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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비행설(飛行說)

  • 연도2015년
  • 수상동상
  • 이름김민철
  • 소속노원을지병원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그리고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 영화 ‘아비정전’ 중

  홍콩의 영화배우 장국영이 아비정전에서 연기한 아비의 대사이다. 오똑한 콧날을 가진 미남자였다. 나는 ‘그저 슬픔을 타고난’ 그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발 없는 새처럼 만우절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교통수단에 올라서 이동하는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내게 작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젊은 췌장암 환자와의 만남이 떠오른다. 며칠 전부터 얼굴이 노래져서 병원을 찾은 4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CT를 찍었고 간에 전이를 동반한 췌장암이 발견되었다. 말기 췌장암 환자가 된 그녀에게 남은 날은 매우 짧다.

  나는 주로 CT, MRI, 초음파등의 영상검사를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이다. 그녀가 유방초음파검사를 원했기에 나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검사를 마치고 의례적으로 “다시 진료실로 가시라”고 하는 것이 어색하다. 왠지 평소 다른 사람처럼 대하기가 어렵다. 인생의 전성기에 죽음을 앞둔 환자를 대하는 건 의사로서 쉽지 않았다. 내가 하는 검사와 설명이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참으로 도의적인 미안함과 무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짧게 남은 여생의 일부와 비급여 진료비 15만원을 1년 전에 예약해놓은 - 현재로서 별 의미가 없는 - 초음파 검사를 하는 데 쓰는 그녀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직 닥친 심각한 상황이 실감이 안나서? 아니면 의료에 대해 잘 몰라서 초음파 검사를 왜 하는지 모르고 받을 날이 되어서 받은 것일까? 이유를 막론하고, 일년전의 초음파 약속을 꼬박 지킨 그분께 내가 의사로서 보여야 할 적절한 역할은 무엇인가. 일에 치여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를 하늘에서 고민해본다.
모두 자리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어주십시오. 기장의 방송과 함께 비행기 엔진이 굉음을 낸다. 날개를 펼치고, 활주로를 달려 거대한 비행기는 떠오른다. 비행이 시작되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 중에 시작은 태어남이다. 비행기가 비행을 시작하려면 어려운 이륙의 과정을 거치듯이, 인간의 출생도 난관이 많다. 인류는 산부인과학을 발달시켜 그 어려움을 덜었다. 인생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다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00억 명 가까운 인류가 증명한다. 죽음 뒤에는 사후 세계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윤회하여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일단 죽음이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모두 같다. 모든 사람이 탄생과 죽음 사이 어느 한 지점에 있는 것이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대부분은 병들어 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자살, 당뇨병 순으로 많다. 병원을 찾거나 입원해 있는 환자 중 대다수도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환자이다. 자살은 정신과의 한 분야로 다루어진다. 이렇게 의학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병마와 정면대결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학은 그 태동부터 지금까지 패배만을 거듭해왔던 것인가? 죽음으로부터 지켜낸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의문은 꼬리를 문다.

  먼저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나는 한 사람의 죽음은 한 소우주의 소멸이라 말하고 싶다. 사람이 나고 자라며 경험이 쌓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하나의 고유한 소우주가 사람이다. 한 인간과 똑같은 사람은 온 지구상에 그 뿐이다. 그런 우리 개인은 감각기를 통해서 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각각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내가 느끼는 것과 남이 느끼는 바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한 개체의 죽음은 세상의 한 조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상상해보라. 내가
없는 세상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있는 세상과 내가 없는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게 헛되도다”라고 지혜의 왕 솔로몬이 이야기하였다. 만일 내일 내가 내일 죽는다고 생각해보면 지금 마음을 짓누르는 문제도 사소하게 느껴진다. 그 어떤 빛나는 영광도 색이 바랜다. 솔로몬 왕 또한 이런 죽음의 절대적인 허무함을 말한 것이 아닐까. 로마시대에 개선장군 행렬이 들어올 때 외쳤다는 “메멘토 모리” 역시 같은 맥락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문구는 현재의 영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 자칫 오만해지지 못하게 한다.

  허무한 우리 삶의 유한성 때문인지 죽음은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지구의 종말을 다룬 유명한 영화들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종말론을 앞세운 종교들은 ‘옴 진리교사건’ 같은 일도 벌일 만큼 잘 퍼진다. 최고의 권력을 얻었다는 진시황 역시 죽음을 극복하고 싶어 하였다.

  영생을 얻는 데 집착해서 온갖 약초를 구해 먹은 것은 유명하다. 예수님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 2천년이 넘어서도 번성하는 기독교를 만들었다. 이렇게 누구나 마음 심연에 자리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고, 그로부터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나쁜 것이기만 할까? 내가 만약 영생한다면 어떨까.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되어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된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처럼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느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영광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영생한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노벨상을 한번씩 탈 지도 모른다. 시간이 희소성을 잃으면 삶의 의미도 덩달아 없어진다. 가질 수 없는 게 더 아름다운 법이다. 이렇게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고, 필연이다.

  밤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고요하다. 이 편안한 모습도 사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비행기의 엔진은 추진력을 얻고 그로 인해 날개는 양력을 얻는다. 지구의 중력에 끌려가지 않고 유유히 날아가는 비행기는 사실 그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도 같다. 가만히 누워서 잠을 자는 시간에도 우리의 소화기관은 분주히 음식을 에너지원으로 만든다. 그 힘으로 심장은 온 몸에 피를 공급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는 호흡하고 있다. 그렇게 평화로운 잠이 완성된다. 이를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나 운동을 시작하면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 많은 산소와 영양소가 필요하고 이를 몸에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더 열심히 뛴다. 항상성의 변화가 올 때 우리 몸은 분주해진다. 예를 들면 병균이 들어오면 열을 내고 흰 핏톨을 모아서 병균을 죽인다. 원래 병균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늘 순항하기만 할 수 없다. 제트기류가 들이닥치면 기체가 흔들린다.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조종사는 조종간을 잡는다. 흔들림에 맞서 자세를 잡고 승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안전띠를 맨다. 그
리고 비행기는 원래의 안전한 자세로 돌아갈 수 있다. 다시 목적지를 향한 운항이 시작된다. 이 비행에 한 사람의 인생을 대입해 보고 싶다. 이륙하고(태어남), 순항하고(건강히 지냄), 흔들리고(병마와 싸움), 착륙하는(죽음) 모습이 꽤나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착륙이 비행기의 마지막 일이라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삶의 완성이다. 그리고 비행기가 흔들릴 때 자동항법장치 대신 파일럿이 운항하듯 의사들은 환자의 삶이 흔들릴 때 만나게 된다. 석가모니는 인간사의 생로병사가 모두 고통의 연속이라고 하였다. 그 고통을 스스로 구제하기 위해 열반의 경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모두가 부처가 될 수는 없는지라, 의학은 인간사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유용한 학문이다.

  그저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선(善)을 베풀 수 있는 좋은 학문이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병만큼 마음도 돌봐야겠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죽음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못한다. 나이가 젊은 사람일수록 죽음을 더욱 멀게 본다.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을까? 잘 죽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내일 죽는다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이런 고민은 중대한 삶의 문제이다. 그러나 삶에 치여 자신이 죽음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고민은커녕, 나쁜 소식을 받아들이기에도 힘들다. 의사들은 간접
적이나마 죽음을 자주 체험한다. 그리고 그만큼 깊이 고민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지켜본 경험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는 것이 더 존엄할 것이다.

  비행기의 기수가 앞으로 기운다. 착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종사의 사명은 영원히 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승객을 모시는 것이다. 내리는 것 또한 그의 일이다. 사유컨대, 의사의 목적도 죽음의 극복이 아니다. 대신 환자가 그 타고난 운을 완주하도록, 중간에 추락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벼락같은 불행을 맞은 환자를 보게 된다면 어설픈 연민을 보이지 않아야겠다. 대신 부드러운 착륙을 준비하는 파일럿처럼, 경험과 마음을 다해 도와야겠다. 발 없는 새의 마지막 비행이 돌이켜보아 한 치 아쉬움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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