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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함께 가는 길

  • 연도2011년
  • 수상동상
  • 이름노종렬
  • 소속서울아산병원

어두컴컴한 방, 불을 켠다.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버렸다. “아! 피곤하다.” 한 마디 말을 내뱉는다. 병원 10층, 인적이 없는 방 한가운데 내동댕이치듯 자리에 앉았다. 나 아닌 내가 된 듯, 무거워진 몸을 의자에 의지해 선잠을 청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침묵을 깨우는 핸드폰 소리. “교수님, 중환자실인데요. 수술하신 김선자 환자 땜에 전화 드렸어요. 환자가 중환자실에 와서 혈압이 유지가 안되고 산소를 십 리터 이상 주고 있는데도 동맥혈 산소포화도가 85가 안되네요. 어떻게 하지요?” “예,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무거운 몸을 움직여 방을 나섰다.


중환자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 할머니를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2주 전인가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 그래도 아직 건장하실 만한데 작은 키에 깡마른 시골 할머니였다. 서울로 시집간 딸과 함께 외래에 왔었다. 주름이 잡히고 검게 그을린 얼굴, 초라하지만 입가에 얇게 펴진 할머니의 잔잔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었다. 아마 다빈치가 할머니를 모델로 삼았다면 더 인간적이면서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밥 잘 못먹겠시유. 아프고, 잘 안넘어 간당께유. 한참 댔시유.” “할머니. 입안하고 목 좀 볼게요. 아 소리 내면서 입 크게 벌려 보세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혀 왼쪽 뒷 편으로, 핏기 서린 커다란 덩어리가 보였다. 입안을 통해 내시경을 보고 나서 양손가락으로 만져봤다. 딱딱하고 이미 혀 절반에 거쳐 하악골(아래턱뼈)과 혀뿌리에 퍼져있는 종괴,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분명했다. 할머니를 내보내고 딸과 함께 얘길 했다. “암이 할머니 입 속에 생긴 것 같아요. 조직검사하고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선생님, 암이 얼마나 진행이 되었나요? 우리 어머니 살 수 있어요?” “초기는 아니세요. 암이 좀 진행된 것 같은데.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치료하시면 완치될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할머니의 목에서 입 속에 생긴 암이 퍼진 듯 보이는 림프절이 만져졌다. 이미 한 개가 아니고 서너 개, 반대측에도 만져지는 걸 보니 꽤 진행된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도 할머니에게 희망이 있을까? 이 암으로 생을 마감하기엔 아직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손주들의 재롱을 봐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다행인가 보다. 양측 목에 전이된 림프절이 몇 개 있었지만 PET촬영과 여러 검사 결과 전신전이가 없었다. 구강암 4기, 그래도 치료가 가능한 단계에 있었다. 수술로 절제가 가능했지만 혀 대부분과 하악골 일부를 절제해야 하고 양측 목에 퍼진 림프절도 함께 절제해야만 하는 큰 수술이 필요했다. 물론 수술 후에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더 받으셔야만 하는 진행된 암종이였다.


내 방에서 중환자실까지. 병원이 크다 보니 아무리 빨리 가도 5분은 족히 걸린다. 다행히도 그 사이 환자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다. 내가 당도하기 전에 이미 전날 나와 함께 수고했던 수석 전공의와 주치의가 와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김 선생, 무슨 문제가 있나?” “네, 교수님. 낮에 피가 많이 나서 수술 중에도 수혈을 하긴 했는데 혈압이 80이하로 가끔 떨어집니다. 중환자실 심장내과 전임의 말로는 당분간 도파를 다는 게 좋다고 해서 달았더니 지금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 T 튜브(기관절개관)가 막혔나? 왜 산소포화도가 유지가 안되지? 김 선생, 봐라. 환자 마취 깨우고 나올 때 T 튜브 빠지지 않게 잘 고정해야지. 조금 벗어나 있잖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지, 위험할 뻔 했네. 서 간호사, 환자 상태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 자주 혈압 체크하고 오늘밤 잘 봐주세요. 무슨 문제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큰 문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삼십 분 넘게 환자 곁에서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지켜봤다. 김 할머니를 위해서 새벽 두 시, 네 명의 의료진이 함께해야만 했다. 낮 동안 내내 나와 함께 수고한 전공의들과 순환 근무하는 간호사들, 환자 상태가 아직 불안하니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자겠지. 이들에게 고맙다 얘기도 못했다는 후회스런 생각을 뒤로 한 채 다시 불 꺼진 내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낮에 있었던 일들이 다시 떠올랐다.


아랫 입술 가운데를 위아래로 갈라 하악골(아래턱뼈)을 절개하고 들어갔다. “김 선생, 암이 꽤 크네. 혀 다 못 살리겠어. 하악골 왼쪽도 일부 잘라야 할 것 같지. 혀뿌리도 함께 나가야 할 것 같고.” “네, 교수님. 하악골을 얼마나 자르실건가요? 환자가 앞으로 입으로 식사하시려면 혀와 하악골도 재건해야 하겠네요.” “그래. 암이 아래턱신경으로 침범해 들어간 것 같지. 그럼 꽤 잘라야 할 지도 몰라.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절제하는게 좋겠어. 입으로 식사하실 수 있게 모양도 잘 만들어 드려야지.” 혀와 혀뿌리 대부분과 암이 침범된 좌측 하악골 일부를 절제했다. 물론 양측 목에 퍼진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함께 해야만 했다. 이에 걸리는 시간만 여섯 시간, 할머니가 말과 식사가 가능하도록 혀의 원래 모양과 하악골을 재건하는 데 또 여섯 시간이 더 걸렸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수술이 절개한 피부를 봉합할 때까지 자정 가까운 시간에 끝낼 수 있었다.


점심과 저녁식사를 걸렀다. 수술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블랙커피 한잔 마신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큰 수술을 하게 되면 교수뿐 아니라 수술대를 둘러싸고 적어도 세 명 이상의 수술조력자들이 필요하다. 대개 전임의와 전공의가 함께 수술을 진행하고 물론 마취의와 수술간호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어도 여섯 명 이상이 온종일 수고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함께 한 배를 탔다고나 할까, 자주 그런 생각을 해본다. 천하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이니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만 있다면. 수술 중에 전날 밤새 응급환자 당직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잤던 주치의에게 물었다. 리트렉터(수술시야를 잘 보이도록 당기는 기구들)을 당기면서도 따사한 봄날 양지에 앉은 병아리처럼, 잠을 이길 수 없나 보다. 바로 옆에 서서 수술하는 내 몸에 자꾸 부딪쳤다. “이 선생, 어제 잠을 잘 못잤구나. 잠깐 나갔다 올래?”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잘 하겠습니다.” “나도 이 선생 나이 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언제 이런 험한 수술들을 하겠나 싶었는데. 그렇게 돼버렸네. 의사 중에서도 다들 하기 싫다는 3D 파트를 골랐으니. 그래도 내는 이게 좋다~.” 이렇게 얘길 했었다.


그새 내 방에 닿았다. 불을 켜고 한번씩 웃어봤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응급 사태를 대비해서 세면대에 얼굴을 씻으며 잠을 쫓아 본다. 김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아직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 떠오른다. 나를 보면서 자꾸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김 할머니 수술, 잘 하기는 한 것 같은데, 이때는 이걸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피할 수가 없다. 내 손으로, 내 힘으로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때 그때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게, 최선의 손으로 수술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나를 찾아준 환자들을 생각하며 눈가에 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김 할머니께서 다행히 아무 합병증 없이 3주 만에 퇴원하셨다. 육 개월쯤 지났을까, 외래에 오신 할머니가 고사리를 가득 담은 비닐 봉투를 내밀면서 말씀하셨다. “생님요, 제가 동네 뒷산을 다 다니면서 딴게 아닌교. 생님 생각하면 고마운기라요. 별거 아닌교. 내가 몇 날 딴게라. 맛나게 잡수쇼.” 할머니의 손을 붙잡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은 입으로 식사 잘 하시지요? 죽 말고 밥도 드시고요? 제게 뭘 가져오시려고 안 하셔도 되요. 할머니가 잘 드셔야지. 할머니가 아무 탈 없이 건강하신 게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라고 말하면서. 가끔은 내가 왜 외과의사가 되었냐는 물음에 조금이나마 답을 할 구석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손등으로 눈가를 한번 훔치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내가 가야 할 길, 부족한 나를 찾아준 고마운 환자들을 생각하며 그리 고독하지 않은, 나와 함께한 사람들과 가야 할, 그 길을 그려본다. 창문 넘어 벌써 기울어져가는 보름달이 병원 밖을 훤히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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