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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불약

  • 연도2012년
  • 수상동상
  • 이름양헌
  • 소속의정부성모병원 인턴


“할아버지, 어디가 편찮으세요?”



“어즈께부터 여그가 솔찬히 아프요.”



“이쪽 어깨 말씀이세요?”



“아니, 더수기 말이여. 더수기.”



어느덧 열하루 째, 지겹도록 지루한 장마로 무감각해진 내게 이방인처럼 다가온 한마디. 더수기. 자못 생경했던 방언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날씨만 궂으면 더수기부터 온 삭신이 다 쑤셔부러. 뭣땀시 요로코롬 바쁠 때만 되믄 그런당가.”



정말 그랬다. 파스를 사랑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올해는 유난히 농번기에 비가 내리는 일이 많았다. 오늘도 새벽부터 하늘이 구멍 난 마냥 세차게 빗줄기가 떨어지는 탓에 마을의 사랑방이 되어버린 물리치료실에선, 고장의 특산품이자 면민들의 생계수단인 배 농사 얘기가 한창이다.



헌데 슬쩍 바라본 어르신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못하다. 이유인즉, 장마가 길어지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저온 현상이 일어나 생육이 보름가량 늦어지는데 비해, 추석은 예년보다 열흘 이상 빨리 찾아오면서 상품성 높은 대과(大果)의 수확량이 상당히 줄어들 모양새라는 것이다. 진료실 구석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담벼락 너머 잿빛하늘이 괜스레 스산하다.





기분 탓일까,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문득 드는 따스한 커피 생각에 물을 올리려는데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선생님 죄송해요, 쉬고 계실 텐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마을에서 온 전화인데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으신가 봐요.”



“저요? 알겠습니다.”



“그쪽으로 돌려 드릴께요.”



점심시간인지 뻔히 알면서 걸려온 전화, 그다지 반갑지 않다.



“여보시오? 거기 보건소 맞소?”



“네, 맞습니다. □□지소 의사 ○○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 주셨어요?”



“아니, 다름이 아니라잉, 나가 여그서 몇 년째 농사를 짓는단 말이요…….”



시작부터 용건이 모호하고 주제가 장황하다. 쉬이 끝날 전화가 아니다.



“사실 나가 시골 양반이 아니요. 그란디 어뜨크롬 버꾸같이 여그로 들어왔냐 하믄, 살다 보니께 땅만큼 정직한 것이 없드라 그 말이여…….”





곤혹스럽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넋두리를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나. 혀 꼬이는 발음을 듣자하니 벌써 약주를 한잔 하셨음에 틀림없다. 기분 나쁘지 않게 해드리려 “맞습니다”, “그렇지요”를 추임새 넣듯 맞장구를 쳐보지만, 속으론 적당한 핑계를 찾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바로 그때였다.



“근디 사는 게 하도 심이 든지라 맥엄씨 약을 쪼까 묵었다가 뱉어부럿는디 괜찮을랑가 모르겄소.”



“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무슨 약 말씀이세요? 농약이요?”



만약 농약음독이라면 이건 응급상황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어르신, 약 이름 혹시 기억나세요?”



“글씨, 원체 불약이라고 부르기는 허는디 이름은 잘 모르겄네.”



불약. 생소한 이름이다. 여느 제초제와는 달리 어감이 뭔가 꺼림칙하다.



“아직 약병은 가지고 계세요?”



“병은 진즉 냅둬 부렀제.”



성분은 고사하고 상품명도 알아내기 어려울 듯하다. 첩첩산중이다.



“그러면 냄새나 색은 기억나세요?”



“색은 퍼렇고 냄시가 지독해서 소주랑 섞었제.”



푸른색의 휘발성 독극물,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어르신, 잠시만 그대로 들고 계세요. 절대 끊으시면 안됩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119를 먼저 부르는 것이 나을까? 구급차가 시에서 오려면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여기서 차를 몰고 내가 가야 하나. 아니다. 농약성분을 모른 채로 일찍 도착해봐야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성 싶다. 먼저 불약이 뭔지 알아야겠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리치료실을 들여다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모두 점심 드시러 가신 모양이다. 다시 머리를 짜내본다. 그렇지. 면소재지 긴급연락망이 있다. 주요기관에서 농약사를 찾아 핸드폰으로 급히 번호를 누른다.



“여보세요. △△농약사입니다.”



다행이다. 사람이 있다.



“급해서 그러는데 농약 중에 색이 파랗고 불약이라고 부르는 약이 뭔가요?”



“그라목손 많이들 쓰지요.”



그라목손. 푸른색의 악마라고도 하는 이 농약의 치사량은 대략 10~20cc, 숟가락 하나 정도로도 생명이 위험한 독성 물질인데 그걸 들이키셨다니, 설령 머금었다 뱉은 경우라도 침에 섞여 목으로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기에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수화기를 든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얼마나 망설였을까.



“여보세요? 어르신, 제 말 들리세요?”



“잘 들리요.”



“어르신, 약이 입안에 남아있을지 모르니 입을 잘 헹구시고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약이 독해서 어서 검사하셔야 해요.”



“아따, 선상님. 죽을 병은 아니것지라?”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진실만이 정답인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바로 가셔야 해요. 혹시 술 많이 드셨어요? 움직이기 힘드시면 제가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됐소, 뭘 예까지 오신다고. 바쁘신디 글믄 쓰것소, 나가 알아서 가볼라요.”



“아닙니다. 바로 119불러서 가셔야 해요. 그리고 병원 가시고 나서 다시 여기로 꼭 한번 전화주세요.”



“알겄소, 고맙소, 안녕히 계시오.”



끊자마자 아차 싶었다. 연락처라도 받아 놓는 건데. 인적사항파악은 응급상황의 기본수칙 아니었던가. 이러고도 꼴에 의사랍시고 선생님 소리 듣는 내가 부끄러웠다. 뒤늦은 후회 속에 자책하며 기다려도 밤새 아무런 소식이 오지 않는다. 날이 밝자마자 시내의 병원에 일일이 수소문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실망스런 답변뿐, 성함도 주소도 모르는 어르신의 행적은 찾을 길이 없다.





길가에 수줍게 핀 코스모스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일년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수확의 기쁨에 모두가 행복한 지금, 그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누군가는 내게 할 만큼 했으니 조금은 편해져도 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의사란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도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하게 하는 버팀목이 아니었던가. 첫 하얀 가운을 입으며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고 선서를 한 이래, 여태껏 단 한번이라도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 되물어본다.



그날 새벽처럼 장대비가 세차게 창문을 때린다. 마당엔 빛바랜 녹슨 낙엽이 떠나가는 계절을 못내 아쉬워하듯 오롯이 쌓여있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녘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한 여름내 지겨웠던 불볕더위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겠지만, 긴 장마동안 나를 무겁게 짓눌렀던 불약은 그 이름만큼이나 뜨겁게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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