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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상세불명의 우울증 에피소드

  • 연도2005년
  • 수상금상
  • 이름김종구 원장
  • 소속사당의원


콧속의 실핏줄이 팽팽하게 건조해져서 생긴 통증 때문에 인중까지 따갑다. 조금만 힘을 주어 코를 풀면 파열되어 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다. 벌써 며칠째 나라 전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발령되어 있다. 가습기가 하루 종일 뭉턱뭉턱 쏟아내는 축축한 수증기는 피부만 끈적이게 할 뿐 입 속과 콧속 그리고 목에 일어 있는 허옇게 날이 선 비늘들은 가라앉히질 못한다.
환자들은 조수(潮水)와 같다. 대기 환자가 칸이 부족할 만큼 빼곡하게 들이닥칠 때는 숨이 턱에 닿도록 연신 처방전을 떨궈내도 끝날 것 같지 않게 넘실넘실 밀려든다.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진료실 안에 미세한 먼지가 떠다니는 것까지 보일 만큼 적막해지면 나는 허위단심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대를 피우며 환자들에게서 옮은 급성 통증과 만성 질환들을 훨훨 태워 털어버린다.
문득 손을 닦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속속들이 근질거린다. 한때는 시도 때도 없이 귓속이 근질거릴 때가 있었다. 마치 귓속에서 하루살이 한 마리가 온 머릿속을 휘저으며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날아다니는 것 같아 포획하듯 거칠게 면봉을 휘둘러댔었다. 그런데 이즈음에는 손이다. 수술을 하다가도 때로는 진료 중에도 손에 오물이 묻은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져 당장 씻지 못한다면 내 몸에서 떼어내 멀리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손이 무겁게 느껴진다.
천천히 일어나 수돗물을 틀고 항균 비누를 써서 꼼꼼하게 닦아내며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가을 햇살에 잘 마른 문창호지 같이 얇고 바삭해 보이는 한 초로의 사내가 나와 눈을 맞추고 엉거주춤 서 있다. 그 표정에는 희로애락이 없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흔들린다. 방금 내게 ‘갑상선의 악성 신생물’ 진단을 받아 든 아내를 부둥켜안고 나가던 남자의 휘청거리던 두 다리와 그녀가 병원에 올 적마다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검은 개의 새까만 두 눈이 아직 진료실 안에서 둥실 떠다닌다. 한 달에 두 번씩 올 때마다 간호사가 아무리 말려도 들은 척도 안하고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들어오던 검은 개는 눈빛을 오만하게 번쩍거리며 진료실을 훑어보았고 그 때문에 난 늘 오금이 저렸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랫동안 꼼짝 않고 내가 즈이 주인 부부와 나누는 이야기를 다 듣더니 이내 눈을 한번 꿈쩍거렸다. 그때 나는 보았다. 검은 개의 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던 투명하도록 맑은 눈물을.
찬물에 두 눈을 헹궈보지만 초점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 혹시 병명을 말할 때 내 말투가 칼날처럼 가슴을 후벼 팠거나, 환자를 바라본 내 표정이 허허벌판처럼 살벌하게 보이진 않았었을까. 아니면 초음파를 짚어주던 내 손가락이 떨려 환자가 미리 절망에 빠지도록 하진 않았는지. 젊었을 때는 확진을 해내면 성취감 때문에 한두 끼니쯤 걸러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이즈음에는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헛헛증이 생기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가슴이 텅 비어 머릿속까지 굉음이 울린다. 순간순간 죽음이 인간을 타고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 나는 죄인이 되곤 한다.
지난해 봄 내게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다음날 이른 새벽 9층 난간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수술만 했다면 80% 이상 완치될 확률이 있어서 가족들을 불러 아주 조심스럽게 상태를 설명하며 안심시키고 수술 받을 병원 예약까지 해 줘 보냈는데, 며칠 후 그의 아들이 보험회사 제출용 진료확인서를 발급 받으러 와 내게 그 소식을 알려주었다. 이후로 나는 환자의 병을 정확히 진단해내는 것이 두려워졌다. 차라리 모르고 있었더라면 좀더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자괴감 때문에 가끔씩 잠을 설치곤 한다. 검사 후 진료 기록부에 ‘부위의 악성 신생물’이란 병명을 써넣을 적마다 가슴이 떨려 잠시동안씩 이성을 잃어버릴 때가 점점 많아진다.

사는 것만큼이나 메마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문득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바람에라도 스쳤는가 뜰에 서있는 벚나무에서 허옇게 바랜 마른 꽃잎이 휘몰아치듯 쏟아져 내렸다. 한때는 나무에 하얀 비누 거품이 부푸는 것처럼 빼곡히 피어있어 눈이 부셨는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흰 나방 무리처럼 날아서 땅에 깔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벚나무가 봉오리를 내기 시작하면 나는 그것에 메스를 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아직 다른 나무는 물론 그조차 잎도 틔기 전, 꼭꼭 싸 안고 있는 봉오리를 한 겹 한 겹 벗겨내서 대체 속에 어떤 것을 품고 있는지 먼저 보고 싶다는 조급증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벚나무만 있으면 곁에서 한참씩 걸음을 멈춘 채 노려보곤 했다. 그러다 그예 실행에 옮기고 말았다.
어느 달이 몹시 밝은 밤, 늦은 수술을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와 밖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달빛을 흠뻑 머금은 탓이었는지 마치 오르가즘에 도달되기 직전의 유두처럼 오똑 부풀어 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식식대다가 가장 예리한 칼을 들고 나가 봉오리들을 하나하나 십자로 가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예상치 않았던 수술을 받으면서도 아프다는 신음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내 불안장애에서 오는 즉흥적이면서 잔인한 행위를 고스란히 당하기만 했다. 구름이 달을 가려 꽃봉과 비늘이 구분이 되지 않게 된 후에야 칼질은 끝이 났고 퍼뜩 정신이 돌아온 나는 무릎이 꺾여 그 자리에서 무너져 주저앉았다.
다음날부터 이내 개화가 시작되어서 다른 꽃들은 한 꺼풀씩 옷을 벗어 해사한 알몸을 드러냈지만 내 무모한 수술을 받은 봉오리들은 검게 말라비틀어져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름없이 떨어졌다. 앞뒤 분별없는 조급함으로 인해 빚어진 최초의 실패 때문에 한동안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 칼을 잡을 적마다 두려움에 남몰래 손을 떨곤 했었다.
‘백 년도 힘든 것을 천 년을 살 것처럼 …….’
요즘 들어 성기능을 상실했다고 내원한 칠십 노인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는 순간 대기실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노인도 그 가사를 알아들었는가 잠시 박동이 빨라졌다 이내 정상 상태로 되돌아왔다.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전을 들고 병원 문을 나가는 노인의 어깨 위에 더께로 앉은 세월의 무게가 긴긴 봄날의 저녁 바람에 허청허청 들까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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