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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책상 모서리

  • 연도2012년
  • 수상은상
  • 이름금민수
  • 소속안동병원 내과


하얀 옷을 입은 어린 소녀였다. 머리를 곱게 빗은 큰 눈의 소녀가 슬픈 얼굴로 멀어져갔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애틋한 감정만 남았다. 가슴이 먹먹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 아련한 꿈을 되새겨본다.


아침은 한 번도 느리게 가는 법이 없다. 병원 진료실까지 순간이동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병원 앞 강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흐르는 강물 위를 잠시 바라본다. 서늘한 아침공기에 풀 향기가 안개와 같이 떠돈다. 중소도시 종합병원의 내과는 응급실 및 입원환자 회진부터 외래환자 진료까지 고도의 정신집중과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요하며, 면담과 설명 등 잠시도 쉴 틈이 없이 흘러간다. 잠시 방심하여 사소한 사항이라도 놓치게 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뇌는 항상 혈당이 모자란다고 비명을 지르고, 마치 윤활유가 모자란 기계처럼 연기가 피어오른다. 또 그렇게, 바쁜 병원의 하루가 삐걱대며 지나간다

 

일주일에 반나절, 휴식 같은 외부 장애인시설 진료가 있다. 장애인 복지촌에서의 일상은 조용하다. 낮지만 여러 겹의 산들에 둘러싸여 일체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아 적막하기까지 하다. 진료실 창밖 풍경은 계절마다 아름답게 바뀐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햇살 속에 사막처럼 반짝이고, 한겨울에는 오로라가 보이는 백야처럼 신비롭다.


오후 두시 진료시간에 맞추어 장애인 친구들이 진료를 받으러 온다. 그 중 특이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친구가 있다. 32세 김 소연, 결코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눈은 약간 사팔뜨기이며 날카롭게 가늘고 입술도 얇다. 표정이 없고 감정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한 얼굴이다. 키는 초등학생 정도이며, 배는 볼록하고 목은 거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하게도 올 때마다 진료실 책상 모서리에 침을 바른다. 정신과 과장님께 문의해보아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언젠가부턴 볼록한 배를 내 쪽으로 들이민다. 좀 친해졌다는 표시인지도 모른다. 하긴 13년이나 되었으니 저도 익숙한 얼굴이 조금은 반갑기도 할 것이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소연이가 열이 나고 설사를 하여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정신지체가 있어 아파도 표현을 못한다. 일단 입원 후 검사를 하니 결과는 급성 간염이나 원인을 조사해도 흔히 보는 원인은 아니다. A, B, C형 간염이 모두 아닌데 간수치는 급격히 치솟는다. 열도 계속된다. 간염치료를 하면서 희귀 원인 질환 검사를 보내고 보호자분과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아버님, 어머님은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셨다. 바빠서 잘 오시지도 못한다고 했다. 간이 급격히 나빠지면 사망할 수도 있고,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간이식이 가능한 조금 더 큰 병원을 권유드렸다.


“선생님,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머리가 모자란 애 아닙니까? 간 이식해줄 사람도 없고, 저희 처지에 더 큰 병원 갈 형편도 못 됩니다. 선생님, 믿고 맡길 테니 최선을 다해주이소.

 

한참을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버님이 곤란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급성 간염과 면역력 감소에 따르는 이차적인 세균 감염에 대한 최선의 치료를 하였으나, 건강인과 다른 체질이어선지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 도중 결과가 나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라는 드문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으로 판명되었다. 지금까지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치료약이 없는 간염이다. 일반적인 간염약 외에는 치료제가 없고, 보존적인 치료에 의존해야 하는 질환이다. 소연은 결국 회복되지 않았다. 간염의 원인 결과가 나온 날 오후, 심장이 멎었고 인공호흡기만으로는 멈춘 심장을 유지할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다시 한 번 심장이 멈추었을 때 아버님은 더 이상의 심폐소생술을 포기하셨고, 생명의 끈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어릴 때 복지촌에 맡겨놓고 얼마나 애처로웠는데, 지 형제들 시집, 장가보내고는 같이 데리고 살면서, 지 가고 싶은데 다 가보고, 맛난 것도 다 사주고 할라 그랬는데…. 이래 가면 억울해서 우야는교? 선생님요. , 의술이 그래 좋다면서 이런 환자 하나 못 살리는교? 아이고, 불쌍한 우리 소연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소연이의 생명은 쉽게 가버렸다. 마지막 이틀 동안 어머님은 소연이의 침상을 지켰다. 중환자실이어서 보호자가 있을 수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할 수없이 소독가운을 입으시게 하여, 소연이의 곁에 계시도록 했다. 일이 바빠서 복지촌에 맡겨 놓고도 거의 보러오지 못하였다고 했다. 다른 형제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도 했다. 그렇게 소연이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이틀을 어머니 손을 잡고 보냈다.

 

그 후로도 복지촌의 일상은 똑같이 흘러갔다. 어느덧 그 뜨겁던 여름이 나른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쨍쨍한 태양과 서늘한 바람이 피곤한 정신을 깨우던 날, 문득 휴게실에 흩어진 그림책 위에 시선이 멈추었다. 책 표지에 한 아이가 책상 모서리에 무언가를 바르는 그림이 있었다. 부모님이 이혼하여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된 초등학생 ‘한이’의 이야기였다.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 아빠는 엄마 없이 살 수 있어?” ‘한이’는 엄마 없이 살아야 할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아빠와 같이 살겠다고 한다. 속 깊은 ‘한이’는 내색은 안하지만 한 달에 하루만 같이 지내고 떠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그러던 중 ‘한이’는 꿈속에서 팥죽을 끓이는 할머니를 만나, 엄마가 왔을 때 책상 모서리에 침을 바르면 엄마가 못 떠나고 같이 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 소연이는 이 동화를 누군가 보여 주거나 읽어 주어서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복지촌에 잘 오시지 못하는 엄마가 보고 싶어 책상 모서리에 침을 바르고 다닌 것은 아닐까? 그리고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다 나으면 엄마가 떠날 것이 두려워, 엄마 손을 잡고 영원히 스스로 생명의 줄을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아무도 알 수는 없다. 소연이는 말도 표현도 할 수 없었으니….

 

중환자실에서 미로처럼 얽힌 수액선들을 달고 인공호흡기에 호흡을 맡긴 채 의식 없는 상태로 누워있던 소연이, 그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소연이의 맑은 영혼은 저 가을 태양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으리라.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가을의 시린 하늘은 괜히 코끝을 발갛게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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