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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마음의 산책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있다.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

숨어있는 희망

  • 연도2015년
  • 수상동상
  • 이름조석현
  • 소속누가광명의원
  “원장님, 재민이가 다음 달에 미국에 가요.”

  “아! 그래요? 따님이 이제 직접 재민이를 키울 수 있게 됐대요?”

  “네, 원장님! 이제 지 힘으로 키울 수 있대요.”

  그간의 가슴앓이가 한꺼번에 씻겨 내려간 듯 재민이 할머니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어느 봄날에도 그랬듯이 재민이는 진료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제 다섯 살 된 재민이가 미국에 있는 엄마를 두고 외할머니랑 같이 살게 된 까닭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으시던 재민이 할머니는 늘 외손자를 데리고 다니셨다. 딸과 사위는 미국에 있고 자신이 손자를 돌보고 있다고 하셨다. 

  밤마다 화상채팅으로 엄마 아빠를 만난다고 하는데, 무슨 사연이길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살 난 아이와 생이별을 하고 지내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딸은 간호사였다. 신학을 전공한 사위가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 할 계획이었기에 딸도 자연스럽게 미국간호사 시험을 준비했었다고 한다. 현지 간호사의 인력 수급이 부족해서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미국 취업길이 넓어졌던 것도 둘의 결정에 한 몫을 했다. 딸이 시험에 통과하고 사위가 입학허가가 나자 둘은 하나씩 하나씩 자기들의 인생계획이 이뤄져가는 것에 감사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둘은 젊었다. 희망으로 가득 찼던 미국 생활이 언어라는 장벽에 부딪힐 때도 실망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시험만 붙으면 되는 줄로 알았는데 정식 간호사가 되기 위해 현지에서 거쳐야 할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낮 동안 딸은 병원에서 일을 하며 자격증 준비를 해나갔고, 사위는 공부를 이어나갔다. 저녁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미국 생활 3년 만에 재민이를 낳았다. 

  정식으로 간호사 발령이 나기까지는 한참이 남은 상태였고, 사위의 공부도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둘은 결국 여건이 허락될 때까지 재민이를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둘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것은 저녁마다 화상으로 만나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화상 속에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안길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아이였지만 어느 덧 두 돌이 넘은 재민이는 화상으로나마 연신 엄마, 아빠를 불러대며 재롱을 부렸다. 둘의 애간장이 녹았다.

  그런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사단이 난 것은 재민이의 아빠였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내일이라도 좋으니 재민이를 미국으로 데려다달라고 성화였다. 상황은 안 되지만 자신이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밤마다 아들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였다. 혈압 약을 지으러 온 재민이 할머니는 한 달 뒤에 미국에 재민이를 데려다놓으러 들어간다고,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와서 약을 타 가겠노라고 하였다. ‘그렇지. 나라도 그럴 거야. 아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이 채 못 되어 재민이 할머니가 약을 타러 오셨다.

  “한 달 뒤에 미국에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급하게 들어가게 됐어요…….”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거란 직감은 됐지만 할머니가 꺼내놓은 속사정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재민이가 온다는 생각에, 재민이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사위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했다는 것이다. 야간에 대형 물류 창고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 그만 도둑이 들고 말았다. 어설픈 도둑이 이것저것 물건들을 훔치는 현장을 발견한 사위는 겁도 없이 도망가는 도둑을 쫓고 말았다. 어둠이 깔린 대형 물류 창고의 비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는 도둑은 그래도 사전 답사를 해 놓았는지 요리 조리 도망을 쳤고, 행여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에 사위는 사력을 다해 도둑을 쫓았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거리에서 사위는 그만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곤 사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어둠 속 그가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는 날카로운 철 구조물이 놓여 있었고, 그것은 마치 겨냥이라도 한 듯 사위의 심장을 찌르고 말았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재민이가 미국에 오기 보름 전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날 하루 종일 진료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봄은 아랑곳없이 활기를 쳤다.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터뜨렸고 일 년을 기다려 만개한 벚꽃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간간히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만이 그 어딘가 숨어있는 어처구니없는 슬픈 삶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재민이 할머니가 오실 때마다, 나는 그 날의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애초에 미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이를 데리고 키웠더라면, 아이 아빠가 일을 하나 더 한다고 했을 때 말렸으면 등등 마치 내가 재민이 엄마인 양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 뒤 재민이가 열이 나거나 감기에 걸려 할머니에 손에 이끌려 진료를 보러 올 때면 나는 재민이의 아빠가 된 것처럼 아이를 안아주고 만져주고, 여기 저기 살피며 진료를 해주었다.

  한참이 지난 후 재민이 엄마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계속 미국에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정식 간호사로 채용이 되어 재민이를 직접 데려다 키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있기로 했다고 한다. 어떻게 가슴 아픈 현장이 고스란히 있는 곳에서 더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를 봐서는 모든 것을 접고 들어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도 밀려왔다.

  그런 생활이 3년이 흐른 뒤 드디어 재민이 엄마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게 됐고 담달이면 재민이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나는 재민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할머니와 기쁨을 나누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잘만 자라준 재민이가 대견스러워 쓰다듬어 주었다. 할머니와 재민이가 돌아간 뒤 무엇이 재민이 엄마를 미국에 계속 남아있게 하였을까, 조심스런 질문만이 진료실을 채웠다.
며칠 뒤 J 할아버지가 한참만에 진료실을 찾아오셨다. 그렇잖아도 할머니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했던 터였다. 고혈압과 심부전을 앓고 계셨던 할머니는 늘 할아버지의 팔을 의지하고 병원에 오셨었다. 금술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늘 할머니를 챙기시는 J 할아버지가 정겹게 보였다. 본인도 정작 불안증으로 때론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지만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두세 번의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몇 달 전 진료 때 할머니는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숨이 차 하셨고 심장 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조그마한 개인 의원에서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아 급하게 큰 병원으로 의뢰서와 함께 전원시켰다. 그리고 몇 달 만에 할아버지가 오신 것이었다.

  “조 원장님……. 할머니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랜 세월 심부전으로 약해지고 부풀어진 심장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했다. 중환자실에서 두 달을 계시다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소식을 전하는 J 할아버지는 의외로 안정되어 보였다.

  “할망구 가고 나서 나도 그만 따라갈 생각이었습니다. 여기도 수없이 왔지만 차마 들어오지는 못했습니다. 저 아래서 ‘봐라, 니를 그렇게 돌봐주시던 조 원장님께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나?’ 허공에다 소리만 지르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마음을 잡지 못하던 J 할아버지는 그동안 할머니와 다녔던 곳을 하나씩 다 돌아다니셨다고 했다. 시장이며, 마을이며, 한 달에 한 번씩 꼭 들리셨던 이 곳 의원에까지……. 할머니와 보냈던 모든 일상을 복기하고 나자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냈던 소소한 일상, 거기에 삶을 다시 살게 하는 희망이 숨어있었다. 분명 둘이 같은 희망을 품고 살았던 삶이었지만 홀로 남겨진 자의 반쪽이 되어버린 희망은 여전히 남아있어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삶을 다독였다. 재민이 엄마도 그랬던 것일까? 남편이 죽은 뒤 끝도 없는 절망에 빠져있을 때, 남편과 함께 보냈던 일상 속에서 숨어있던 희망을 발견했던 것일까? 남은 자의 삶은 처절하다. 그러나 그 삶은 끊임없이 숨어있는 희망을 찾으라고 부추긴다. 그것이 남은 자의 몫이라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아내와 자주 산책을 나간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오늘 있었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눈다. 문득 아내가 내게 말했다.

  “나 죽을 때 절대 심폐소생술 같은 거 하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야 돼.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잡고. 알았지? 어서 대답해.”

  살아갈 일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산책길에 불쑥 등장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늘 가슴을 아득하게 만든다. 몇 번 재촉을 당한 뒤에야 나는 그러겠노라고 아내에게 대답을 했다.

  개원하고 십년,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질병 앞에서 무너지고,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하였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다시 일어나 삶을 살아가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도 딸의 학비를 걱정하였고, 만성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꾸역꾸역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곤 하였다. 질병과 죽음으로 삶의 자락이 뒤틀어지고 왜곡된다 해도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희망은 어느새 다시 나타나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나의 환자들이 오늘따라 내 인생의 스승으로 다가온다.

  얼마 뒤면 재민이가 미국으로 간다. 아들을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재민이 아빠는 하늘 저 어딘가에서 아들을 바라보고 있을 거다. 

  남편과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재민이가 미국에 오는 날, 재민이 엄마는 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낸 것에 감사할 것이다. 힘든 시절을 눈물로, 한숨으로 보낸 재민이 엄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숨어있는 희망을 발견하고 삶을 살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민아!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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