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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이역의 간병기

  • 연도2012년
  • 수상동상
  • 이름박재홍
  • 소속메디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복잡한 심정을 담담한 표정으로 누르며 들어선 병원은 한국에서 보아오던 그것에 비해 생소한 모습이지만 추레하게 보이는 환자의 모습은 여기나 거기나 매한가지다. 상반신을 세워둔 전동침대에 앉은 아버지의 모습은 큰 병치레를 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기력은 그냥저냥 있어 보인다. 내심 다행이라는 안도하던 마음은 병기가 몇 기였던가에 생각이 이르자 금방 무겁게 가라앉는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부친은 손짓으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우리 식이라면 바닥을 가리지 않고 큰절을 올렸어야 마땅할 일임에도 어정쩡하게 선 채로 허리만 꾸벅한 모습이 남이 볼일 없는 와중에도 잠시 민망한 느낌에 몸이 후끈하다. 마지막 뵌 것이 언제였더라. 엉거주춤 바지 자락을 손아귀로 움켜 쥔 채 일어선 노인이 잠시 낯설게 느껴진다. 나에게 익숙한 부친의 모습은 늘 술에 얼큰하게 젖어 괄괄한 목소리로 한 손으로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어지간히 성가시게 굴던 모습인데. 주사기를 트레이에 담아 들고 흑인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침대 머리맡에 둔 노트와 펜을 집어 들고 뭔가를 휘갈겨 쓴다.


얼핏 넘겨본 노트의 필체는 예전의 힘차게 휘갈겨 쓴 글씨체가 아니다. 간호사는 환자가 식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불평으로 늘 달달볶는다는 말을 내게 하는 것 같다. 성미는 여전하구나. 스테이션에 잠시 나갔던 어머니가 들어오자 무슨 말을 하는지 굳이 듣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얼굴로 뭐라 역정을 낸다. 익숙한 모습.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침대 위를 오르락내리락, 이것 가져와라 저것 가져와라 소리 없는 호령을 하던 아버지는 해가 뉘엿해져 집으로 가려 병실을 나서는 어머니를 이번엔 처량한 눈빛으로 배웅한다. 병실을 나설 때 잠시 가볍게 안아본 아버지의 어깨가 풍성해뵈는 환의 아래로 앙상하게 느껴진다.


버스에 오르자 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흑인여자가 어머니를 보곤 자리를 양보해준다. 어머니는 내게 어깨를 빌어 곤한 쪽잠을 청한다. 어두워진 거리를 버스는 컴컴하게 늘어 서있는 흑인 마을을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간다. 늘 제멋대로였던 아버지. 이제는 병원에서 소문난 악질 환자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듯해서 마음이 서늘하다. 죽기 살기로 대들어서라도 술을 끊게 했어야 하나. 다짜고짜 강제로라도 중독치료병원에 입원시켰더라면. 의사 아들에게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떨리는 글씨체로 물어온 아버지에게 얼마나 힘드셨는지, 그동안 많이 그리웠다는 말과 위로 대신, 수술이니 항암치료니 방사선치료니 조목조목 건조하게 일러준 일이 아무래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거북스러운 기분으로 되살아난다.


창졸간에 의사와 환자의 입장이 교차한다. 두려운 마음.  만성 알코올 중독의 후유증에선지, 당신의 병이 어떤 것인지 알고 혼란스러운 마음 탓에선지, 수십 년 골초로 살아오다 피우지 못하게 된 담배 생각 탓인지 사사건건 표정과 몸짓으로 짜증을, 분노를 마구 뿜어대는 아버지의 간병을 돕다보니 겉으로 알던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도 필요한 때에 의사의 얼굴을 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발견한다.채 삭지 못해 덩어리진 객담 때문에 목에 심은 T-튜브가 막혀 얼굴이 새파래져도, 성질을 못 이기고 잡아 뽑은 IV라인으로 혈관이 망가져 팔이 퉁퉁 부어도 의사는 뒷마무리를 해 주는 게 본연의 임무인 것 같은 모습으로만 볼 수 있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그저 Everything is O.K.만 반복하는 젊은 백인의사. 하나부터 열까지 아마추어처럼 보여 마땅찮고 미덥잖다. 나도 환자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지는 않았을까 되돌아볼 만큼. 그럼에도 딴에는 모든 기왕의 내과적인, 정신과적인 기왕력을 동종업계의 익숙하고 정돈된 용어를 가지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래서 비교적 쉽게 소통과 처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저 성질 괴팍한 동양인 환자와 영어가 안 되는 보호자를 잘 여과된 우아함으로 대접하는 것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 어설프게 아는 체하느니 여느 보호자들처럼 며칠 어머니 대신 간병할 작정을 한다. 귀찮게 하는 환자에게 드러내놓고 냉대하지 않음을 그나마 감지덕지해야 할 일일지 모르겠다. 어차피 의사아들 덕 보는 일과는 무관하게 살아오신 분이니 그저 여태껏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하고 싶었던 말들이나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내가 아버지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술주정으로, 알코올 중독으로 건조하게 이름 짓고 바라보기만 했던 예전처럼 지금도 내 머릿속은 Supraglottic cancer니, stage4니, bone metastasis니, chemotherapy니, ratiotherapy니, alcoholism이니 하는 용어들만 빙빙 뒤엉켜 돌고 있다. 처음으로 아버지를 건성으로 들었던 일들을 후회해본다. 하도 난리법석을 피는 바람에 담당 간호사를 불러 진정제의 PRN처방이 있는 지 물어본다. 발륨Valium이 들어가자 이내 고른 숨을 쉬며 잠이 든다. 뭘 변변히 해드린 것도 없고, 해드릴 것도 없어 먹먹한 가슴을 안고 가만히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이럭저럭 며칠이 지나고 푸른 잔디가 보이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깬 아버지는 약 기운 때문인지 처음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기색이다. 손짓으로 나를 청해 노트에 글을 적어 보인다. <애들 잘 있냐> 대답대신 나는 휴대폰에 저장된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드린다. 활짝 웃으며 한참을 아이들의 모습을 눈에 담던 아버지는 곧 내게 휴대폰을 돌려준다. 한동안 아버지는 허공으로 시선을 둔 채 누워 있다.



<집에 가거든 옥으로 된 손지압기 사다가 보내주어> 내가 끄덕이는 모양이 예전처럼 건성으로 보였나보다. <구슬처럼 동그란 거, 지압할 수 있게 가시 박힌 거 있잖아> <손은 살아있으니까, 돈 벌어야지, 한국 가서 애들도 보고 싶고>  방정맞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하는 마음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잘 되면, 정말 잘 되면 가능하겠지 애써 내 마음을 다독였을 때 불현듯 내가 처음 맡았던 유방암 환자였던 이00아주머니를 떠올린다.


내가 보아왔던 수많은 환자들 중에서 하필 왜 그녀가 떠올랐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지간히 성깔 부리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인가 내게 보여주었던 다부지게 마음먹은 그 얼굴이. 그녀도 아주 간절하게 살고 싶어 했지. 그녀에게도 내가 해드린 것은 그저 아플 때 손잡고, 아들 이야기 들어주고, 맞기 싫은 주사를 달래가며 놓아주었던 게 전부였던 아주 오래전 일이 안개처럼 부옇게 떠오른다. 시간이 조금만 넉넉하다면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이 있을까. 암이란 놈한테 걸리고 나서야 난생 처음으로 당신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버지를 홀로 두고 또다시 난 내 빈자리를 메우러 떠나가야 하는데. 마치 다른 환자들을 보기 위해 애써 다독이며 나를 부여잡았던 내 첫 환자를 남겨두고 다른 병실로 나가야 했던 그날처럼. 내 가족에게조차 나란 의사는 국외자일 뿐이다.


비행기 시간은 촉박하지만 미련과 아쉬움과 걱정과 연민으로 차마 깔끔하게 아버지의 머리맡을 떠나지 못한다. <가거든 꼭 좀 보내주어> 병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그저 허리만 구부려 작별인사를 한다.



큰절을 드린다면 혹여나 영영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것이나 아닐지 두려운 마음에서였을까. 문득 눈에 띄어 네모지게 접어놓은 신문 광고지<영어, 일어 문서작업 가능자 구함. TEL 000-000-0000>를 집어 들어 읽는 내게서 겸연쩍게 웃으며 빼앗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눈앞이 부옇게 변해짐을 느끼며 병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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