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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오줌 이야기

  • 연도2005년
  • 수상동상
  • 이름이정길 조교수
  • 소속전남의대 신경외과


아침 일찍부터 이불을 들고 세탁기로 향하는 아내의 화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아이가 그만 이불에 실수를 한 것이었다. 나를 보는 아내의 시선은 마치 그 아이가 나를 닮아 그런 거라고 추궁하는 것만 같다.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변명이라도 하듯 묻지도 않은 아내에게 답했지만, 아내는 아무 대답이 없다.
그때 불현듯 한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아픈 이들과 마주하였고 또 잊혀져 갔다. 의사라면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잊을 수 없는 환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에게도 몇몇 환자들에 대한 기억만은 화석처럼 뇌리에 새겨져 생생하게 남아 있다.
지난 해였다. 2년간의 미국 연수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임상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갑작스런 호출에 부리나케 응급실로 들어섰을 때 내 아이와 같은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누워 있었다. 교회 주차장에서 놀다가 후진하는 차에 그만 머리를 치었다는 것이다. 상태를 살펴보니 후두개골이 골절되고 피가 고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취를 한 후 환자의 두피를 여는 순간 갑자기 너무 많은 출혈이 발생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개골 골절로 인해 정맥동이라고 하는 손가락 정도 두께의 큰 혈관이 파열된 것이었다. 계속되는 노력에도 출혈은 멈출 기색이 아니었고 출혈 부위를 거즈로 덥고 손으로 누르고 있는데 혈압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길함이 바람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취과 선생이 혈압이 잡히지 않으니 빨리 끝내야 한다며 나를 재촉했다. 서둘러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환자를 데리고 나오니 여전히 혈압은 낮았고, 수혈을 하고 혈압상승제를 투여해 보아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의 아버지에게 아이의 상태를 그대로 설명해 주는 것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곤욕이었다. 그들이 받을 상심과 아픔이 눈에 선했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눈앞이 캄캄했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아이의 아버지를 불러 아이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기 해 주었다. 헌데 아버지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그는 상심과 아픔을 마음 속에 삭여둔 채 같은 교인이 부주의로 이런 일이 생겼는데, 그 분이 구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이를 꼭 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어떻게 저렇게 차분하게 남을 배려하는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의아해하며 난 그저 최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새벽 2시가 넘어서고 있었지만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이를 놓아두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눕더라도 눈앞에 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릴 것만 같았고,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기에 마냥 아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옛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젠가 충장로를 같이 걸어가다가 갑자기 500원만 달라고 해서 주었더니 오던 길을 되돌아가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의 바구니에 넣어 주더라는 이야기며, 평소에도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어린아이 같지 않아서 놀랄 때가 많았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집중 치료를 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혈압은 어느 정도 올랐지만 상태가 나아졌다고 할 수도 없었다. 수혈을 너무 많이 하여 출혈성 경향이 있는데다 혈압이 떨어진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급성신부전증으로  소변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상황은 좋지 않지만 소변만 나오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소변이 한 방울이라도 나오는지 잘 보아 달라고 당부했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에 매달리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무심코 바라본 창 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소변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아이의 몸에 달린 소변호스를 바라보는데 아버지가 다가왔다. 평소에 딸이 아빠를 잘 따르고 말을 잘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참으라고 하면 참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낮에는 자기가 아이 귀에 대고 귓속말로 한마디 해 주었다고 했다.

“옷 입었어도 괜찮으니까 오줌 싸. 오줌 싸도 된다. 오줌 싸야 살 수 있단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음성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내 가슴을 흔들었다. 나는 나오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천정을 올려보았다. 선생님만 믿겠다는 아버지의 말이 날 붙잡았고 도저히 집에 갈 수 없었다. 소아과, 신장내과, 흉부외과 등 도움이 될 것 같은 모든 과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대책을 찾아 보아도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침대에서 혈액투석기를 돌리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혈액을 정화시키고 노폐물과 수분을 몸에서 뺄 수 있을 터였다. 십 년 넘게 의사생활을 하며 많은 환자를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변줄만 바라보며 기도하는 일 뿐이라니. 혈액투석기를 밤새 돌리며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을 맞추려고 노력하는데도 아이의 얼굴은 점점 더 부어갔고, 부어 오른 입술이 안쓰러웠다. 여전히 소변은 나올 기색이 없었고 게다가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해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며칠만 버티면 살 수 있는데, 소변만 나오면 살 수 있는데…. 여전히 소변줄은 무심하기만 했다.
그날 오후 응급실에 새로운 환자를 보러 잠시 중환자실을 떠난 사이 주치의로부터 심장이 멈추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환자실로 향하는데 아이 아버지와 마주쳤다. 웃으며 눈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아직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묵 속에서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중환자실로 들어서서 상황을 파악한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안고 이렇게는 보낼 수는 없다고 울부짖었고, 내게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평소 보아왔던 여느 다른 보호자의 모습과 같을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것처럼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고, 다시 평정을 찾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노라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직도 오줌을 싸라고 안타깝게 이야기하는 그의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작은 녀석이 문을 빼꼼히 열고 내다보았다. 씩 하고 웃어주며 양 팔을 벌리니 덥석 내게 안겨왔다. 아마도 내가 엄마의 핀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아내는 아이들이 무엇을 해도 마냥 내버려두는 날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내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줌싸개라도 다만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라 건강하게 뛰노는 것을 볼 때면 그저 고맙다. 녀석이 밤에 한 실수는 잘못임이 분명하지만 일 년 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소녀에게는 간절히,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일이 아니던가.
나의 목에 매달려 엄마 눈치를 살피는 녀석을 내려놓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아마도 오늘 아침은 얻어먹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아침부터 주방에서 달가닥거리는 것이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아내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찾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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