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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 연도2005년
  • 수상동상
  • 이름김탁용 과장
  • 소속안성성모병원 내과

새로 이사온 아파트 앞 길에는 아주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진 현대식 건물 사이에 있는 모양새가 주위와 어울리지 않게 고즈넉해 보이지만 나무는 언제나 온전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겨울 차가운 바람에 잎사귀를 떨군 모습이 을씨년스럽기도 하였는데, 여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당히 신록의 기운을 풍겨내곤 했다. 그 크기가 거대하여 참으로 오래되었겠구나 하였는데 알아보니 무려 삼백하고도 오십 년이나 살아온 나무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선 중기부터 세월의 풍파와 영화를 함께 누려온 나무인 것이다. 일개 나무라지만 그 정도 인고의 세월을 영위하였다면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혹여 영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격동의 구한말부터 일제의 식민 통치를 참고 보아 왔을 것이요, 한국 동란 등 오랜 역사 속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지난 시간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어왔을 것이다. 나무 주변의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지금의 자리는 아마 농촌의 자그마한 마을이었을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오가는 아스팔트 길가로는 소박한 농부가 모는 우마가 지나갔을 것이다. 느티나무 아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담소를 즐기는 옛 노인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자니 큰 역사부터 사람들의 작은 삶들을 모두 품고 살아온 나무가 범상치 않게 느껴진다. 수많은 영욕의 세월과 생과 사를 보아온 지라 나무는 누구보다도 무상함이란 철학을 먼저 깨달았을 것 같다. 스스로도 한여름의 화려한 녹음의 영화를 누리고 가을이 지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는 세월이 얼마였을까. 분명 기뻐도 그리 기뻐하지 않고 슬퍼도 너무 슬퍼하지 않는 겸양의 덕을 쌓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인지 나는 오가는 길에 가끔씩 나무 주위를 돌아보고 거친 목피에 손을 대어 나무의 숨결을 느껴보기도 한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들어서면 오랜 세월의 연륜으로 마음이 넉넉해진 나무가 나의 자잘못을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 번잡한 마음이 사라지고 차분해진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 탓에 안타까운 죽음과 대면하게 될 때는 더욱 나무 주위에 머무르고는 한다. 무상의 철학과 겸양의 덕을 쌓아온 이 느티나무로부터 작은 위안을 받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력해도 안 되는 삶이 있고 불가피한 죽음도 있는 것인데 순간순간 신목의 지혜를 빌리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사랑하는 동료 의사의 부음을 듣고 슬픔에 젖어 나무에 기댄 적이 있다. 녀석의 환한 얼굴이 아직도 생생한데 갑작스런 죽음은 나를 몹시도 당황케 했다. 예기치 않은 주변의 죽음은 우리를 더욱 슬프고 안타깝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살아있지 않은가 하는 간사한  고마움을 느끼며 나무를 돌아보게 되었다.
말기암으로 고통받다가 하늘로 돌아가는 환자들을 볼 때는 더욱 마음이 착잡해진다.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해 주치의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어찌할 수 없다는 자위로 약간의 동정을 실은 눈빛과 얼마간의 마약성 진통제를 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런 행위는 치료란 허울 아래 행해지는 겉치레에 불과한 것은 아닐런지. 의사로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요식 행위가 아닌 진실한 마음의 교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 간암 말기인 환자가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면 솔직히 말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생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거창한 유언이 아니었다. 환자는 죽기 전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부인을 만났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자식을 낳고 기르는 시간 하나하나가 인생에서 최고 기뻤다고, 한번도 표현한 적 없는 진심을 가족들에게 얘기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선의의 거짓이라 자위하며 환자의 소박한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가족들이 환자가 암이란 사실을 절대로 모르게 해달라고 내게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다. 그날 밤 환자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영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내 행동을 후회했다.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환자에게 무엇인가 죄를 지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이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 운명 앞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는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문득 의과대학 졸업하던 해에 교수님, 동기들과 함께 교정에 묘목을 심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졸업사진 외에도 우리들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누군가 나무를 심자고 했다. 학교 정문 옆에 흙을 고르고 정성껏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로의 이름을 남겼다. 훗날 시간이 흘러 우리들이 심은 나무를 볼 때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작은 의미였다. 교수님은 세월이 지나도 이 나무를 보면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젊은 날의 순수한 열정을 꼭 간직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병만 보는 의사를 경계하셨으며 병을 앓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마음을 헤아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픈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심의(心醫)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문의를 취득한지 10여 년이나 지난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내달리다 보니 어느새 편의와 부를 쫓는 단순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몇 평의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공한 삶의 척도를 물질적인 것에 두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너무나 부끄러워진다.
느티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반짝이는 햇볕이 너무나 따뜻하다. 느티나무에 눈과 입이 있어 어리석은 나를 그윽하게 내려보며 나의 위선을 책망하는 듯하다. 일백 년도 못살면서 아옹다옹 이기를 부리는 내 생활을 돌아보라고 다그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마모되는 처음의 순수한 열정을 나무는 자신처럼 흔들림 없는 굳건한 모습으로 다시 간직하라고 속삭인다.
십 년 전 교정에 심어 놓은 내 이름의 졸업 나무도 잘 자라고 있을까?  느티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한층 성숙하고 단단해졌을 내 나무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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