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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인연

  • 연도2005년
  • 수상입선
  • 이름조행식 원장
  • 소속조치항외과


살아오면서 수많은 소설같은 이야기들을 보기도 하고 주워듣기도 하지만 의사 초년생 시절에 내가 겪은 일은 인연의 끈이 얼마나 우연하게 이어지는 것인지 느끼게 해 준다. 인연이라는 것의 형언하기 어려운 불가사의성에 대해 오랜 세월동안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인턴 수련을 받던 때였다. 5월, 그 달은 응급실 근무 달이었으므로 한달 내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터득한 관록이 조금씩은 배어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들어오는 환자가 위급한 상황이며 덜 위급한 상황인지 관상쟁이라도 된 양, 잘도 맞추곤 했던 것이다. 전혀 위급하지 않은 사람처럼 조용히 들어와서는 잠시 시끄럽고 급해 보이는 다른 환자를 신경 쓰는 사이에 급작스럽게 생명이 위독해지는 경우를 당해보고 나면, 환자의 외양보다는 환자의 내면을 잘 볼 줄 아는 육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름때가 적당히 잘 배어진 짙은 청색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언뜻 보아도 배가 약간 불룩하여 임신중임을 짐작케 하는 아내인 듯 보이는 여자를 부축하며 응급실을 들어서고 있었다. 평범하고 소박한 외모와 당황해 하는 모습에서 자신들의 세계 이외에는 별다른 세상 경험이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마침 한낮이어서 응급실이 한가했기에 통상 간호사들이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접 그들에게 침대를 안내하여 지정해 주고 인사를 건네며 일단 안심하게 배려한 다음, 어떻게 오시게 되었는지 편하게 얘기해 보라고 하였다. 남자의 얼굴에서‘와야 할 곳을 잘 왔구나’ 하는 안도의 표정을 볼 수가 있었다. 얘기는 이랬다.
평소에 조금씩 머리가 아프고 팔다리도 가끔씩 저리고 메스꺼움도 있었지만 그냥 임신 때문에 그런 것인 줄 알고 지냈는데 오늘은 급작스럽게 많이 토하면서 경련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네는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동거하고 있다는 얘기를 순진하게 덧붙였다. 분출성 구토와 경련, 뇌내병변을 의심케 하는 전형적 증상이었다. 순간적 판단으로 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얘기를 하는 것은 그들을 너무나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가여운 젊은 부부에게 다가가서 뇌전산화단층촬영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와 그 이유에 대하여 되도록이면 편하게 얘기해주려 애썼다. 아내는 비싸서 안 찍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꼭 찍어 달라며 간곡히 부탁을 했다. 결과가 궁금했던 나는 CT실에도 들락거리며 촬영을 관찰했고, 우려했던 대로 CT상에는 수막종으로 짐작되는 매우 큰 대뇌종양이 또렷이 나타났다.
신경외과병동으로 입원하기로 결정되고 신경외과 회진팀이 다녀가는 동안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날 나는 응급실 당직이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보니 환자의 곁에는 어떤 시골 할머니 한 분이 여자의 손을 붙들고 연신 뭐라뭐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약간은 부산하고 놀란 모습이 아마도 소식을 듣고 시골에서 급하게 올라오신 행색이 역력했다. 친정 어머니일까 시어머니일까 내심 궁금한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인사를 나누고 들은 이야기는 이러했다. 취직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착한 아들이라 했다. 여자는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했다. 작년에 결혼하겠다고 홀로 계신 시어머니께 인사를 갔지만 피붙이 없고 못 배운 며느리라고 결혼을 반대했더니 둘이서 동거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이가 생긴 것도 아직 말씀을 드리지 못한 상태였다. 시어머니의 말은 각자가 벌어서 먹고 살기도 빡빡하고 어려운데 살림을 차려서 생활을 하면 돈은 언제 모으냐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받아 줄 테니 잘 이겨내고 살라는 것이었다. 정식으로 혼인한 것도 아니고, 동거를 승낙해 준 것도 아닌데 가난한 살림일지언정 불행한 큰일 앞에서 며느리로 받아주겠다는 얘기가 내 귀에, 내 가슴에, 얼마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한달마다 돌아가는 인턴 순환수련계획에 따라, 6월에 나는 신경외과로 배정되어 있었다.
“아이고~, 우리 주치의 선생님 이자 오시능교~.”
회진 후 짬을 내어 내가 ‘주치의 선생님’이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드린 것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하였는지, 그때부터 그 ‘주치의 선생님’ 언급은 어떤 경우도 빠지는 법이 없었다. ‘주치의 선생님’이 아니니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효험이 없자, 그렇게 부를 때는 조용히 나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얘기해 달라고 부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6월 하순이 되어 그들이 퇴원할 때까지 즐겁고 유쾌한 우리들만의 비밀은 지속되었다. 수술 결과가 너무 좋았고 임신도 무난히 유지되었으므로, 그 부부와 할머니와 나는 ‘불행 중 다행’을 얼마나 기뻐하고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건강하게 퇴원을 하였다.
10월을 나는 산부인과 인턴으로 시작하였다. 진료보조를 위해 외래에 내려갔던 나를 발견한 그 산모와 할머니는 “아이고~~ 선상님, 여게 계시는구만요.” 하며 대기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출산 달이 되어 온 것이었다. 아이는 꼭 내가 받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부여잡은 내 손을 쉽사리 놓지 않았다. 나는 웃음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러겠노라는 대답을 대신하였다. 아이는 건강하게 생긴 딸이었다. 과장님이 한 손으로 등을 받치고 아이의 두 다리를 잡아 들어 올리는 순간, 그 아이가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퇴원하는 날, 첫 손녀는 살림 밑천이라며 기뻐하시던 할머니가 고향 상주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탐스럽게 생긴 감을 내밀었다. 그때 그 감처럼 달고 맛있는 감을 다시 먹을 수 있을까? 부부와 할머니는 나를 ‘하늘이 자기네들에게 보내준 귀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분들과의 희한한 인연이 지금까지 의사로서 살아가는 내게 얼마나 큰 자긍심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는지….
그들과의 인연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들도 늦게나마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을 것이며, 그 아이는 지금쯤 대학을 다니거나 수능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행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모습에서, 신뢰와 믿음이 스스로 좋은 예후를 가꾸어 가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위치가 어디인가를 배웠다. 수없이 만나는 나의 환자들이 우연히 나를 찾은 것이 아님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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