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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인간입자론

  • 연도2021년
  • 수상동상
  • 이름오연택
  • 소속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물감을 물에 타면 녹는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확산 현상이다. 확산은 물질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스스로 이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물감 입자가 번지는 것이고, 퍼져나가는 것이며, 고루 섞이는 것이다. 질서 있게 모여 있던 물감 덩어리는 자연의 이치에 맞게 고루 섞임으로써 입자 단위로 무질서하게 흩어진다. 이처럼 입자는 스스로, 널리, 무질서한 모습으로 흩어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세상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자연의 대원칙이다.

 

그날은 대원칙에 걸맞은 밤이었다. 연말을 맞아 술집마다 불이 켜졌다. 불 켜진 술집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질서 있게 모여 앉았다. 모여 앉은 사람들 사이로, 사회의 법칙에 알맞은 녹색병의 음료가 흩어졌다. 녹색의 음료가 흩어지자 사람들은 이내 무질서하게 변했다. 무질서해진 사람들은 자유로이 이동하며 널리 섞여들었다. 이따금씩, 무질서하게 섞이던 사람들은 비좁은 자리에 서로 모여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확산은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퍼져나가야만 본래의 정의에 오롯하게 부합한다. 입자가 한곳에 모인다는 건 농도분포에 역행한다는 뜻이며, 고루 섞이지 못했단 뜻이다. 다시 말해, 이는 자연의 대원칙에 어긋난 일이다.

 

좁은 곳에 서로 모인 어긋난 입자들은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운명을 마주한다. 입자끼리 부딪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다. 녹색병을 든 인간입자는, 부딪치면 피가 난다.

 

그렇게 사람들은 응급실로 향했다. 켜켜이 쌓인 인간입자는 확산하지 못하고 응급실 한구석을 맴돌았다. 입자들이 쌓인 응급실을 좋아하는 사람은 병원장뿐, 병원 내 누구도 이를 반기지 않았다. 환자로 붐비는 응급실을 바라보며 나는 절규했고, 억지로 외상환자 구역으로 걸어갔다.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알싸한 향기가 풍겨왔다. 사방으로 확산하는 에틸알코올 입자였다. 입자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나를 쏘아붙였다. 이를 막아보려 몇 번이나 마스크를 고쳐 써도 소용없었다. 고쳐쓰기를 포기하고 환자를 살펴보니, 턱과 볼에 죽 찢어져 벌어지는 상처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환자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이 이상했다. 피가 나는 얼굴을 감싸쥐고, 술에 취해 괜찮다는 말만 연신 내뱉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환자. 안 좋은 느낌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잠시 환자를 뒤로하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얼굴이 빨개진 보호자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보호자가 갑자기 환자를 마구 때리며 정신 차리라고 호통을 쳤다. 호통치는 보호자의 입에서도 술냄새가 확산했다. 얼굴이 빨간 이유는 부끄럼 때문이 아니었구나. 여기도 설명하기엔 이미 틀렸다. 대강 파악이 끝난 나는, 포기하고 환자에게 통보했다.

“다친 곳이 얼굴이라서요, 안쪽에 눈에 안보이는 상처가 있을 수 있거든요. 머리랑 얼굴 좀 확인할 거예요, 검사 후에 별 이상 없으면 꿰맬 거고요.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내 말을 들은 환자가 언성을 높였다. 괜스레 쓸데없는 검사만 한다고 짜증을 냈다. 환자는 검사고 약이고 다 필요 없다며, 빨리 꿰매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백히 이상이 있는 환자는 검사나 처치 없이 무작정 병원을 나갈 수 없다. 잘못하면 환자도, 의사도 큰일이 날 수 있어서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였다.

 

상처입은 인간입자가 병원 바깥으로 무단 자유 이동을 시도했다. 인간입자는 사람들이 쌓인 고농도의 응급실에서 저농도의 바깥으로 나아가려 했다. 하지만, 입자의 이동을 지배하는 자연의 대원칙은 의학과 법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렇게 인간입자는 이동에 실패했고, 나갈 수 없는 인간입자는 응급실에 녹아들지 못해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았다.

 

의사는 환자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의사는 수용성을 지녔다. 수용은 다른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우리는 찾아오는 환자를 받아들여,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의사만 수용성을 지녀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녹기 위해선 녹일 대상 또한 수용성을 지녀야 한다. 그래서 치료를 위해 의사를 찾아온 환자도 수용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수용성이 부족한 환자는 병원에 녹기를 거부한다. 특히, 초보 의사에게 녹아들기를 완고히 거부한다. 그래서 초보 인턴은 환자 수용에 실패했다. 내가 녹여내지 못한 환자는 여전히 고농도의 입자로 응급실에 남아 있었다.

 

녹지 못한 인간입자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응급실 침대 곁에서, 환자는 보호자와 한데 뭉쳤다. 환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났던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진동하는 인간입자의 에너지가 점차 상승했다. 에너지가 상승한 인간입자는 불안해졌다.

 

불안정한 입자는 에너지를 발산해야만 안정화된다. 마찬가지로, 불안해진 인간입자도 에너지를 방출해야만 안정화된다. 입자의 에너지는 여러 형태로 등장하지만, 모두 파동의 성질을 지녔다. 하지만 다른 입자들과 달리, 인간입자의 파동은 대부분 독특한 단일 형태로 나타난다. 나는 그것을 음파라고 부른다. 응급실 안에서 인간입자의 초대형 파동이 탐지되었다. 저 거대한 음파는 안정되고자 하는 인간입자의 거룩한 표현이었다. 고함치며 발버둥을 치는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의료진들이 모였다. 요동치는 인간입자는 다량의 음파를 방출하며 서서히 안정화됐다. 마침내, 인간입자가 응급실에 수용되었다.

 

인간입자는 때로는 무질서하게, 때로는 질서정연하게, 여러 형태로 모습을 바꿔가며 사회의 법칙을 따른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모든 것을 거부하고, 법칙에 역행하여 멋대로 행동하는 이들도 많다. 알코올의 특별한 힘과 함께라면, 이들은 더 거세게 요동친다.

 

요동치는 인간입자는 무질서하며, 자연과 사회의 법칙에 어긋나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의사에게 녹아들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환자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환자들에게 적절한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의사는, 그런 사람들까지 녹여내어 치료하도록 교육받는다. 그렇게 의사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모든 형태의 인간입자를 녹여내는 가장 강력한 용매로 성장한다.

 

매일같이 주취자들에게 시달리고, 환자들의 욕설과 폭력에 놓인 삶일지라도, 의사는 제멋대로 부딪쳐 피가 난 당신을, 주저앉아 소리치는 당신을, 불안에 떨고 있는 당신을 수용할 것이다.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동상 앞에서 되뇌었던 선서는, 모든 환자를 수용하는 가장 강력한 용매가 되고 싶었던 초보 의사의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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