건소장님의 말씀이 조금은 야속하다. 상황이 급박하다지만 배치된 첫 주말부터 쉬지도 못하고 공항으로 달려가라니 가혹하다. 하지만 한 손에는 청진기, 다른 한 손에는 가운을 들고 뻘쭘하게 들어선 공항 검역소에서는 무한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대만의 의사들이 사직서를 쓰고 달아난다는 뉴스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의사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화생방복으로 전신을 감싸고 보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비행기 트랩을 올랐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는 보안관 장고의 권총 같은 체온계가 걸리적거리며 걸음을 방해한다. 약간 창피하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모습과 행동은 자신에 대한 해리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서 몸에 꽉 끼는 슈퍼맨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기분이다. 비행기 문이 덜컹 열리자 마스크를 쓴 스튜어디스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긴 화생방복을 뒤집어쓴 나의 모습은 아름다운 관광지 제주의 관광 가이드를 반기는 모습이 아니라 그네들이 가지고 들어왔을지 모를 병균의 감시자로서의 모습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마스크에 감춰진 그녀들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로 답하려 해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뒤집어 쓴 화생방복은 나의 반가운 미소를 삼켜버린다.
“Hello, welcome to Jeju island. I will check your body temperature. If you feel headache, fever, cough, please tell me.” 트랩을 올라가기 전부터 부단히 연습한 몇 마디 단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스크 안에서 앵~앵 거린다. 잘 쓰지 않는 언어를 공개적인 장소에서 지껄이다니, 다시 한번 해리감을 맛본다. 커다란 점보기에 승객은 단 10여 명 뿐, 괴질은 이제 사람의 이동까지도 제한하고 있다. 다가가 열을 재면서 신경은 온통 체온계의 숫자 판에 집중한다. 혹시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왔다면, 혹시 내가 그를 간과하고 이 땅을 밟게 한다면…,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공중보건의 생활은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병원에서의 수련이 끝나고 한적한 시골생활을 기대했던 나는 난데없이 등장한 괴질에게 발목을 잡히고야 말았다. 이게 무슨 꼴이람. 급기야는 팔자 탓으로 돌린다. 잘 모른다는 것만큼 불안한 것은 없다. 꿈속에선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세균맨의 뾰족뾰족한 괴질 균이 나를 겁준다. 한 놈이 나타나더니 두 놈으로 늘어나고는 자꾸 늘어나면서 나를 밀폐된 방 한구석에 몰아넣는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불 옆 한 켠에 락스를 희석한 스프레이가 놓여져 있음을 확인하고는 안심하며 다시 잠든다. 새로 생긴 버릇이다. 락스는 모든 병원균을 사멸시킨다는 말을 듣고는 어딜 가든지 락스가 희석된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달력은 5월을 넘어가는데 이놈의 전염병은 사그러들 줄을 모른다. 그 사이 우리나라에도 추정환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이차적으로 발병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환자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띠리 링~ 띠리 링~” 잘 울리지 않던 책상 위로 난데없이 전화가 울어댄다. “여보세요?”, “이 선생! 자리에 있었나? 소장실로 빨리 와야겠네.” 급박한 보건소장님의 전화다.  소장실에는 심각한 표정의 소장님과 예방의학계 직원들이 앉아 있다. “이 선생. 방금 총리실에서 전화가 왔는데 말야. 홍콩에서 서울로 관광 온 홍콩인들 20명이 서울에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고열과 함께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는군. 그 환자는 서울에서 격리했는데, 나머지 19명이 이곳으로 지금 떠났다는 거야.” 당분간 집에 들어가기는 틀렸다. 더군다나 저번 주에는 김포공항에서 검역하던 검역소 직원이 사스 유사증세로 격리되지 않았던가.
구급차 조수석에 탄 채 앞에서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가는 경찰차를 무심히 바라본다.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경찰까지 동원되었다. 홍콩에서 온 관광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모두 버스에 옮겨 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다시 화생방복을 주섬주섬 입는다. 온몸에 힘을 주어 정신을 모은 후 체온계를 들고 버스에 오른다. 아까부터 버스의 창 밖으로 화생방복을 입는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홍콩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아, 진작에 중국어 좀 배워둘 걸.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영어로 몇 마디 말을 하며 체온을 재겠다고 해도 알아듣는 이가 없다. 간신히 홍콩영화에서 들은 한마디가 생각이 났다. “니~ 하오?” 그래, 홍콩영화 배우인 주윤발이 영웅본색에서 친구에게 하던 말이 “다그! 니~ 하오~!”였다. 열을 재면서 한 명씩 “니~ 하오?”라 외치자 그들은 “하오”라며 대답한다. 다행히 모두 열이 없다. 이젠 중국어까지 지껄여 대다니.
버스는 구불구불 1100도로를 넘어 서귀포를 향해 넘어간다. 멀리 남태평양의 바다가 아련히 펼쳐진다. 노란 유채와 분홍빛 꽃들이 활짝 피었다. 따사롭게 느껴지는 햇살이 차창을 통해 얼굴에 비춰진다. 동료 중 한 명이 추정환자로 서울에서 격리되지만 않았어도 그들은 자유롭게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했을 텐데. 불행히도 그들은 정해진 장소만 방문해야 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차단되었다. 괴질은 잠복기가 일주일이나 되어, 어제 저녁에서야 동료와 격리된 이들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증상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해안도로에 선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만 버스 정차를 허락했기에 멀리 마라도가 아스라이 보이는 산방산 아래의 한적한 해안도로에 그들을 내려 놓았다. 잔잔히 들이치는 파도와 마라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그들을 보며, 잠시 나도 나의 본분을 잊는다.
또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이 선생, 어디야?” 소장님이다. “여섯 시간 지났네. 열 재야지.” 주섬주섬 나는 다시 화생방복을 뒤집어 쓴다. 사진을 찍던 이들은 다시 등장한 외계인에게 처음과는 다른 유쾌한 웃음을 보낸다. 말하지 않아도 차례로 줄을 서서 기꺼이 귀를 대준다. 짖굳은 한 쌍의 젊은 남녀는 나를 사이에 두고 사진을 연신 찍어댄다. 그래, 이렇게라도 해서 당신들이 즐겁다면 내 몸하나 희생하리라. 이제는 오히려 그들이 시계를 들이대며 체온을 재달라고 한다. 집요한 그들에 대한 감시가 오히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장치라고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통역사도 등장했다. 통역사에 의해 제대로 된 내 소개가 끝나자 나는 그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감기약에 배탈약에 멀미약, 심지어는 생리통을 없애 달라는 주문까지…. 

길게 느껴지던 이틀이 드디어 지나갔다. 비행기 트랩입구에서 마지막 체온을 재는 나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짜이~쩨엔”, “쎄쎄”를 연발한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더니 서쪽하늘로 사라진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의 의사 생활 동안 잊지 못할 기억을 안겨준 것은 틀림없다. 잠시 감상에 빠진 후 옆에 있던 구급차 기사님의 말에 정신이 번뜩 난다. “이 선생님! 우리는 이제 어디 가서 일주일을 버티죠?” 아~, 맞다. 그들이 아직 확진이 안 되었기에 나도 이제는 격리대상이다. 보건소 숙직실에 붙잡혀 일주일을 지낼 걸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어느새 날씨는 무더워지고 더위와 함께 사스는 사라졌다. 출근하자마자 확인한 이 메일을 보며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홍콩에서 온 그 이 메일에는 홍콩신문이 링크되어 있었는데 해안도로에서 젊은 남녀를 양 옆에 두고 뻘쭘하게 서있는 외계인의 모습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사진 위에 “사스청정지대 제주도(SARS clear zone JEJU)”라는 기사제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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