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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서른 살에 죽다

  • 연도2023년
  • 수상은상
  • 이름이진환
  • 소속중앙병역판정검사소·정신건강의학과

서른 살의 가을이었다. 병원 밖의 나뭇잎들은 나날이 색이 달라졌다. 나는 정 신과 레지던트 3년차였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마는, 내가 수련 받은 병원에서 3년 차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타과에서 들어온 자문 의뢰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다 른 문제로 입원한 환자들에게서 정신과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협진의 형태로 도움을 주는 일이다. 그날도 여상히 의뢰된 환자들을 살펴보다가 나는 멈칫했 다. 그리곤 교수님과 의논했다.


의뢰가 들어온 곳은 호스피스 병동이었다. 사전에서 호스피스를 검색하면, ‘죽음이 가까운 환자를 입원시켜 위안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병 원. 말기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치료를 하며, 심리적·종교적으 로 도움을 주어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라는 설명

 

이 나온다. 세상의 일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호스피스 병동은 사전적 설명으 로는 다 말하기 어렵다. 그곳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인데, 우리 병원에서 는 공교롭게도 정신과 병동과 같이 12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남자 의사 당직실 도 같은 층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당직실을 들락날락하며 그곳에서 관이 들고 나는 것과 유족들의 흐느낌을 자주 보고 듣곤 했다. 내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 는 일상의 풍경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번 의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젊 은 여자 환자, 소화기계 암으로 여명이 두 달 남았다고 했다. 구토 때문에 약을 아예 먹지 못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젊은 환자다 보니 호스피스 담당 교수님도 많이 마음이 쓰였던 것 이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리기 위한 도움 중의 하나로 정신과 협진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우리 과 협진 담당 교수님과 의논한바, 어차 피 당직실도 호스피스 병동과 가깝고 하니,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주일에 두 어 번 혹은 그 이상으로 가능한 한 자주 상담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결론을 내 렸다. 이미 그쯤엔 환자의 거동이 불편해 외래 진료실로 내려오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상담을 내가 맡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상담이란 정신과 의사의 본령인바, 3년차쯤 되면 그럭저럭 익숙해지기 마련이 다. 그런데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나왔을 말들이 자꾸만 입에서 턱턱 걸렸다. 정 신에도 관절이 있다면 분명히 끽끽 대는 소리가 울렸을 것 같다. 내 부자연스러 움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그녀는 밝은 얼굴이었다.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그녀는 그다지 힘든 것은 없다고, 그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다 음 상담을 대수롭지 않게 약속하며 나는 방문을 닫고 나왔다. 혼자가 되어서야 스스로의 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다. 동갑내기 시한부 환자.



그녀에게 나의 서른 살이, 나의 젊음이, 나의 건강이 어떻게 보일까? 그런 생 각들이 툭툭 끼어들었던 탓이다. 그때부턴 호스피스의 일들이 내 일상의 풍경 에서 돌출되기 시작했다. 12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당직실로 걸어가는 짧은 순 간, 그녀의 목소리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곤 했다. 그녀에겐 친구 가 많은 듯했다.


몇 차례 상담을 거치면서, 우리는 반쯤은 의도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피했다. 영어권 표현 중에는 ‘방 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이 있다. 그건 대화의 당 사자들이 모를 수 없지만, 너무나도 크고 거대해서 오히려 그것에 대한 이야기 를 꺼리는 것을 말한다. 죽음이 우리의 코끼리가 되었다. 그렇게 표면을 겉도는 이야기만이 우리의 환자-의사 관계에서 미끄러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나를 붙잡았다. 늘 병실에서 옆을 지키는 모습만 보았으나 직 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가까이서 보니 억척스럽고 강해 보 였다.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시냐고 묻는 내게 그녀의 어머니는 얘기했다. “선생님. 우리 딸은 괜찮아요.” 도대체 무엇이 괜찮냐고 되묻는 말이 혀에 걸리는 순간 그녀의 어머니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딸은 강해요. 밝아요. 그러니까 그런 상담 필요 없어요.” 나는 무언가 알 것 같았다.


다음번 그녀와의 상담에서 엄마의 이야기로 접근했다. 그녀는 무너졌다. 사실 은 죽고 싶지 않다고 울었다. 그런데 엄마가 괴로워할까 봐 티도 낼 수 없다고 했다. ‘인간적인 마지막 삶’은 뭘까? 죽고 싶지 않다고 우는 그녀 앞에서 내 마음 도 같이 무너졌다. 그저 곁에 가만히,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내 어떤 행동도 그 녀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 무력감과 비참함에 휩싸여서, 도망치듯 다음 상 담 약속을 잡았다. 그녀의 어머니도, 점차 방문이 뜸해지는 그녀의 친구들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딸의, 친구의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도망치고 싶고, 모른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어떻게든 그녀가 항우울제를 복용할 방법은 없는지 찾고, 나도 모르게 그녀 와의 상담 시간을 꺼리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이전까지는 그럭저럭 자신이 있었던 나의 정신과 의사로서의 능력을 의심했다. 몇 달 뒤에 그녀는 죽고, 나는 살 것이다. 그런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뭘까? 나와의 시간이 오히려 해가 되지는 않을까? 내가 아닌 다른 훌륭한 의사라면 그녀에게 더 도움이 되 지 않을까? 항우울제에 기대고 싶었다. 코끼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너무 나도 두려웠다. 당직실에서 나는 잠을 설치기도 했다.

 

상담시간이 다가올수록 괴로웠다. 더이상 견디다 못해 교수님께 찾아갔다. 털 어놓듯, 내 마음을 말씀드렸다. 죽음이 가까운 환자에게 나같은 미숙한 의사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내 말을 묵묵히 듣던 교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문 제다’라고 짧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내 문제라고. 무력감과 비참함과 나 자신의 자존감은 나의 문제일 뿐 이라고…. 그 말이 나를 관통했다. 어떤 정신과 의사가 될지를 규정짓는 말이었 다.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나는 완벽한 의사가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내 나약함을 넘어서야 한다. 좋은 의사는 환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나는 도망가고 싶은 스스로를 달래가며 그녀를 찾아갔다. 한 번 둑이 터지자 그녀는 훨씬 더 자주, 많이 죽음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묵묵히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녀와 함께 그 순간에 있었다.


시간은 지나갔다. 암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점차 컨디션이 나빠지자 깨 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내가 찾아갈 때면 때때로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가 지금 잠들었으니, 다음에 다시 오시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두 달 남짓의 시간은 낙엽처럼 떨어졌다. 찬 바람이 불 때에 나는 텅 빈 병실을 보았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교수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리자 씁쓸한 어투로 ‘그 런 일은 흉터가 남는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도 맞았다. 흉터를 지닌 채, 그 녀가 살지 못한 서른한 살, 서른두 살, 서른세 살을… 나는 계속해서 살아 나 갔다.


어떤 낙엽은 세금 고지서처럼 그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후로도 문득 나와 같은 나이에 죽은 그녀를 생각했다. 내 안의 일부가 그녀와 함께 죽 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이 나를 늘 다그친다. 어느 날 나는 이런 시를 읽고 멈 춰 섰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 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_김사인, 『조용한 일』


죽음은 저마다의 일이라고 한다. 죽음의 순간엔 누구나 혼자라고. 그렇지만 죽음까지 가는 여정에, 그 무서운 순간에 한 정신과 의사가, 한 인간이 용기를 내어 함께 있었던 것이 그녀에게도 어떤 위안을 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 본다. 나도 언젠가 죽을 것이다. 다시 만난다면… 그녀에게 말해줄 것이다. 그날 이후 달라진 모든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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